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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영두 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소설가)) 하아! 눈이 왔다. 무척 아름답기는 하다. 강아지가 제 세상인 듯 눈밭에서 뛰놀고, 아이들이 눈밭에서 발자국을 돌려 찍어가며 해바라기 눈꽃을 피운다. 눈사람을 만들려고 눈뭉치를 굴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하늘로 퍼진다. 산하가 흰 눈으로 덮였다.
아들은 방학책을 받았고, 그는 골프장의 휴장 통보를 받았다. 아들이 100점 맞은 시험지를 들고 온다. 시험지를 들여다본 그는 ‘너무 못했다’고 혀를 찬다. ‘우리 앞으로는 보기라도 하자’며 아들을 격려한다.
누가 말했던가, ‘시즌 동안의 행복은 바로 비시즌 동안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라고. 그는 아들을 무릎에 앉히고 준엄하게 이른다. ‘아들아, 내년에 1등을 하려면, 남들이 노는 겨울 동안 피나는 노력이 있어야 함을 명심해라.’ 아들은 아버지를 존경어린 눈으로 우러러본다. 그는 아내를 돌아보며 말한다.
“아들도 알아들었는데, 당신은 더 잘 알아들었겠지? 폭설이 내렸으므로 이제부터 연습장에서 각고의 노력을 퍼부어야 내년 봄에는…”하며 주섬주섬 짐을 챙기는, 일테면 그는 그런 남자, 아니 골퍼였다. 비가 와서 우산을 쓰고 가다가, 비가 멈추면 우산을 접어 스윙 연습을 하는 남자. 라운드를 못 나가면 가족에게 신경질은 왜 그리 내는지, 견디다 못한 가족들이 스크린 골프장으로라도 떠밀어 내쫒아야 하는 남자. 집 평수를 줄이고 골프장 회원권 사자는 소리를 하는 넋 나간 남자였다.
골프장 가는 날, 집에 놓고나간 지갑에서
비아그라가 나오자 따지는 아내에게 남편 왈
그는 라운드 전날엔 아내와의 잠자리를 피했다. 그가 들이미는 이유인 즉 ‘혹여 다리가 후들거리면 퍼트 감각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거였다. 조신하고 정숙한 그의 아내는 절대적으로 남편을 신뢰했다. 그의 아내는 그를 ‘오빠’라고 부르던 연애시절에도 ‘오빠 믿지? 손만 잡고 잘게’라는 그의 말을 철썩 같이 믿었다. 그래서 그 믿음직한(?) 오빠에게 제1번 혼수품목이라는 아들을 몸에 담고 시집오게 되었지만. 그는 ‘당신을 너무 사랑해서 그 방법 밖에 없었어. 사랑해!’라는 말로 무너진 신뢰를 일으켜 세웠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