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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 2014부산비엔날레]임팩트 없는 작품, 한마디로 ‘실망’

비엔날레 타이틀 무색, 프랑스 작가 일색은 두고두고 말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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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98호 왕진오 기자⁄ 2014.10.02 08:36:15

▲2014부산비엔날레 본전시에 출품된 치하루 사오타의 ‘축적-목적지를 찾아서’ 설치 전경. 사진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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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왕진오 기자) 9월 20일 개막한 2014부산비엔날레는 한마디로 ‘실망’ 그 자체였다. 전시감독 선임 외압 논란을 빚은 오광수 전 운영위원장의 중도 사퇴와 연이은 지역 미술인들의 비엔날레 보이콧 운동, 실질적 권한이 없는 직무대행 체제로 변경되면서 마치 선장을 잃고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선박을 연상케 했다.

수영구 고려제강 공장에 설치된 중국 작가 헤 시앙규의 ‘탱크 프로젝트’ 작품은 바람이 빠진채 축 늘어져 있어 마치 부산비엔날레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 관람객들을 맞았다.

실험성과 지역성, 젊은 미술가 육성이라는 본연의 의도는 사라지고, 실험적이면서 예술의 표현 범위에 논란을 불러올만한 작품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세상 속에 거주하기’라는 주제로 꾸려진 부산시립미술관의 본전시는 “위기 상황에서 예술가들이 간접적이고 능동적으로 서로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을 펼쳐 보인다.”는 주제를 표방했다.

▲2014부산비엔날레 본전시에 출품된 필라 알바라신의 ‘당나귀’ 설치전경. 사진 = 왕진오 기자


하지만 27개국 작가 77명이 참여해 250여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본전시장에 놓인 작품들은 비엔날레라는 타이틀이 무색했다. 프랑스 출신 작가들의 작품을 위주로 펼치는 부산시립미술관의 ‘한불수교 기획 특별전’에 온 것 같은 강렬한 인상을 풍겼다.

프랑스 현대미술관 팔레드도쿄의 기획자 출신인 전시감독 올리비에 케플렝과 25명의 작가들이 깔끔한 시립미술관 전시공간에 이해하지 못할 작품만 덩그러니 가져다 놓은 인상이 강하게 드리웠다.

이를 비아냥거리듯 개막식을 앞둔 지난 19일 프랑스 전통 옷을 차려입은 한 아티스트가 바게트 빵을 나눠주며 비엔날레의 프랑스화 편중을 지적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또한, 비엔날레라는 전시에서 통상적으로 선보이는 강한 임팩트가 있는 작품이 눈에 띠지 않는다는 것도 관람객과 미술관계자들의 시선을 분산시킨 또 하나의 요인으로 부상했다.

여기에 비엔날레 무용론과 희망의 한줄기 빛을 보인 두개의 특별전이 마련되어, 극과극의 평가를 내놓았다.

피로감과 실망을 한꺼번에 안겨준 전시는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리는 ‘한국 현대미술 비엔날레 진출사 50년’전이다. 미술관이나 상업화랑에서 하나의 주제를 놓고 잘 알려진 작가들의 대표작품을 나열식으로 모아놓은 전형적인 전시 형태를 띠었다. 부산비엔날레 특별전이라는 타이틀 자체가 무리였다는 평가다.

▲수영구 고려제강에 설치된 ‘아시안 큐레토리얼’전의 헤 시앙규의 ‘탱크 프로젝트’ 설치 전경. 사진 = 왕진오 기자


아카이브 형식으로 지난 50여 년간 전 세계에서 열린 비엔날레에 참여한 한국 작가들의 출품작으로 보여준다는 기획의도로 미술전문지 월간미술을 관둔 이건수씨가 기획한 전시다.

‘아카이브’라는 형식의 전시 구성을 했다는 작품들과 자료들은 구색 맞추기 수준이라는 평이다.


‘아시아 큐레토리얼’전 호평

전시장 입구에는 상업화랑에서 보았고, 지금 현재도 전시가 열리고 있는 작가들인 강애란, 권오상, 김창열, 박서보, 정연두, 최우람, 최정화 등의 작품이 놓여있다.

우리나라 화단에 큰 획을 그은 대가들의 과거 참여 작품과 그 흔적을 찾기에는 전시장을 방문하기 보다는 스마트폰을 검색하는 것이 더욱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소리도 나왔다.

전시장에서 만난 복수의 미술계 인사는 “잘 나가는 작가들의 회고전을 열어주는 것이냐? 여느 상업화랑에서 하고 있는 기획전도 이것보다는 더 심도 있고 다양하게 작품을 조명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굳이 비엔날레 특별전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2억 대의 예산을 들인 전시가 구색 맞추기 같은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2014부산비엔날레 특별전 ‘한국 현대미술 비엔날레 진출사 50년’전이 펼쳐진 부산문화회관 전시장에 설치된 권오상 작가의 작품. 사진 = 왕진오 기자


이에 대해 권달술 운영위원장 직무대행은 “오광수 전 운영위원장이 만들어 놓은 판을 우리는 그대로 진행하면 된다. 현재 집행부가 할 일은 행사가 잘 마무리 되는 것이다”라며 전시 구성과 작가들의 선정 과정에 대해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침몰하는 양태를 보인 부산비엔날레를 구원하는 전시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중국 리우춘펑과 일본 하나다 신이치, 한국 서준호, 싱가포르 조린 로가 뭉쳐서 마련한 신진 큐레이터 전시 ‘아시아 큐레토리얼’전은 볼 만한 전시라는 평이 부산을 넘어 서울까지 퍼지고 있다.

'간다, 파도를 만날 때 까지 간다'를 주제로 한 이 전시는 ‘다다르지 못한 바다를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다’는 뜻으로 바다가 있는 도시에서 열리는 부산에서 아시아 4개국 도시의 사회문화적 현상을 9개국 36명의 작품 40여점을 통해서 보여주겠다는 전시다.

지난 20일 막을 올린 ‘2014 부산비엔날레’는 11월 22일까지 다양한 작품을 통해 비엔날레가 보여줄 수 있는 한계와 희망을 드러낸다.

부산시립미술관, 부산문화회관, 고려제강 수영공장 에서 열리는 비엔날레는 ‘세상 속에 거주하기’(Inhabiting the World)를 주제로 30개국 작가 161명의 현대미술 작품 484점을 전시한다.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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