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가]‘민화 거장’ 조자용 기리는 ‘대갈문화축제’
▲2014년 1월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 1회 대갈문화축제 전시장 모습. 사진 = 조자용기념사업회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왕진오 기자) 평생을 민족문화 연구에 헌신하고, 잠자고 있던 우리 그림 민화의 가치와 의의를 새롭게 조명해 명실상부한 겨레의 그림으로 자리 잡게 한 대갈(大喝) 조자용(1926∼2000)을 기리는 ‘제2회 대갈문화축제’가 1월 1∼7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펼쳐진다.
2000년 74세로 타계한 그는 유학 1세대 건축가였다. 평양사법을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테네시 웨슬리안 칼리지를 거쳐 반더빌트 대학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구조공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54년 귀국한 그는 정동 미국대사관저, 서울 YMCA, 전주 예수병원 등 지금도 선구적인 서양식 건축물로 기억되는 건물들에 그의 자취를 남겼다.
▲2014년 1월 가나인사아트센터 앞에서 열린 1회 대갈문화축제 축하공연. 사진 = 조자용기념사업회
우리 전통 문화에 관심이 많던 그는 자신이 배운 서양 건축에 우리 옛 건축의 아름다운 선과 구조를 접목, 절충시키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우리 전통 문화 중 특히 기교로 가공되지 않은 투박하고 소박하며 정겨운 기층문화의 멋에 눈을 뜬다.
특히 민화에 대한 수집열은 가히 벽(癖)이라 할 만큼 과도하다 싶었다. 이런 열정과 노력은 마침내 1968년 사립 박물관인 에밀레박물관의 개관으로 뜻 깊은 결실을 맺는다.
서울 외곽의 허허벌판이던 현재의 강서구 등촌동에 210평의 규모로 문을 연 에밀레박물관은 기층 예술의 정수인 민화를 수장하고 전시한 한국 최초의 민화 전문 박물관이었다. 민화는 근대 이후 ‘잡된 그림’, ‘속된 그림’, ‘별난 그림’ 등으로 불리며 관심의 영역 바깥에 놓이거나 심지어 천시되던 그림이었다.
▲대갈(大喝) 조자용(1926∼2000) 선생. 사진 = 조자용기념사업회
이름도 실력도 없는 떠돌이 ‘환쟁이’가 그린 허접스런 그림을 수집한다는 것 자체가 웃음거리였던 시절이다. 그런 시기에 민화만을 수집, 전시하기 위한 전문박물관을 개관한다는 것은 보통의 집념과 열정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돌출적이면서도 파격적인 사건이었다.
조자용은 이곳을 근거로 민화의 수집과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1970년에는 기층문화에 대한 학문적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최초의 학회인 민학회를 창립하고, 1973년에는 기층문화 관련 박물관들의 모임인 한국민중박물관회를 창립, 초대 회장에 취임한다.
그의 활동은 이제 단순한 수집과 연구를 넘어 기층문화를 우리 문화예술사의 중요한 분야 중 하나로 자리 잡게 하기 위한 문화 운동의 차원으로 발전한다.
이 무렵 조자용은 이미 유능한 건축가라기보다 민화라는 괴벽(怪癖)에 걸려 일상생활의 전부가 온통 민화인 광적인 수집가이자 연구자가 됐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그는 도깨비, 심지어 민화 미치광이라 불리기도 했다.
▲대갈문화축제에 대해 설명하는 이호재 가나아트 회장. 사진 = 왕진오 기자
이런 그를 기리기 위해 전통문화의 거리 인사동에서 민화를 주제로 한 문화잔치 ‘제2회 대갈문화축제’가 막을 올린다.
조자용기념사업회(회장 김종규) 주최의 제2회 대갈문화축제는 2014년 첫 행사를 가진 뒤 올해 신년벽두 1~7일 펼쳐진다. 현대민화 공모전과 책 ‘한국의 채색화’에 실린 원화 전시회, 그리고 조자용의 저서와 기고문을 모은 조자용 전집 출판기념회, ‘조자용과 한국 호랑이’를 주제로 한 세미나 등의 부대행사가 곁들여진다.
민화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다양한 전시와 민화 주제 학술세미나, 전통 농악과 풍물놀이, 관람객과 함께하는 체험행사가 일주일간 진행된다. ‘제2회 현대민화 공모전’ 대상 수상자로는 홍정희 씨가 선정됐다. 대상 수상자에게 프랑스의 가나아트 아뜰리에 3개월 연수 기회가 제공한다.
지난 2월 출범한 가나문화재단이 가회민화박물관, 조자용기념사업회와 함께 이번 축제를 주관한다.
왕진오 기자 wangp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