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8호 김종우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2014.10.02 08:39:14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대상포진은 수두를 앓았던 성인에서 신경절에 잠복 감염되어 있던 수두바이러스가 재활성화 되어 발생하는 질환이다.
‘대상(띠모양)’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한두 개의 피부신경절만을 침범하여 발현되는 질환이므로 대부분 몸통의 반쪽, 한 분절만을 띠를 두른 듯한 모양으로 피부 물집이 생기며 매우 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대상포진을 단순한 피부병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지만, 실제로는 말초 감각신경을 따라 재활성화된 수두바이러스가 신경파괴 및 염증을 일으킨 후 피부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피부병변이 사라진 후에도 신경염증에 의한 ‘신경병성 통증’의 지속이 문제가 되는 말초신경질환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
대상포진의 평생 누적 발생률은 약 30~40% 정도로 알려져 있다. 특히 50대에 접어들면서 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하며, 최근에는 뉴스를 통해 연예인의 발병사례들이 보고된 것처럼 여러 가지 영향(환경오염 및 스트레스)으로 인해 젊은 층에서의 발생률 또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 중에도 특히 65세 이상의 고령에서는 발생률 자체가 높을 뿐 아니라 대상포진의 피부병변이 치유된 뒤에도 극심한 통증이 유발되는 ‘포진후 신경통’이 오랜 기간 지속되어 고령 환자에서 삶의 질 저하를 초래하는 대표적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통증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역치가 다른 만큼 매우 주관적이겠지만 서양의 한 연구에 따르면, 젊은 여성이 출산 시에 겪는 산고의 고통보다도 더 극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고령에서 많이 생기는 ‘포진후 신경통’은 오랜 기간 치료하여도 6개월 이상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가 많으며 치료과정 중 약물중독, 통증으로 인한 우울증 발생, 심지어는 자살에 이른 보고가 있을 정도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대상포진의 일반적인 경과를 살펴보면, 먼저 약 80%에서 피부병변이 시작되기 2~3일 전에 피부분절을 따라 이상한 감각 혹은 날카롭게 칼로 베는 듯한 통증이 생기며(발진 전기), 이후 붉은 반점이 생긴 후 빠르게 물집이 잡힌다(급성 발진기). 물집은 터지면서 약 10일에 걸쳐 마르게 되고, 이 후 딱지가 앉으며 가라앉는다(회복기).
따라서 발진 전기 및 급성 발진기가 의심되면 즉시 의사의 진찰을 받고, 임상적으로 의심되는 경우 항 바이러스제를 포함한 급성기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물집이 사라지고 딱지가 앉기 전까지는 임산부, 면역저하자, 영유아(특히 돌 이전)에게 수두의 형태로 전염될 수 있으므로 긴밀한 접촉을 피해야 한다.
대상포진 백신 어떤 사람이 맞아야 할까?
이런 문제들을 일으키는 대상포진의 예방을 위해 대상포진 백신이 개발되었다.
대상포진 백신은 1998년부터 2001년까지 미국에서 총 38546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대규모 임상연구가 진행되었는데, 전 연령에서 대상포진을 51%, 포진후 신경통을 67% 감소시키는 효능을 보여주었다. 또한 뇌신경을 직접 침범하는 위험한 대상포진(눈꺼풀 침범 대상포진), 흉터 형성, 감각상실 발생 등의 예방에도 효과적이었다.
2011년 우리나라 식품의약품 안전청에서 5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사용을 허가하였으며, 2013년부터 수입되어 현재 임상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그러면 대상포진 백신은 어떤 사람이 맞아야 할까? 수두를 앓았던 사람은 모두 대상포진의 발병 가능성이 있으므로 적응증이 된다. 일반적으로 1970년대 이전 출생자는 대부분 수두를 앓았다고 간주되며, 특히 대상포진의 발병률이 급격히 증가하는 50세 이상의 성인이 적절한 대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대상포진 백신은 중한 부작용은 거의 없는 안전한 백신이며,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주사부위 통증 및 발적인데, 대부분 4일 이내에 소실된다. 다소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포진후 신경통이 장기간 지속되어 받을 고통과 견주어 보면 좋을 것 같다.
그래도 맞아야 할 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 이미 대상포진을 앓은 지인들에게 통증의 정도가 어떠하였는지 물어보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대상포진 백신은 백혈병, 림프종, 골수 침범이 있는 악성 종양환자, 에이즈환자, 임산부 등을 제외하고는 접종 가능하며, 다른 예방접종과 동시에 맞아도 안전하다.
다만 대상포진을 이미 앓은 경우에는 약 1년 내에 재발이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1년 이상 경과한 후 접종받는 것이 좋다.
다른 동반질환 때문에 스테로이드제를 복용중이거나 암으로 치료받고 있는 환자는 미리 주치의사와 상의 후 접종하여야 한다.
대상포진 백신은 대상포진의 예방을 위해 개발된 백신이므로 대상포진의 치료를 위해 사용되어서는 안 되며, 수두백신 대용으로 사용되어서도 안 된다.
또한 열을 동반한 급성질환이 있는 경우 일반적 접종의 원칙에 따라 해당되는 급성질환이 회복될 때까지 접종을 연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김종우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정리 = 안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