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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22년 만의 늦은 장마가 시작됐다. 골프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한여름과 혹한기는 시련일 수밖에 없는 계절이다. 그나마 한겨울은 따끈한 정종과 어묵을 즐기는 맛이라도 있어, 간혹 겨울 골프를 즐기는 매니아들도 있긴 하다.
여름철의 골프는 상대적으로 시원한 맥주나 막걸리로 더위를 잠깐 식힐 수는 있겠다. 하지만 이미 몸 안에 침투해 들어간 알코올이 체온을 더욱 지속적으로 상승시키고 비몽사몽간의 플레이에 그날의 샷을 맡기는, 그래서 결코 맛깔 나는 게임을 기대할 수 없는 결과에 직면하게 된다.
언젠가 칼럼에서 경기 중 알코올 섭취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 바 있지만, 게임 중에 알코올 섭취에 대해 관대한 플레이어들은 스스로 최선의 샷을 해보겠다는 의지를 이미 포기한 경우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당연한 착각이겠지만 아마도 자신의 어딘가에 숨어있는 것 같은 자신감을 알코올에 의존해서 끄집어내기 위한 수단이라고 판단된다. 그런데 실제로는 자신감 못지않게 중요한 집중력이 알코올에 밀려 이미 멀리 달아나버린 상황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골프라는 스포츠의 특성은 자연에 대해 인간이 순응하고 자신을 겸허하게 내려놓을 때, 많은 골퍼들이 기다리고 있는 소위 ‘그분’이 오시는 경우를 경험하게 되는 멘탈 스포츠다. 그래서 이를 잠시라도 잊게 되면 그날의 게임은 망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다가오는 장마철의 무더위 속에서 여름철 건강도 지키고 즐거운 라운드를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먼저 여름철 혹서기 골프의 특성을 파악하고 세밀하게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우선 시 해야 할 것이 수분공급인데, 최근에는 코스마다 파워카트가 준비되어 있긴 하지만, 18홀을 기준으로 걸어서 라운드 할 때 소모되는 수분량은 최저 4L 이상이다.
이처럼 체액의 손실이 많아질 때 탈수증에 빠지지 않고 신체의 항상성을 유지하려면, 보리차나 생수에 약간의 미네랄이 함유된 음료수가 가장 이상적이므로 손실된 체액을 보충하는 섭생에 관한 선택은 무엇보다도 신중히 해야 한다. 드링크류나 탄산음료는 심장과 혈액순환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삼가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 잘못된 상식으로 복용하는 정제 알소금은 신장과 말초혈관에 부담을 주게 돼 오히려 건강을 망가뜨릴 수 있다.
또한 여름철 골프 라운드는 뜨겁고 강렬한 햇빛과의 싸움이다. 과도한 자외선 노출은 피부노화, 기미, 검버섯 등과 심한 경우 화상이나 백내장, 피부암 등을 유발시킬 수 있으므로, 이에 대비할 수 있는 의상과 UV차단제 및 음료수 등의 준비를 철저히 해야만 이러한 것들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라운드 시 자외선 차단제를 2~3시간 단위로 ‘그늘집’에 들를 때마다 발라주면서 흐르는 땀과의 전투를 잘 준비해야 한다. 또 게임에서 가장 중요시해야 할 집중력이 떨어지고 경기에 방해가 되긴 하지만, 바람이 없을 땐 다소 귀찮더라도 파라솔을 사용해 이중 삼중의 차양막을 치는 것도 중요하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스포츠가 있긴 하지만, 골프라는 스포츠처럼 게임이 잘 안 풀리는 것에 대한 핑계가 많은 스포츠도 없는 것 같다. 골프의 본고장인 스코틀랜드의 속담에 “플레이어는 자기 자신 이외에 그 누구도 비난할 수 없다”는 말처럼, 여름철 녹음이 우거진 자연에서 즐기는 골프를 안전하고 여유 있게 하면서, 무더위와 장마 속에서도 즐기는 골프를 만끽해보면 어떨까?
- 유억윤 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 (건국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정리 = 이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