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인 주목 작가 - 석종헌]추(醜)와 공간
금지된 미(美)의 영역을 거론하다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사람들은 규정되고 정형화된 인상에서 반복되는 이미지를 계속해서 본다면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동시에 자기 내부에 대립적으로 무형의 진행과정이 생기는데, 이러한 전이를 석종헌(40) 작가는 여러 형태로 표현함으로써 관습을 깨고 일상모습에서 도피하여 순수한 자유를 찾고 있다.
관습적 미의 영역, 즉 시대의 유행은 미적 이념의 시각에서 판단해 보면 추한현상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흐름에 따라 미의 영역으로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그 자체가 아름답기 때문이 아니라 시대의 정신이 바로 그와 같은 형태에서 자신의 독특함이 적절하게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몽상-매화, 천에 먹, 아크릴, 53x45.5cm, 2014.
추(醜)가 상대적 필연성으로 자신을 합리화하고 미의 대립 작용에 의해서 지양되는 경우, 이때 부조화를 극복하는 미에서 즐거움이 탄생하게 된다.
석종헌 작가 작품에서는 공간비대칭, 부조화, 부정확성인 세 가지 추의 형태를 통해 미의 가치를 역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① 공간비대칭: 대칭과 대칭에 대한 조롱으로 비 규칙성이 생기는데, 규정된 형태에서 모자람은 단순한 규칙성에서 나타나는 단조로움에서 보다 숭고한 형태로 승화되지 않은 결과로서 새로운 미를 인식하게 만든다.
▲몽상-매화, 천에 먹, 아크릴, 117x80cm, 2014.
세밀한 묘사를 포기함으로써 이 세상에 묘사할 수 없는 어떤 것이 있음을 말하는 방식은 리오타르(Jean-Francois Lyotard : 1924 ~1997)가 설명한 ‘숭고의 부정적 묘사’에도 잘 나타나 있다.
② 부조화: 자연과 예술은 종종 어느 정도의 훼손을 통해 정형화된 사물의 모습에서 변화를 추구한다. 이런 대담한 생각은 모순적인 것과 이중적인 것, 그리고 비 자연적인 것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며 애매한 경계를 미로 승화시킨다.
항아리의 공간이미지는 정형화된 사물의 실체가 아니며 대담하게 변형된 공간 이미지에서 공간의 경계를 초월하고 있다.
③ 부정확성: 정확한 것 자체는 아름답지만 정확성의 단계에만 머물러 있어 창의적 표현이 연출되지 않으면 그 아름다움은 추하게 된다. 사회의 부조리나 쇼킹한 모습에 더 깊은 인상을 받으면서 객관적 진리를 손상시키는 욕망과 성향은 부정확성에 대한 심리표현이다.
게르하르트 리히터 (Gerhard Richter , 1932~)가 말하기를;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일관성이 없고, 충성심도 없고, 수동적이다. 나는 무규정적인 것을, 무제약적인 것을 좋아한다. 나는 끝없는 불확실성을 좋아한다.”
▲몽상-매화, 천에 먹, 아크릴, 55x52cm, 2014.
공간비대칭, 부조화, 부정확성인 세 가지 추
이러한 부정확성은 그 보이지 않는 것, 이해할 수 없는 것에 직접 다가갈 수 있는 더 좋은 기회를 갖게 되었다. 왜냐하면 비구상 오브제를 통해 보이지 않는 작가의 욕망과 성향을 자유롭게 묘사하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 추의 형태는 ‘공간’이라는 모티브에 구속이 된다. 불교에서 삶이 곧 고통이라 한다. 고통의 근원은 욕망이 있기 때문인데, 사람들이 인식하는 실체는 사실 다 껍데기일 따름이다. 항아리는 그러한 껍데기 역할을 하면서 인간들의 집착과 고통의 공간을 형성하여 그 안에 실상 만물의 모습을 숨기고 있다.
하지만 욕심을 버리면 마음의 공(空)을 행할 수 있게 되어 청정한 무위 경지에 이르게 되는데, 이것은 항아리의 경계가 없어지는 것이니 즉 고통에서 벗어난 진정한 자유의 경지인 것이다.
작품을 보면 첫 이미지에서 매화가 메인 모티브로 생각되어 매화에서 무엇을 얻으려고 시도를 하게 된다. 하지만 순결하지 못한 매화의 모습에 곧 감정이 상하게 된다.
청(淸)나라 팔대산인(八大山人)의 매화도 당시 만주족에 저항하는 반청의식을 내포하는 자아로써 강한 이미지로 부각되었다. 아름다움의 승화가 아닌 일종의 삐뚤어진 추의 형태였다.
▲몽상-매화, 천에 먹, 아크릴, 45.5x53cm, 2014.
석종헌 작품 속 매화도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매화의 모습과 달리 추의 형태를 통해 공간개념의 항아리와 연결되어 있는 강한 자아를 연출하고 있어 내면의 공간과 해탈한 경지인 자유 공간을 넘나들고 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감정에 자아를 표현하는 것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려 하지만 석종헌 작가 작품세계는 정형화된 구속을 벗어나 추의 미로 확장된 영역에서 자아를 해방시켰다.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아름다우며 무엇이 진정한 가치를 가지고 있겠는가?
한편, 매화가 담고 있는 많은 이야기를 시각적 매화가 아닌 개념적 구성체로 구분되어 하나의 객체로 완성되는 매화를 작가적 회화방식으로 표현하는 석종헌 작가가 신작을 가지고 8월 29일부터 9월 4일까지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 갤러리 2관에서 관람객들과 만남의 장을 마련한다.
- 김현정 동양미술사학 박사 (정리 = 왕진오 기자)
김현정 동양미술사학 박사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