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훈 큐레이터 다이어리]큐레이터의 송구영신
변화에 적응하기 바빴던 2014년, 결실의 2015년 기대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작년 이맘때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썼던 큐레이터의 일기를 다시 읽어 보았다. 당시 2013년 미술 시장의 어려움에 대한 것과 이를 이겨내기 위한 각오가 적혀 있었다.
2014년, 우리는 당시의 어려운 형편을 헤쳐가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다. 한해가 지난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필자가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던 시장의 다양한 모색 중 눈에 띄는 것은 젊은 작가의 약진과 점점 낮아지고 있는 시장의 문턱이다.
올해 초 필자가 근무하는 화랑에서는 9년 만에 하나의 기획전이 부활했다. 바로 예감전이다. 보통 6명~10명의 30~40대 젊은 작가가 참여하는 ‘예감전’은 활발한 활동을 예고하고, 한 해의 미술경향을 가늠해 보는 전시이다.
하지만 화랑과 미술애호가들이 느끼는 젊은 작가에 대한 경계심이 있었다.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로 인해 예감전은 시작부터 수익성과 홍보에 대한 부담감 등의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와 같은 사고를 전환하기 위해 작가 섭외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으며, 실험성과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도 과제였다.
하지만 신진 작가라고 예전과 같이 스승과 선배를 따라다니며 전시장에서 일을 돕고 기회를 받는 작가로만 생각하면 큰 오산이었다. 이미 젊은 작가 중에는 시장경쟁력을 갖추고 힘차게 약진하고 있는 작가들도 찾아볼 수 있다.
전시를 진행하면서 크게 느낀 점은 앞서 말한 것과 같은 기존의 편견을 깨고, 활동을 보이고 있는 젊은 예술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예감 기획전에 참여한 젊은 작가 대부분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되어 있었다. 또한, 이들은 자신의 작품에 대한 관람자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다.
▲2014 마니프국제아트페어 전시전경. 사진 = 마니프
특히, 소셜 네트워크와 블로그,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신작을 소개하고 일상과 생각을 이웃과 팬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젊은 작가의 경쟁력은 많은 기회와 다양한 전시경험으로 더욱 높아지고 있으며, 이들은 미술 시장을 빠르게 이해하고 적응한다.
2015년 9월 어포더블 아트페어 예상
이처럼 열정적인 젊은 예술가를 지지하고 후원하는 미술애호가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종전 미술애호가들의 수동적인 모습에 반해 젊은 예술가와 함께 호흡하고 공감하기 위해 소통하는 모습이 늘었다. 작품과 활동방향에서도 작가에게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모습도 보여주기도 했다. 기존 권위 있는 작가를 어렵게 대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다양해지고 늘어나는 아트 페어 중 가격 상한선을 제한해 두는 몇몇 아트페어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11월에 싱가포르에서 열린 어포더블 아트페어(Affordable Art Fair)는 1만 싱가포르 달러(한화 약 850만 원)를, 2회째를 맞고 있는 브리즈(BREEZE) 아트페어는 젊은 작가의 작품 500만 원의 가격상한제를 도입했다.
이렇듯 미술 시장의 문턱을 낮추는 시도가 있으며, 앞으로도 이와 같은 시장의 문턱을 낮추는 열기는 더욱 달아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2014 KIAF 전시가 펼쳐진 코엑스 전시장의 관객들. 사진 = 왕진오 기자
2015년 9월에는 서울 동대문 DDP에서 어포더블 아트페어가 열린다. 작품성이 좋고, 비교적 가격이 낮은 젊은 작가의 작품들이 부분적으로 미술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앞으로는 더욱 새로운 시장에 적응해가는 모습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낄 수 있는 해이다.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도 중요하며, 경향을 잘 읽을 수 있는 것이 미술 시장에서 생존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2014년은 변화하는 시장에 대한 적응력을 갖추기 위해 정신없이 보냈던 것 같다. 2015년에도 더욱 분발해 이를 바탕으로 성공할 수 있는 해가 되기 바란다.
(CNB저널 = 김재훈 선화랑 큐레이터) (정리 = 왕진오 기자)
김재훈 선화랑 큐레이터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