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인 주목 작가 - 최영걸]글로벌 한국화, 산수화의 재발견
겸재의 진경산수화와 닮아…사진 같은 그림, 실제 풍경 착각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왕진오 기자) “서양인들이 보기에는 동양적이고, 동양인들이 보기에는 서양적인 특징이 보이는 것이 제 작품이죠. 한국화를 그리지만 한국인만을 위한 그림이 아닌 전 세계인 누구나 보고 즐길 수 있는 글로벌화 된 한국화를 그리고 싶습니다.”
한국화가 최영걸(47)의 그림은 마치 사진으로 대상을 촬영한 것 같은 치밀함이 강렬하게 드러나며, 실제 풍경을 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전통 한국화 기법을 현대적으로 계승 발전시켜 온 작가의 꿈은 미술교사였다. 서울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뒤 14년 동안 교직생활을 했으나, 입시 위주 수업에 지쳐 2005년 학교를 나와 전업 작가의 길을 걷는다.
▲여름산행, 101X66cm, 화선지에 수묵담채, 2012
전국의 산과 들을 누비며 직접 현장에서 보고 찍은 풍경을 화선지나 장지에 먹과 전통 안료를 이용해 표현하지만, 사진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을 정도로 세밀하고 정교하다.
최 작가는 수묵담채 형식으로 한국화를 그린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전국의 산하를 직접 답사해 현장감 있는 생생한 풍경을 화폭에 담는다. 그러기에 진경산수화를 그려낸 겸재 정선의 화풍과도 닮았다고 볼 수 있다.
그의 작품이 관람객들을 압도하는 이유는 바늘 같은 세필로 한 획 한 획 정교하고 세밀하게 숨 막히도록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들을 만들면서 치밀한 집중력을 구사하는 데 있다. 이러한 능력은 쉽게 습득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자신이 가진 능력을 의도적으로 과장해 드러내지 않고 작품 하나하나를 통해서 꾸준히 붓의 궤적을 끌어올린다.
▲조조(朝釣), 92X167cm, 한지에 수묵담채, 2009
설악산과 섬진강, 그리고 청산도 등 우리 산천의 아름답고 인상적인 모습을 답사한 결과를 예전처럼 세련되면서도 담담한 필치와 매력적인 담채로 표현하고 있는 작품은 필력이 점점 더 세련되고 완숙해진 것을 확인해 준다.
특히 설악산 계곡의 사계절을 숨 막히도록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들은 보는 이들이 마치 그 풍경 안에 빨려 들어갈 것 같은 흡입력을 발휘한다. 우리 전통 회화에서 지켜온 ‘고원(高遠)―심원(深遠)―평원(平遠)’으로 연결되는 삼원법을 현대적으로 응용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홍콩 등 해외 경매에서 성과 일궈
설악산 계곡의 풍경들이 주로 세로로 긴 우리 전통회화의 형식과 비슷한 구도인 것에 비해 섬진강과 청산도를 표현한 작품들은 대부분 가로 형태의 파노라마식 풍경을 보여준다.
작가는 이러한 작품을 통해서 한국화의 재료를 가지고 서양 풍경화 형식의 표현 및 구도와 색채를 접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가을사랑, 111X159cm, 화선지에 수묵담채, 2012
또한 최근작 ‘황혼’은 청산도의 어느 집 마당에서 건너편 언덕을 바라본 모습을 담아낸다. 이를 통해 우리 산천의 매력을 표현하는 작품에서 한 걸음 나아가 자연의 품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으로까지 관심을 확장해 준다.
미술평론가 하계훈은 “전통적 재료와 기법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대상을 바라보는 시점이나 공간을 감지하는 촉수가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아서 감각적으로도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느낌 없이 작동하기 때문에 그의 작품에서는 전통적 한국화의 모습과 현대적 풍경화의 표현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적인 산수화의 새로운 발견을 보여주는 최영걸의 작품이 주목받는 것은 한국화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세련된 표현들에 있다. 서양미술사에 등장하는 북유럽 르네상스 화가들의 세밀한 묘사와 풍속 화가들이 갖던 당대의 삶의 모습에 대한 관심이 담겨 있다. 그리고 낭만주의 화가들의 자연에 대한 탐닉과 인상파 화가들의 빛에 대한 관심을 함께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영걸 작가는 ‘홍콩크리스티’와 관련해 유명세를 탔다. 2005년 이화익 대표의 추천으로 홍콩크리스티에 진출한 이래 매년 해외 컬렉터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2008년 홍콩크리스티의 ‘아시아현대미술’경매에 출품된 ‘좁은 길’이 5500만 원에 낙찰된 이후 12차례의 해외 경매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 안창현 기자
왕진오 기자 wangp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