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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 큐레이터 다이어리]큐레이터라는 직업

자신의 생각이 다른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긴장감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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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92호 김재훈 선화랑 큐레이터⁄ 2014.08.21 09:13:40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갤러리 큐레이터라는 직업은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할까. 매월 다가오는 전시에 긴장을 놓치지 않는 지난 내 모습을 돌아보며 가끔 스스로 위안으로 삼는다. 무엇이 날 이토록 이 일에 매진하게 하였는지, 누구나 한 번쯤 제 일에 대해 생각을 해볼 때가 있을 것이다.

갤러리 큐레이터로 작품을 소개하고 그에 관한 여러 일을 진행하면서 가장 의미 있는 일이 작가를 만나는 것이다. 이 만남은 좋은 작품을 만나는 단계 이전에 예술인의 삶을 바라보는 일이다.

어려운 현실에서도 고집스럽게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의 모습은 녹녹치 않지만, 존경스럽다. 장소, 시간, 변하는 상황에도 때마다 촉을 곤두세우고 꾸준히 작품과 작가에 대한 공부를 부지런히 하지 않으면, 좋은 작품을 만나도 알아볼 수 없다.

생각하지 못한 우연한 만남이 이루어지고, 소개로 새로운 만남이 시작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만남으로 기회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상황이라는 것은 언제나 희망의 전제를 두면서도 “나중에 천천히”라는 결론을 만들어 놓는다. 전시기획은 무엇인가 과대하게 부풀리는 것이 아니며, 작가의 모습 그대로 솔직하고 이해하기 쉽도록 전시를 준비하는 것이 갤러리 큐레이터라고 생각한다.

전시는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큐레이터의 기본적인 일이다. 알리는 것을 하기 위해서는 작가와의 소통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소통은 소통으로 이어져 관람자에게 전해지기 때문에 작가와의 대화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필자에게는 작가를 소개하기 위한 글쓰기가 매우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전시 서문 또는 평문에서 많은 자료를 모아서 글을 쓰는 것만이 좋은 글이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작품을 미학과 미술사의 예를 들어 쓰인 글은 전문적인 용어가 많다. 이 같은 전문적인 용어는 오히려 관람자의 이해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지서울 아트페어 관람객들. 사진 = 왕진오 기자


‘큐레이터는 전문적인 글을 지향해야 한다.’라는 필자의 고집 때문에 글쓰기가 어려웠다. 사과가 그려진 작품이라도 그린 작가에 따라 다른 상징성을 가지고 있기에 작가의 중요한 한 마디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관람자를 이해시키는 더 좋은 길이 될 때가 많다.

누군가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오류를 범하기 쉬우므로 큐레이터는 작가에게 계속 피드백을 요구하고 오류를 수정해야 한다. 그러므로 큐레이터는 항상 내 생각이 다른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또 다른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직업이다.


중요한 마음가짐은 작가에 대한 호기심

요즈음 작가와 SNS를 통한 활발한 정보교환과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놓치기 쉬운 상세한 내용도 문자와 이미지 전송을 통한 빠른 방법은 소통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작가에 대한 호기심은 큐레이터가 가져 할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어떤 작품을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과거와 변화된 모습이 어떤 것이 있는지 항상 궁금해 해야 한다.

▲2012 화랑미술제에서 퍼포먼스를 펼치는 퍼포머들. 사진 = 왕진오 기자


이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살고자 노력하는 것은 그만큼 능동적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심은 일시적인 것이 아닌 지속적이어야 한다는 마음이 들면서도 실상 실천은 어렵기 마련이다. 좋은 큐레이터가 되기 위한 다짐에 작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추가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매번 스치는 이유이다.

많은 작가를 만나는 경험은 다양한 작품을 만나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다른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생각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큐레이터라는 일은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단순한 일은 아니다. 그만큼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만남은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도록 만든다.

또한, 내 삶의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러므로 갤러리 큐레이터는 나의 자존감을 높이는 소중한 일이다.

- 김재훈 선화랑 큐레이터 (정리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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