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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 큐레이터 다이어리]후원의 기쁨, 해본 사람은 안다

이상적인 후원은 어떤 규모이건 실천으로 감동을 가슴에 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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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03호 신민 진화랑 기획실장⁄ 2014.11.06 08:54:26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후원을 하고자 하는 마음의 씨앗은 어떤 계기로 싹을 틔우는 지 개인적 경험담을 조잘 거리고 싶다. 후원이라는 경험이 내 인생을 찬란하게 물들인다고 느낀 이상, 나 이런 순간에 행복했다고 자랑하고 싶어 입이 간지럽다.

전시를 준비하다 보면 유난히 더 애정이 가는 작가들이 있다. 연령에 상관없이 우연히 서로가 함께 할 때 열의를 발휘하게 되는 경우가 그렇다.

필자가 그 작품을 믿고 선택했다는 것 자체에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해주고, 더 좋은 작품을 선보이는 것으로 보답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면 내 에너지를 얼마를 쓰더라도 아깝지가 않다. 전시관련 일들은 기본이다. 그들의 가계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필자는 월급을 모아 작품을 샀다. 그럴 때마다 내가 항상 고수하는 방식은 전시를 마치고 뒤풀이를 할 때 고생하셨다는 말과 함께 작품 값을 전달하는 것이다. 이쪽 동네는 고객들이 늦게 입금을 하고 갤러리도 늦게 처리하는 경향이 많아서 작가들은 늘 발을 동동 구르며 우는 소리를 하는 일이 다반사다.

필자 역시 얼마나 힘든지를 체험하곤 해서 나라도 한 순간 이나마 마음고생과 피로를 씻어주고 싶었다. 진심을 실천하는 것은 상대의 가슴에 평생 여운을 남긴다. 그 순간은 내게도 진정 행복한 기억이다.

이러한 과정이 쌓이면 서로 진정한 조력자의 마음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 같다. 미술작가에게 작품 구입은 최고의 후원이다. 물론 작품 제작비를 지원하고 작품을 기증받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후원이겠지만 그러한 세련된 문화는 앞으로 내가 개척해가야 할 몫이다. 

그런데 이미 예술가의 작품 제작 과정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퍼져나가는 추세다. 크라우드 펀딩업체는 꽤 다양한 분야를 대상으로 퍼져나가고 있는데 그 중 텀블벅이나 유캔펀딩사이트는 문화, 예술, 기술 창작을 중심으로 기금을 모으는 플랫폼으로 주목 받고 있다.

소소한 돈이 모여 누군가의 꿈을 실현시키는 곳. 끌리지 않을 수 없는 공기다. 갤러리에서 함께 일해 온지 벌써 4년이 되어가는 후배가 있다. 일명 나의 오른팔인 그 친구는 소위 홍대 문화가 삶의 일부이고 고양이를 유난히 좋아한다.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인디 뮤지션을 때마다 텀블벅을 통해 후원한다. 음반이 발매되면 공연포스터나 CD를 선물 받는 것 정도가 후원의 혜택이다. 얼마 안 되는 월급임에도 아티스트가 계속 활동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소정이라도 후원을 한다는 사실에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홍대문화를 활성화하는데 일조하고 있구나!” “대단하다 야!” 라는 격려의 말이 절로 나왔다.


후원이란 투자로 감동을 먹고 살자

최근 그 친구는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 4명과 팀을 꾸려 길고양이를 돕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홍대 카페에 모여 엽서크기에 각자 고양이를 주제로 그림을 그렸고, 1년이 지나 삽화책 한 권을 만들 수 있는 분량이 쌓이자 텀블벅에 ‘거리의 식빵들’ 제목으로 출판 후원신청을 했던 것이다.

출판이 되면 책 판매수익은 전액 길고양이 협회에 기부되어 길고양이들의 사료를 구입하는데에 쓰일 예정이다. 사랑스러운 행위에 박수쳐 주고 싶어 후원자로 나섰다. 그리고 두 명의 후원자를 더 끌어왔다.

프로젝트 내용보다도 순수한 마음에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런 친구들이 많아질수록 세상은 아름다워 질 텐데 그 이상 좋은 이유가 필요치 않았다. 그 친구는 항상 내가 주최가 되어 진행하는 일들을 돕는 역할을 해왔다. 그녀에게는 자신이 주최가 되어보는 의미가 큰일인 만큼 이번에는 내가 도움을 주고 싶었다.

일련의 경험들은 내가 ‘따뜻한’ 이라는 수식어를 단 큐레이터로서 존재하고 싶은 동기부여가 되었다. 감동이 오가는 일이 없을지 매일 궁리하던 때 막연한 생각들이 실현될 기회가 주어졌다.

▲2013 CNB미디어 소아암돕기 자선전 ‘사랑나눔기쁨’ 오프닝 행사. 사진 = 왕진오 기자


IBK 기업은행 행복나눔재단에서 주최하는 전시를 위해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곳은 초등학생들에게 청년 멘토를 자원한 대학생들 ‘나누미’ 들과 다양한 이벤트를 꾸려가는 중이었다.

이번에는 평소와 반대로 멘토들이 멘티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자신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 가방을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광장시장에서 천을 지원받아 미술에는 문외한이던 학생들이 가방을 창작해보고, 그 과정과 결과물을 모두 전시장에 펼쳐 보이는 것이다.

‘꿈꾸는 가방’ 전시를 준비하는 재단의 스텝들은 언제 보아도 밝음, 감사함이 표정에 가득했다. 내가 나이 들어가면서 더욱 지니고 싶은 아우라다.

참여 멘토들은 평생 자부심으로 남을 만한 추억이 될 것이라 설레어 했고, 광장시장 대표 이사장님은 대량으로 쌓여있던 천이 재탄생한 모습에 가슴 벅차했으며, 재단관계자들은 뭉클한 기쁨을 맛보았기에 내년에는 좀 더 규모 있는 행사로 확장시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후원이 어떠한 이득을 목적으로 하는가에 따라 변질되는 경우도 있지만 다행히 예술분야에서는 무엇인가 제공했을 때 그 결과물을 함께 향유할 수 있기 때문에 아름답게 흘러갈 확률이 높다.

필자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후원은 어떤 규모이건 내가 그것을 실천했을 때, 주고받는 피드백에서 감동의 잎사귀가 싹트는 순간들을 서로의 가슴에 담는 것이다. 상대가 기뻐하는 표정을 보고, 나도 좋은 사람이 되어서 덩달아 기쁜 것. 그 이유만으로 하는 것이 후원이다.

좋은 사람이 되는 것만큼 자신의 존재감을 높일 수 있는 것이 또 있을까. 얼마나 짜릿한지 해본 사람은 안다. 행복을 찾아 사막을 헤맬 필요가 없다. 후원할 곳은 도처에 있다. 후원이라는 투자로 감동을 먹고 살자.

(CNB저널 = 신민 진화랑 기획실장) (정리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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