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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 큐레이터 다이어리]문형태, 그는 왜 그림을 그리나?

무엇을 먼저 그릴지 생각 안 해…‘Miss. K’ 주제로 작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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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99호 김재훈 선화랑 큐레이터⁄ 2014.10.06 16:07:05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자신의 이성과는 상관없이 그려진 작품, 문형태 작가는 평범하지만 범상치 않은 자신의 일상을 그리는 작가이다. 그는 자신의 일상과 함께 진지함과 장난, 기쁨과 슬픔, 가벼움과 무거움 등 갖가지 표정을 함께 짓는 광기 가득한 인물의 모습을 캔버스에 거침없이 담아내고 있다.

“솔직히 제가 무엇을 그리는지 모르겠습니다.”라는 작가의 이야기는 그가 아무 생각 없이 그림을 그린다는 대답이 아닌 무엇을 그릴지 먼저 생각하지 않는 방식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만큼 그에게 그리기는 삶의 특별한 순간이다.

문형태 작가는 미술계에서 뜨거운 사랑을 받는 작가이다. 특히, 그의 두터운 질감표현과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표정은 풍부하면서도 미묘한 감성으로 관람자의 마음을 끌고 있다.

또한, 어떤 비밀을 숨기고 있거나 심오한 뜻이 있을 것 같은 숫자기호도 작품에 흔히 등장한다. “이 숫자는 무슨 뜻이에요?” 필자가 질문했다.

“어린 시절 제가 본 외할아버지는 이상한 버릇이 있으셨어요. 늘 달력 뒤에 빼곡히 숫자를 적으셨거든요. 저는 제가 어른이 돼서 그 숫자의 의미를 부모님께 여쭈었더니 ‘받을 돈’이라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우습기보다 한 인간의 생전 기억이 이렇게 단순하게 각인될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이었어요. 외할아버지의 행동을 보면서 늘 궁금했던 어린아이의 순수한 호기심을 제 그림을 보는 많은 사람에게 주기 위함입니다. 뜻이 있든지 없든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문형태 작가는 작업할 때 독특한 습관이 있다. “저는 가던 길 밖에 못 갑니다. 다른 길로 가거나 익숙하지 않은 장소에 가면 불안해집니다.” 이러한 억압은 분신과도 같은 작품에 익숙한 장소의 흙을 바르게 만들었다. 그 흙은 작업실 주변에서 채취한 것이다.

“흙은 저의 일상의 시작한 곳과 마무리하는 곳 또한, 생성과 소멸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그의 작품에는 그의 솔직함과 순조롭지 않은 삶이 담겨 있다.

▲pineapple, oil, 45.5x53.0, 2013


졸업 이후 문형태 작가는 ‘넉넉하지 못한 형편으로 학업을 이어가는 것이 힘들었고, 성공할 만큼의 그림에 재능도 취직할 만큼의 자신감도 없다.’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의지는 강했다. 고민 중 용돈을 벌겠다고 홍대 앞 프리마켓에 작품을 팔기 위해 뛰어든 것이다.

“프리마켓에서 뜻밖에 많은 사람이 제 작품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후, 매달 약간의 작업을 보내주고, 자신들의 블로그에 나를 홍보해주며, 제가 만든 물건들을 구매한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그들 덕분에 저는 지금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 살 수 있는 거죠.”


Miss. k,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 전해

자신을 인정해주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 문 작가는 자신감을 얻었다. 제대로 갖춰진 전시회를 하고 싶어졌고, 인사동에 전시장을 알아보기 위해 돌아다녔다고 한다.

하지만 전시장 대관료 이야기에 힘만 빼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대관료를 모으는 일이 녹록치 않았던 차에 문 작가는 한 음악가로부터 악기를 담을 나무상자 제작을 요청하는 메일을 받는다.

▲midnight Picnic, 45.5X37.9cm, Oil on canvas, 2014


“정성스럽게 요청한 메일에 마음이 갔어요. 무료로 만들어 주겠다고 했는데, 음악가분이 저를 특이하게 보았나 봐요. 만나자고 하더군요. 신사동 카페에서 만났을 때 그분이 진행하려는 계획을 들었어요. 자신들의 음악은 이미지아트라는 것으로 책을 읽고 그 감정을 작곡하는 일이래요. 1집은 무라카미 하루키와 작업했다고 하더군요, 2집은 이해인 수녀님과 계획 중이었어요. 문작가를 알았으니 함께 하면 어떻겠냐 하며 제안하더라고요.”

문형태 작가와 이해인 수녀님과의 인연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이해인 수녀님의 글을 읽고 음악가들은 작곡했고, 문 작가는 음악과 글을 읽고 그림을 그렸다.

“행복”이라는 커다란 주제로 책, 음반, 전시회를 세상에 내놓는 기획이었다. 여기서 적지 않은 지원비를 받게 되었고 작가는 갤러리 토포하우스에서 전시회를 열게 됐다. 앙코르로 2주가 연장된 이 전시는 미술계와 사람들에게 더욱 많은 관심을 받았고, 문 작가는 초대전을 시작하게 됐다.

“그리운 K여. 발견을 위한 지도가 필요하지 않은 건 오직 보물 그 자신이라는 것을 나는 이제 알았습니다. 살아서 숨 쉬는 동안에 내가 당신을 만날 수 있다면, 완전한 나의 집, 무지개 같은 당신께 나는 일흔아홉 빛깔로도 부족할 무지개의 정원을 그려 드리겠습니다.” [문형태의 Rainbow Garden 2009 에서 발췌]

▲문형태 작가

문형태 작가는 작업 중 손가락을 심하게 다쳤던 경험이 있다고 한다. “작업이 안 풀리고 힘들어할 때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한 적이 있어요. 얼마나 아팠으면 이 손만 나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의외로 작업에 대한 문제가 간단히 풀리는 순간이었습니다. 깨끗이 씻은 사과를 바라보는 일보다 매끄러운 사과에게 깊은 상처를 냈을 때 나는 비로소 사과가 담긴 바구니가 내 앞에 놓여있다는 것을 믿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시 작가의 상처는 자신을 눈 뜨게 했고, 자신을 찾는 여행을 시작하게 된 것일지 모른다. 그리운 자신에게 편지를 쓰고, 그림을 그려주는 방식으로 말이다

‘Miss. k’는 선화랑에서 10월에 열리는 문형태 작가의 작품전 주제이다. 이번 전시는 Miss에 담긴 다양한 의미를 보아도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감수성이 말라버린 누구에게는 가슴을 촉촉이 적시는 감성의 단비를, 호기심 가득한 누구에게는 무한한 상상력 세계를 느낄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 김재훈 선화랑 큐레이터 (정리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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