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전시]4칸 만화에 담긴 우리시대 자화상
45년간 연재한 최장수 시사만화 ‘고바우 영감’특별전
▲고바우 영감이 전시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찾은 김성환 화백이 전시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 왕진오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한 가닥 머리카락과 코에 걸친 안경을 낀 채 4칸 만화 속에서 한국현대사를 담아 온 ‘고바우 영감’은 1950년 ‘만화신보’와 ‘사병만화’를 통해 세상에 첫 등장한 이후 1955년 2월 1일 ‘동아일보’를 시작으로 45년간 1만 4139회를 연재한 한국 최장수 시사만화이다.
처음에는 무언극 형식으로 생활 속에서 웃음을 주는 내용이었다. ‘고바우 영감’의 캐릭터는 키가 작고, 한 가닥 머리카락에, 코에 걸친 안경과 무표정으로 대표된다. 다만 머리카락을 통해 캐릭터의 심리가 다양하게 표현된다.
평상시, 놀랐을 때, 화가 났을 때, 황당할 때 모두 한 가닥 솟은 머리카락으로 심리상태를 표현하던 ‘고바우 영감’은 많던 머리카락이 어떻게 단 한 가닥만 남게 되었는지 만화를 통해 설명하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감에 변하는 고바우 영감의 모습은 실재하는 사람처럼 대중들에게 더욱 친근감을 주었다
김성환(82) 화백은 “성은 고(高)가요, 이름은 우리나라 민족성을 살린 구수한 체취와 강직한 보수성을 나타내기 위해 바위(巖)란 뜻으로 바우라고 붙였다. 고란 성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느끼고 있는 민족적인 열등의식을 철저하게 반대하자는 고고한 정신을 살리고자 하는 뜻이 내포된다.”고 ‘고바우 영감’ 탄생의 비화를 설명했다.
4칸 만화를 통해 만화 자체의 재미와 함께 시대의 이슈를 다루는 시사성뿐만 아니라 풍자와 해학으로 정치와 사회를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독자들과 공감한 ‘고바우 영감’은 국민들에게 사랑받고 한국을 대표하는 시사만화가 됐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묘사를 통해 사회의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45년간 현대사를 풍자와 해학으로 담아낸 원화와 풍속화 등 관련 자료 200여점이 ‘고바우로 바라본 우리 현대사’라는 제목으로 10월 7일부터 11월 30일까지 대한민국역사박물관(관장 김왕식) 기획전시실에서 세상과의 소통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총 4부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시대와 소통하고 독자들로부터 큰 공감을 불러 일으켜 민의의 대변자로 자리매김한 고바우 영감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고바우가 바라본 우리 현대사 특별전이 열리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외경. 사진 = 왕진오 기자
제1부는 ‘고바우 이야기’로, 고바우 캐릭터의 탄생과 변천, ‘고바우 영감’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의 유형과 양상, ‘고바우 영감’이 세운 다양한 기록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제2부 ‘고바우와 한국현대사’ 공간에는 필화사건, 현대사의 주요 사건과 문화현상을 만화와 유물로 연계 하여 이해를 돕고, 역대 대통령등 주요 정치인의 캐리커처가 등장한다.
또한 미디어 체험을 통해 7700 점의 원화 작품을 시기별, 날짜별로 찾아볼 수 있는 ‘고바우와 아카이브’도 마련했다. 여기에 고바우와 함께한 김성환 화백에 대한 조명과 함께 김 화백의 다양한 만화 작품과 저서 등이 소개되고, 기념우표, 고바우 상호 생활용품, 간판, 광고, 영화, 동요 등 우리 일상과 함께한 다양한 ‘고바우’를 ‘고바우와 김성환’ 섹션에서 만날 수 있다.
아울러 언론탄압 시기에 가위질을 당해 신문에 실리지 못한 검열 불통과분 원화도 처음으로 공개 된다.
전시를 마련한 김왕식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은 “고바우영감이 담고 있는 시대정신과 시대공감, 사회문화사적 가치를 조망해봄으로써 현대사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등록문화재 제538호로 지정
‘고바우 영감’의 작가 김성환은 4칸 만화를 통해 서민들의 친구로, 날카로운 시대의 대변인으로 우리 현대사와 함께했다. ‘고바우’와 ‘김성환’이 동일시되거나 ‘고바우 김성환’으로 불리는 것도 그러한 까닭이다.
김 화백은 ‘고바우 영감’을 그리면서 주연을 빛나게 해주는 것이 조연의 역할이라 생각하고 효과적인 조연 캐릭터를 만들고자 했다. 당시 시대상을 크게 반영하며,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조연은 경찰과 도둑, 사장과 종업원 등이다.
경찰은 날카로운 코와 무표정한 얼굴 그리고 제복으로 형상화 시켜 당시 경찰에 대한 인식을 구체화했다. 도둑의 모습은 모자와 검은 두건 그리고 풍부한 표정과 어수룩하게 당하는 모습으로 오히려 경찰보다 더 친근하게 등장하기도 한다.
▲고바우가 바라본 우리 현대사 특별전에 전시된 각종 원화와 기록물을 관계자가 살펴보고 있다. 사진 = 왕진오 기자
이를 통해 당시 권력의 말단에 위치하면서 권력자를 위해 일하는 경찰의 모습과 생활고로 인한 생계형 도둑을 절묘하게 대비시켰다. 만화에 등장하는 조연들은 이미 단순한 조연이 아닌 그들 하나하나가 당시의 사회상을 보여주는, 그리고 작가가 생각하는 사회상을 밝히는 중요한 캐릭터가 됐다.
김성환은 1949년 만화 ‘멍텅구리’로 등단한 이래 ‘꺼꾸리군 장다리군’, ‘소케트군’등의 만화를 그렸고 수필가, 화가로서도 왕성하게 활동했다. 우리나라 현대사를 연구함에 있어 중요한 학술적 ·사료적 가치를 인정받아 ‘고바우 영감’ 원화는 2013년 2월, 등록문화재 제538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CNB저널 = 왕진오 기자)
왕진오 기자 wangp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