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희 큐레이터 다이어리]미술이 왜 어렵나? 읽으려 하지 말고 감상하면 느껴진다
미술전시장이 왠지 어색한 사람들의 고충을 줄이기 위한 제언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예술이나 미술전시장이 어색한 사람들의 많은 고충은 도무지 미술품 앞에 서있으면 무슨 생각부터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양손을 절레절레 흔든다. 이런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줄었으면 하는 마음에 글로 정리해보려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술, 전시하면 가장 먼저 찾는 것이 대형 상설 전시인 ‘퐁피두 미술관전’,’오르세미술관전’, ‘빛의화가램브란트’, ‘ 인상파전’ 등 명화전시를 찾아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학창 시절 미술 교과서에 등장하는 미술품들을 내 눈으로 직접 보겠다는 일념, 또는 서양미술사의 해박함을 확인하기 위함인듯 작품 하나하나 앞에 서서 지적 욕구 충족의 감상 시간을 갖는다. 작품을 감상하기보다 인상파가 어떻고 고흐나 고갱이 어떻고, 좀 더 나아가 작품이 시대별 연대별로 이 시대에는 이랬고 저랬고, 자신이 인지하고 있던 서양미술사를 상기시키는 시간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다.
혹은, 아직 서양미술사를 완파하지 못한 이는 자신의 지적 교양 수준을 반성하며 작품설명 기기를 목에 걸고 귀 기울여 듣기 바쁘다. 그림, 예술품은 “보는” 건데 말이다.
이런 이들에게 현대미술의 매력을 일깨워주고 싶어 추천해줘도 언제나 돌아오는 반응은 매한가지이다.
“현대미술은 어려워서…”,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겠다. “난해한 작품들 앞에 서서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바라보다 사진 한번 찍고, 그나마 필자의 여가 생활수준을 문화생활을 통하여 좀 높였구나…….라는 위안과 함께 발길을 돌리기 일쑤다.
왜, 현대미술을 어렵게 생각하는 것일까. 이상하게 음악의 고전인 클래식은 어려워하고 현대음악, 대중음악은 즐거워하면서, 그림은 고전, 명화를 오히려 쉬워하고 현대미술은 어려워하는 것일까. (현대음악, 대중음악, 현대미술의 분류와 정의에 대해서는 조금 더 다른 개념의 설명이 필요하지만)
▲2007년 반고흐전이 열린 서울시립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 사진 = 왕진오 기자
답이 없는 미술품, 답을 찾으려 말라
음악을 들으면서 “이 음악은 다장조이며, 여기서 당김음이 사용되었고, 16분의4박자로 어떠한 비트이며. “ 라고 분석하면서 듣는 것이 일반적인가?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의 구성은 어떻고, 촬영기법과 앵글의 각도는…”이러쿵저러쿵 읽어 내려가지 않는다. 허나, 미술은 왜 읽고 싶어 하는 것인가. 아무래도 강박이 있는 듯하다.
이러한 지적을 언급하면, 그럼 답이 없는 이 현대미술품 앞에서 어떻게 답을 찾아야 하며,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일까.
답은 없다. 미술 감상은 자신의 지적 수준을 확인하는 시간이 아니라 음악이나 영화를 감상하는 것처럼 비슷한 것이라 말해주고 싶다. 이 음악 좋다, 슬프다, 영화 감동적이다 등 한 단어의 느낌만 느끼고 돌아가도 충분하다.
물론, 미술이라는 장르가 다른 예술 장르 보다 조금 더 어려운 것을 아예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많고 깊은 개념과 철학을 너무 일축시켜 표현하는 것이 감상하는 사람에게는 수수께끼 마냥 답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을 갖게 만듦은 인정한다. 허나, 이렇게 더 들어 나지 않는 특성 때문에 당신이 갖고 있는 오감을 더 한껏 열어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혹자는 화장실에 놓여있는 뽀얀 비누를 보고서도 그 어디에도 없는 미니멀한 모양새를 감탄하며 우리 집 화장실에 놓여있는 예술품이라며 감상하는 즐거움이 쏠쏠하다고 표현한다.
오감을 여는 훈련이 익숙해지면, 일상생활의 소소한 아름다움도 극대화 되며 삶이 더 풍요로워짐은 당연하다. 이러한 과정이 지나면, 작품 앞에서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2014년 오르세미술관전이 열린 국립중앙박물관의 작품을 관람하고 있는 관객. 사진 = 왕진오 기자
다음, 조금 더 심화 과정으로서 바쁜 현대인의 삶 속, 인생 속 철학이나 가치관에 대하여 생각해보는 시간의 수단으로 예술품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시대의 대 작가 안젤름 키퍼는 “자기 존재에 대한 설명을 찾아 헤매되 그 해답은 영영 찾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자 운명이다.” 라고 할 정도로 인간이 살아가면서 자신 스스로에 대한 고찰을 통한 철학의 확립은 굉장히 중요하다.
이러한 것들을 화두로 삼으며 관람객에게 끊임없이 소통을 시도하는 것이 예술가의 의무이다.
오감을 열어 커다란 백지의 하얀 캔버스 앞에 서있는 작가를 상상해 보아라. 그 앞에서 무엇을 그릴지 고민하는 작가의 마음을 읽으려 말고 감상하면 느낄 것이다.
(CNB저널 = 김연희 나무 모던 앤 컨템포러리 큐레이터) (정리 = 왕진오 기자)
김연희 나무 모던 앤 컨템포러리 큐레이터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