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40년 기자 생활로 다져진 내공, 한국일보 논설고문인 저자가 진지함 대신 우스갯소리를 몰고 독자들 앞으로 나섰다. 이 책은 평범한 일상에서 ‘위트 있는 단상들’을 골라 엮은 유머 에세이집이다. 심심풀이처럼 가볍게 던진 100편의 유머 에세이 속에 1년여의 일상과 가볍지 않은 세태 풍자가 담겼다. 소소한 일상이 모두 이야깃거리지만 글과 말, 그리고 술과 더불어 지낸 기자의 일상을 반영하듯 ‘언어문화’와 ‘음주 생활’이 단골 소재.
입만 열면 “금도를 지켜라” 운운하지만 실상 ‘금도(襟度)’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사용하는 정치인들, 인간이 아니라 새들의 모임을 연상시키는 이름 ‘대한 조류 협회’ 등은 잘못된 언어 습관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저자에게 좋은 글감이 되고, “저는 공부를 못하는 성격이에요”와 같은 유행어에서는 이혼과 자살마저 성격 탓으로 돌릴 수 있는 역설적 세상이 읽힌다. ‘낮 대신 밤에 이불을 털어 고급 아파트의 품격을 지키자’는 아파트 안내문의 왜곡된 정서는 또 어떤가? 얼핏 말장난처럼 보이는 언어유희에 퇴직 세대의 애환을 담고, 엄친아를 따라잡을 수 없는 30대 젊은 영어 강사의 독설에서 청년 세대의 고단함을 읽어내는 대목들은 특히 저자의 예리한 감각이 돋보이는 부분. 혀가 내둘러지는 갖가지 음주 풍습과 실전에서 바로 쓸 수 있는 기발한 건배사도 줄줄이 소개된다.
- 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