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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뉴스]한국 근현대미술의 아름다운 순간들

서울미술관 개관 2주년 소장품전 ‘황소걸음: 천천히, 강하게 그리고 멀리’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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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92호 안창현 기자⁄ 2014.08.21 09:13:18

▲서울미술관 개관 2주년 기념 소장품전 ‘황소걸음: 천천히, 강하게 그리고 멀리’ 전경. 사진 = 안창현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이중섭의 ‘황소’와 ‘길’, 박수근의 ‘우물가’, 김환기의 ‘산’과 ‘겨울밤’ 그리고 나혜석의 ‘풍경’과 천경자의 ‘청혼’까지, 한국의 근현대미술은 고난과 역경의 굴곡진 역사 속에서 태동해 아름다운 순간들을 낳았다. 그리고 황소의 착실한 걸음처럼 조금씩 전진해 지금에 이르렀다.

전통적인 미술 양식과 새롭게 밀려들어 온 서구의 양식이 갈등하고 화해하는 가운데, 한국의 예술가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확립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우리 미술의 토양을 다져나갔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2012년 새롭게 문을 연 서울미술관은 개관 2주년을 맞아 미술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한국 근현대미술의 대표 작가들이 빚어낸 아름다운 순간들을 관객과 함께 나누는 특별 전시 ‘황소걸음: 천천히, 강하게 그리고 멀리’를 9월 21일까지 개최한다.

전시 제목 ‘황소걸음’은 한국미술에서 느리지만, 강하고 멀리 전진했던 우리 근현대미술 대가들의 발자취를 의미할 것이다.

▲이중섭, ‘황소’, 종이에 에나멜과 유채, 35.5x52cm, 1953.


서울미술관이 소장한 다양한 국내외 미술작품 중 전시에서 소개한 60여 점의 작품들은 모두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거장의 중요한 유산들로 선정됐다.

최근 한 조사에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과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선정된 이중섭의 ‘황소’는 서울미술관 개관전에 이어 이번 전시에서 다시 한번 선보인다. 이 작품은 이중섭의 외로운 투쟁을 잘 보여주는 명실공히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황소’를 비롯해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이중섭을 새롭게 조명했던 작품 ‘싸우는 소’, 풍경화 ‘길 등 다수의 회화 작품들과 은지화, 드로잉, 엽서화 등 이중섭의 다양한 작품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2014년 탄생 100주년을 맞아 가장 한국적인 예술가로 불리는 박수근의 작품도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다. 서울미술관의 대표 소장품 중 하나인 그의 ‘우물가’는 1953년 제2회 국전 서양화부 특선을 수상함으로써 박수근이 화가로서 널리 알려진 계기가 된 작품이자 향후 작업을 가늠할 수 있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천경자, ‘청혼’, 종이에 채색, 40.5x31cm, 1989.


‘우물가’에는 빨래가 널린 초가집, 그 앞 우물에 모인 시골 아낙과 아이의 모습이 평화롭게 묘사되었다. 박수근의 어린 시절과 고향에 대한 향수가 읽히는 작품으로, 허름한 초가집의 모습과 특유의 색감, 질감이 어우러져 그만의 독창적 화면을 보여준다.


23인의 대가를 통해 본 한국미술의 발자취

박수근에 이어 자연적인 소재와 추상 이미지의 절충을 통해 우리 민족만이 갖는 특수한 미감을 드러냈던 김환기의 철학과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작품들도 대거 선보인다.

구상 작품 ‘산’에서 추상적인 ‘겨울밤’까지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예술관과 독창적인 표현방식을 정립해 간 과정을 전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여성 예술가들도 한국의 오랜 가부장적 시대 속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일궈내며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은 이미 1921년 개인전을 통해 유화작품을 선보이며 한국미술에서 서구 미술양식의 도입에 선구자 역할을 했다. 그녀는 세계를 여행하며 서구적인 표현 감각을 심화시키고, 입체파와 표현주의 그리고 야수파의 경향이 혼합된 독창적인 화풍을 정립하였다.

교외의 전원 풍경을 묘사한 나혜석의 ‘풍경’은 매끈하고 차분한 터치와 단순한 묘사를 통해 특유의 서구적인 표현 감각과 신선한 기법을 엿볼 수 있다.

한국 채색화의 독자적인 화풍을 이뤄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천경자 또한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녀의 작품은 주로 일상의 체험 그리고 내면의 갈등, 자신의 꿈과 낭만 등 개인사적인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천경자는 ‘꽃과 여인의 화가’라 불릴 만큼 꽃과 여인을 소재로 작업해왔다. 노란 상의를 입은 여인의 옆모습이 인상적인 ‘청혼’은 꽃과 여인의 아름다움을 뚜렷한 윤곽선과 강렬한 색상 대비로 극대화시켜 표현하며 미의 탐구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박수근, ‘우물가’, 캔버스에 유채, 78.5x99cm, 1953.


그녀의 다른 작품 ‘청춘’은 고개를 하늘로 향한 채 생각에 잠긴 여인과 그 뒤로 중첩되어 그려진 검은 그림자를 통해 생의 한가운데서 느끼는 기쁨과 슬픔이 절묘하게 표현됐다. 천경자의 두 작품에서 보이는 화려한 색채와 현대적인 구성미는 한국 채색화를 새롭게 창조하였다는 평을 듣는 작가의 유려한 작품세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이들 외에도 이응노, 이인성, 김창열, 이우환, 김종학 등 한국의 근현대미술사를 빛낸 거장 23명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다. 관객들은 전시를 통해 한국미술의 근간을 이루는 이들 거장의 열정이 후대에까지 고스란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개관 2주년 특별 전시 ‘황소걸음’을 개최하면서 서울미술관 측은 “이번 전시는 황소의 걸음처럼 착실하고 굳건하게 걸어온 한국 근현대미술의 저력과 가능성을 살펴보는 장이 되는 한편, 지난 2년간 서울미술관이 걸어왔고 또 앞으로 계속해서 걸어갈 길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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