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 2014 아시아 현대 도예전]전통도예 비교 분석, 현대도예 비전 가늠
한국과 대만·중국·일본·체코 도예 작품 한 자리에
▲중국 전시장에서 인간의 형상을 한 독특한 도예 작품이 눈길을 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도자기 공예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 전시가 반가울 듯하다. 9월 25일 전시 개막을 하루 앞두고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에서 열린 ‘2014 아시아 현대 도예전’ 프리뷰 현장을 방문했다. 미술관에 들어서자마자 탁 트인 로비에 설치된 그릇 같기도, 조각 같기도 한 다양한 형태의 도예 작품이 눈길을 끌며 전시에 대한 기대를 북돋았다.
올해로 11회를 맞이하는 ‘아시아 현대도예전’은 동아시아 현대 도예가들의 작품을 조명해 도자공예 및 조형예술의 최신 트렌드를 살펴보는 전시다. 2004년 일본 아이치현 도자자료관에서 시작됐는데, 처음엔 한국과 일본 대학원생의 소규모 전시로 열렸다. 그러다 그 규모와 형식이 진화돼 현재는 한국, 대만, 중국, 일본 증 4개국에서 매년 한차례씩 열리는 순회 국제 교류전 형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미술관 개관 8주년을 맞이한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에서 전시를 유치한다. 이번 전시에는 42개 대학 도예전공 교수 및 작가, 대학원생들이 참가해 한국 112점, 대만 83점, 중국 63점, 일본 62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그리고 올해엔 특별히 체코가 스페셜 게스트로 참여해 총 320여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평소엔 보기 힘든 동아시아 지역의 다양한 작품을 이번 전시에서 모두 감상할 수 있다.
▲대만은 세부 장식이 강조된 도예 작품들이 많다. 사진 = 김금영 기자
각 나라마다 지닌 도예의 특징을 비교해볼 수 있는 게 감상 포인트다. 우선 갤러리 1층에는 주최국인 한국의 현대 도예 작품들이 있다. 흰 벽면을 바탕으로 다양한 색과 형태를 지닌 조형 작품들이 더욱 돋보인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의 경희대 김승욱 교수는 도자기를 굽는 과정에서 급냉시켜 불규칙적이면서 아름다운 패턴을 담은 작품을, 홍익대 원경환 교수는 규격화된 틀에서 벗어나 형식상 자유를 추구한 작품을 출품했다. 전시에 참여한 우관호 홍익대 교수는 “한국 도예 작품들은 한 마디로 단정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데, 다르게 말하면 굉장히 자유로운 느낌을 준다. 조각에 가까운 작품이 많다”고 말했다.
1층을 벗어나 2층에 올라가면 중국, 일본, 대만, 체코의 도예 작품들을 차례로 볼 수 있다. 중국은 7개 대학에서 64점, 일본은 9개 대학에서 62점, 대만은 12개 대학에서 83점, 체코는 프라하 건축 예술 아카데미에서 5점을 출품했다.
▲한국의 현대 도예 작품들을 볼 수 있는 한국 전시장 전경. 사진 = 김금영 기자
도예는 무조건 그릇?
중국 전시관에서는 전통 도자의 형식 및 기법을 전승해 차용 또는 변용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그릇 형태부터 인간의 형상을 한 작품까지 다양하다. 일본 현대 도예는 정밀한 질감을 느낄 수 있다. 교토 세이카대학 마츠모토 히데오 교수는 석고 틀에 흙물을 붓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행위의 세세한 흔적을 담아 물성이 두드러진 작품을 선보인다. 대만은 세부 장식이 강조된 도예 작품들이 많은데, 국립동화대학 왕이웨이 교수는 유기적인 형상을 지닌 신체를 만들어 독특한 조형세계를 보여준다.
한국, 대만, 중국, 일본, 체코까지 동아시아 4개국이 함께 마련한 전시라는 점도 특별하지만 이 전시가 더욱 주목받는 것은 변화하고 있는 도예의 모습을 짚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도예’라 하면 단순히 그릇 형태를 떠올릴 때가 많다. 하지만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에서 마주한 도예 작품들은 독특하고 다채로운 형태와 색채 그리고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작품들이 주를 이뤄 눈길을 끌었다.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돔하우스 전관에서 열리고 있는 ‘2014 아시아 현대 도예전’에서는 다양한 형태를 지닌 도예 작품들이 전시된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작가나 교수를 지망하는 대학원생과 현역에서 활약하는 작가 및 교수까지 참여해 도예 작품이 단순히 그릇 형태로 이뤄진다는 선입견에서 벗어난 전시를 꾸렸다. 전통적 기(器)를 비롯해 쓰임새를 배제한 상징적 오브제, 아름다움과 기능성을 동시에 갖춰 예술과 공예의 경계에서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은 티팟(teapot), 도자 조각, 산업 도자 등 현대 도자사 흐름의 전반을 아우르며 앞으로 현대 도예가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가늠한다.
전시를 준비한 조지혜 큐레이터는 “현대 도예의 비전을 제시하는 전시”라며 “도자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정은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관장 또한 “올해로 11돌을 맞이한 현대도예전은 그동안의 전시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다가올 10년을 준비하는 전시”라며 “이번 전시에서 21세기 현대 도예의 잠재 능력을 가늠해보고자 했다. 각국이 지닌 독특한 도자의 전통과 작품 성향을 비교해보며 함께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014 아시아 현대 도예전’은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돔하우스 전관에서 2015년 1월 18일까지 열린다.
- 김금영 기자
김금영 기자 geumyou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