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전시]“커피 좋은 만큼 가난한 노동자의 눈빛도 좋나요?”
갤러리 토스트, 오미라 작가의 ‘룩 앳(Look at)!’전
▲자신의 작품과 함께한 오미라 작가. 사진 = 김금영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출근길, 점심 뒤, 한가한 오후에 커피를 즐기는 재미를 빼고는 2014년 한국인을 말하기 힘들다. 그만큼 한국인은 커피 맛에 빠져 있다. 하지만 그 커피가 생산되는 과정에 숨겨진 제3세계 노동자들의 노고를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갤러리 토스트가 열고 있는 오미라 작가의 ‘룩 앳(Look at)’전은 전시명 그대로 숨겨진 이면을 보라고 말하고 하고 있다.
전시는 제3세계의 가난한 생산자가 만든 친환경 상품을 직거래로 공정한 가격에 구입해 기아와 가난 극복을 도와주자는 ‘공정무역’을 주제로 한다. 공정무역의 대표적인 대상 물품으로 원두, 설탕, 카카오를 들 수 있다. 이 원재료 식품을 재배하는 제3세계 노동자들의 피와 땀에 공정한 대가가 주어지지 못할 때가 많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갤러리 토스트에서 열리는 오미라 작가의 ‘룩 앳’전 전경. 제3세계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대가가 주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다룬다. 사진 = 김금영 기자
평소 이 문제에 관심이 많던 작가는 작품으로 공정무역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작품엔 판다, 원숭이, 고양이, 기린, 홍학 등 귀여운 동물들이 등장한다. 이 동물들은 커피, 사탕, 초콜릿 등과 함께 있다. 유명 커피 브랜드 종이컵 위에 앉아 있기도 하고, 금화 모양의 초콜릿 또는 달콤한 사탕더미 한 가운데 서 있기도 한다. 상큼하고 귀여운 이미지라서 어려운 주제를 이야기한다고는 상상하기 힘들다.
처음엔 귀여운 동물들의 모습이 눈길을 끌지만 더 자세히 다가가 살펴보면 어딘가 약해보이고 슬퍼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하나같이 그림을 보는 이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듯 빤히 바라보고 있다. 이 동물들은 제3세계 노동자를 상징하는 존재다.
▲갤러리 토스트에서 열리는 오미라 작가의 ‘룩 앳’전에 설치된 작품들. 사진 = 김금영 기자
유명 커피숍 로고에 붙어 서서
바스러지는 눈빛으로 빤히 우릴 보는 눈빛들
작가는 “어두운 이야기를 무겁게만 풀고 싶진 않았다. 적나라하면 오히려 사람들이 작품을 볼 때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제3세계 노동자들과 기아에 허덕이는 아이들을 작고 귀여운 동물로 묘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이 동물들은 종이로 만들어진 인형을 그린 것인데, 불에 쉽게 타거나 찢어지는 종이의 성질이 그들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슬픈 표정으로 커피, 초콜릿, 사탕 등과 함께 있는 그들의 모습을 마냥 유쾌하게만 바라볼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유명 브랜드 커피 종이컵 옆에 귀여운 원숭이 한 마리가 자리한 모습이 눈길을 끈다. 원숭이 커피, 캔버스에 오일, 91x72cm, 2014. 사진 = 김금영 기자
배고프다면 음식을 주고, 목이 마르다면 물을 주는 게 당장의 해결책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보다 왜 그런 문제가 발생하는지 근본적 해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똑같은 문제가 계속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 그래서 제3세계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일단 노동력에 대한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는 공정무역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 문제를 사람들이 많이 직시했으면 하는 바람에 전시를 꾸렸다.
작가는 “예술가의 역할은 사람들의 눈을 끌 이미지를 만들고, 그 이미지를 통해 어떤 이슈에 쉽게 접근하도록 돕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번 전시가 작품을 보면서 공정무역에 관심을 갖고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탕더미 옆에 판다가 앉아 있다. 이 동물은 제3세계 노동자와 기아를 상징한다. 사진 = 김금영 기자
그는 마지막으로 “우리가 달콤함을 느끼거나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제3세계 노동자 덕분이다. 그들은 우리에게 달콤함과 여유를 선물하고 정작 본인들은 그렇지 못하다. 이런 것들을 느낄 때 그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전시는 갤러리 토스트에서 2015년 1월 6일까지.
김금영 기자 geumyou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