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과 음악 함께 전시하는 ‘화음프로젝트 페스티벌’
▲스페이스C는 멀티미디어 퍼포먼스 비디오, 사진 등의 작품과 음악을 함께 선보였다.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미술 작품이 음악으로 표현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2014 화음프로젝트 페스티벌’이 그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림 화(畵)’에 ‘소리 음(音)’으로 제목부터 그림과 음악의 결합을 뜻하고 있는 이 페스티벌은 그림이 주는 영감을 통해 현대음악을 구성해 나가는 프로젝트다. 작가의 작품을 보고 영감을 받은 작곡가들이 음악으로 표현하고, 또 음악에 영감을 준 작품까지 함께 전시돼 음악과 전시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2011년 처음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2014년까지 다양한 미술작품과의 교감으로 130여 곡의 현대음악 창작곡을 탄생시켰다. 올해 4번째를 맞이한 이 프로젝트에는 제주도립미술관, 서울미술관, 서호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스페이스C, 문화공장오산, 대전시립미술관, 대구시립미술관이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강준일, 김광희, 김성기, 백영은, 임지선, 곽은영, 윤승현, 임종우, 유범석, 최은진, 최징연, 이일주, 김은영, 유도원, 배동진, 오예승, 한 대섭, 이문석, 이호용 작곡가가 음악을 만들었다.
▲10월 25일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진행된 화음 프로젝트 전경.
10월 4일 제주도립미술관을 시작으로 2개월 동안 전국 8개 미술관에서 화음 프로젝트 페스티벌이 진행 중이다. 제주도립미술관에서는 김만수 작가의 ‘정물화평도’에서 영감을 받은 작곡가 백영은이 실내악 작품을 초연했다. 김만수는 서귀포 출신 서양화가로, 현대적 색채화로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작가다. 10월 12일과 26일엔 서울미술관에서 최우람, 강영호, 김찬중 작가 등이 참여해 작품을 선보인 ‘하이브리드(Hybrid)’전을 주제로 이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다음으로 10월 18일엔 서호미술관에서 이사라 작가의 ‘드림(Dream)’ 전시에서 받은 영감으로 신진 작곡가 배동진이 작곡한 현대 창작음악을 초연했다. 그리고 10월 25일엔 광주시립미술관이 광주비엔날레 20주년 기념 공연으로 작곡가 강준일의 창작곡이 초연됐다. 여기에 정영창 작가의 작품도 함께 전시됐다.
스페이스C는 9월 18일부터 11월 29일까지 ‘퍼포먼스-멀티플리시티: 떼아트리캘리티 인 비디오 아트(Performance-Multiplicity: theatricality in video art)’를 타이틀로 전시를 연다. 한국을 포함한 9개국 작가들의 20여개 멀티미디어 퍼포먼스 비디오, 사진 등의 작품들이 전시된다. 그리고 이 전시로부터 받은 영감으로 작곡된 4곡의 화음 프로젝트 창작곡이 11월 1일 이 공간에서 초연됐고, 1곡이 재연됐다.
▲대구시립미술관은 이배 작가의 작품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음악을 ‘화음 프로젝트’에서 공개한다. 사진은 이배 작가 작품.
전국 9개 미술관과 작곡가 15명이 협업
문화공장오산은 11월 13일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유럽작가 10인과 한국작가 10인 총 20명의 미술작가가 참여하는 오산문화공장의 ‘더 매뉴얼(The Manual)’전은 작가와 작업의 분리를 핵심 내용으로 이뤄지는 전시다. 작가는 3명의 작업자에게 ‘작품 제작 매뉴얼’을 제공하고 3인의 작업자는 2시간의 제한된 시간 안에 작업을 마무리해 작품을 완성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되는 현장 소음을 채집하고 변조해 음악적 재료로 만들어 사용한 컴퓨터 음악을 작곡가 이호용이 창작해 초연한다.
그리고 문화공장오산은 11월 15일 화음프로젝트 부대행사도 진행한다. 제1회 어린이 화음 프로젝트 ‘컴퓨터로 소리 만들기 놀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 행사는 어린이들에게 현대 미술과 창작음악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마련됐다. ‘클래식음악과 현대음악의 이해’를 주제로 강의가 진행되고, 이어 소리를 채집하고 컴퓨터를 이용해 소리를 만드는 체험, 전시공간을 함께 관람하는 시간이 진행된다.
문화공장오산에 이은 다음 타자는 대전시립미술관이다. 대전시립미술관은 과학자들과 함께 미술과 과학의 융합을 시도하는 대전프로젝트를 2013년부터 진행하고 있는데, ‘에네르기’와 ‘브레인’을 주제로 전시를 선보여 왔다. 11월 21일 진행되는 프로젝트에서는 과학자, 미술가, 작곡가가 함께 작업해 과학, 미술, 음악의 융합을 시도하는 작업을 보여준다.
▲서호미술관은 10월 18일 이사라 작가의 ‘드림(Dream)’ 전시에서 받은 영감으로 신진 작곡가 배동진이 작곡한 현대 창작음악을 초연했다. 사진은 이사라 작가 작품.
마지막으로 11월 22일에는 대구시립미술관이 화음 프로젝트를 마무리한다. 대구미술관은 대구 출신으로 파리에 거주하며 국제적인 활동을 해온 이배 작가의 개인전에 화음 프로젝트를 버무린다. 이배 작가는 30년 가까이 숯으로 데생을 하고, 가루를 내 안료를 만들어 사용하면서 여러 가지 형태의 캔버스 작품이나 설치 작품을 만들어왔다. 작가의 ‘이슈 오브 파이어(Issue of Fire)’ 작업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작곡가 곽은영이 음악을 전시 작품과 함께 선보인다.
미술작품과 음악은 각각의 장르로도 매력이 있지만 이 둘이 만났을 때 새롭게 만들어지는 또 하나의 예술 작품은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깊어가는 가을날 이 즐거움을 마음껏 만끽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CNB저널 = 김금영 기자)
김금영 기자 geumyou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