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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 정현 작가]“시련은 아름답다”

학고재갤러리서 두 번째 개인전, 침목·석탄·아스팔트 콘크리트가 오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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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02호 김금영 기자⁄ 2014.10.30 08:42:19

▲입체 조각과 드로잉 등 다양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정현 작가. 사진 = 김금영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역동적인 힘, 다양한 드로잉과 입체 조각이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요소였다. 그리고 이 작품들을 정현 작가가 탄생시켰다. 학고재갤러리에서 11월 9일까지 두 번째 개인전을 가지는 그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작가는 재료에 지나친 변형을 주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재료가 지닌 천연의 특성을 잃지 않도록 작업한다. 그런 그가 눈길을 돌린 것은 주로 버려진 철물이다. 버려지고 낡아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침목, 석탄, 아스팔트 콘크리트, 잡석 등 재료들이 품고 있는 힘을 표면 밖으로 끌어내는 데 주력한다.

그리고 그 재료들이 지닌 본연의 성질 속에서 인간의 꾸미지 않은 진정한 모습을 끌어낸다. 한 예로 종이 위에 연필 대신 콜타르 또는 오일바를 이용해 마치 인간의 얼굴 같은 형상을 그렸는데, 이는 사람의 머릿속을 스쳐가는 예민한 생각들을 표현했다.

▲연필 대신 콜타르 또는 오일바를 이용해 그린 드로잉 작품들. 역동적인 힘이 작품에 흐르고 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드로잉 작업을 할 때 이미 만들어진 붓을 사용하지 않아요. 완벽한 재료는 쓰지 않죠. 나무껍질이나 하드보드지를 구겨서 찍어 그리곤 합니다. 어떤 재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림에 담기는 느낌이 확연하게 달라지거든요. 전 식상하게 만들어진 이미지를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재료가 지닌 본연의 역동적인 성질을 작품에도 담고 싶었죠.”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하찮은 것에서 좋은 본질을 끄집어내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작업을 하며 겪었던 일화를 이야기해줬다. 작업실 근처에 작은 동산이 하나 있었는데 산책을 하다가 쓰러져 있는 나무들을 발견했다. 햇빛과 물이 충분치 않아 잘 자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무는 비바람을 견디고 땅에 뿌리를 박은 채 햇빛을 받기 위해 가지를 위로 뻗어나가고 있었다. 그 모습에서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은, 오히려 더 치열한 생동감을 느꼈다. 그때부터 작가는 나무, 더 나아가서는 재료가 지닌 본연의 성질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게 됐다.

▲흘러내리는 녹물을 인위적으로 변형시키지 않고 본연 그대로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사진 = 김금영 기자


하찮은 것에서 좋은 본질 끄집어내는 과정

드로잉 작품 뿐 아니라 입체작품에도 이런 의도가 반영됐다. 파쇄공의 경우 본래 무게가 약 16톤인 쇳덩어리를 자석으로 25미터 높이까지 올렸다 떨어뜨리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한 작품이다. 파쇄공은 6~7년 동안 이 과정을 거치면서 16톤이었던 무게가 8톤까지 닳고 크기도 줄어들었다. 인위적으로 깎은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인고의 세월 속 만들어진 작품이다.

“제가 이런 재료들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모두 시련을 겪은 것들이기 때문이에요. 앞서 말한 나무껍질의 경우에도 비바람을 굳건히 견뎠던 재료죠. 인간도 그저 평탄하게 사는 것보다 시련을 거쳐야 딛고 다시 일어나 더 발전하는 것처럼 재료 또한 혹독한 시련을 거치는 만큼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봅니다. 그만큼 본연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이 느껴지죠.”

▲파쇄공 작업은 6~7년 동안 작업 과정을 거친 결과물로, 시련을 거치고 새로운 창작물을 탄생시키려는 작가의 의도가 반영됐다. 사진 = 김금영 기자


녹물을 이용한 작업도 독특하다. 철판 위에 철을 녹슬지 않게 코딩해주는 광명단을 바르고 그 위에 페인트칠을 해 캔버스를 만든 뒤 끌로 긁고 흠집을 낸 다음 바깥에 내놓았다. 그러면 햇빛도 받고 비도 맞으면서 흠집 부분이 산화돼 녹이 슬고 녹물이 흐르고 먼지도 묻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재료가 만들어내는 천연 작품에 개입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자연이 만들어주는 작품이다. 인위적인 것을 좋아하지 않고, 시련과 역경을 딛고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작가의 성향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저는 처음부터 작품을 잘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제 솔직한 감정을 작품 속에 툭 던져 표현할 수 있나 고심하죠. 그리고 그 감정을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방법은 천연 재료에 인고의 작업을 담는 것이라 느꼈습니다. 혹독한 시련을 거친 결과물은 모두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그 깊이를 작품에 담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겠습니다.”

(CNB저널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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