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 건강 칼럼]산후우울증 자가진단법 10가지
산모 열명 중 하나꼴 발생하는데, 99% 방치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선미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최근 자신의 두 살 막내딸의 코와 입을 손으로 막아 질식사시킨 30대 주부가 딸을 살해한 원인이 ‘산후우울증’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그녀는 5년 전 첫째 아들을 낳고 우울증을 앓고 있었으며, 남편을 닮은 딸을 보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 같은 산후우울증은 최근 드라마 소재로까지 활용되면서 그 심각성이 일반인에까지 알려졌다. 출산 후 산후우울증으로 고통 받는 여성의 이야기를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지만, 실제로 산모의 우울증 관리에는 소홀한 형편이다.
전문가들은 출산 여성의 약 10~20%가 산후우울증을 겪는 것으로 추산한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출산 여성 10명 중 6명은 출산 뒤 5년 내에 우울증을 경험하며, 출산 직후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도가 심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산후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여성은 241명이다. 2013년 출생아 수를 기준으로 추산하면 산모 약 43만6천6백 명 중 최소 10%(약 4만 3660명)가 산후우울증이라고 가정하면 불과 0.6%만이 진료를 받고 나머지는 거의 대부분 방치되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런 산후우울증은 여성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아이와의 상호작용에도 영향을 주어 아이의 정서, 행동, 인지 발달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 또한 부부간의 불화와 갈등을 초래해 가정파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방치될 경우 피해망상, 과다행동 등 심각한 정신병으로 이어져 자살 같은 극한 상황까지 이어지기도 하니 간과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정신적 장애다.
가족들의 관심과 적극적 대응 필요하고
산전·후 우울증 검사 및 관리는 필수
실제로 미국 미시간의과대학 캐서린 골드(Katherine Gold) 교수의 연구 결과, 우울증을 가진 임산부나 출산여성은 자살 위험이 높았으며, 임산부 사망의 10%가 자살로 위험요인 1위로 조사된 바 있다.
이처럼 산모를 포함한 가족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심각한 상황에 이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후우울증은 가족뿐 아니라 산부인과 의사들도 잘 인식하지 못한 채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알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무시하고 지나치거나, 정신과 진료를 꺼리는 경향도 있다.
우리나라 전체 모성사망 원인 중 산후출혈이나 고혈압 질환에 의한 것은 감소하는 추세인 반면 자살로 인한 모성사망은 늘어나는 추세다. 아마도 우리나라 가족 정서상 산모의 자살에 대해 숨기거나 사인을 다른 것으로 보고했을 가능성도 높아 실질적인 출산 후 자살률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아름다운 D라인 페스티벌’에서 참가한 임신부들. 사진은 기사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 = CNB포토뱅크
따라서 출산을 위해 병원을 찾은 임산부에게 산부인과 진료 단계에서부터 태아와 산모의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감정 및 정서, 환경 등 정신건강에 대한 체계적인 모니터링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산후우울증의 체계적인 관리 및 치료를 위해서는 산부인과와 정신건강의학과, 소아청년과가 연계해 분만 전후 협진 상담을 통해 산모의 산후우울증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병원에서는 출산을 위해 내원하는 산모를 대상으로 산전, 분만직후(퇴원 전), 분만 2주후, 분만 6주후로 나눠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에서 총 4차례 우울척도(CES-D), 불안척도(STAL-S,T), 에딘버러 산후우울척도(EPDS)를 설문을 통해 조사한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산후우울증 발병 가능성을 진단하고 우울증으로 진단된 산모가 조기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전문의 상담을 시행하고 있기도 하다.
한 병원에서 최근 6개월 간 출산을 위해 내원한 산모 중 검사에 동의한 산모를 대상으로 우울증 선별검사를 시행한 결과, 출산 직전 유의할 정도의 우울 증상을 보인 산모가 29.4%에 달했으며, 그 중 14.7%의 산모는 심각한 정도의 우울감을 호소했다.
그리고 분만 후 산후우울증 선별검사인 에딘버러 산후우울증 검사를 실시한 결과, 분만 2주 후에는 40%의 산모가, 분만 6주 후에는 32.4%의 산모가 상담이 필요한 정도의 우울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심각한 산후우울증으로 분류될 만큼 증상이 심한 경우도 분만 2주 후 및 6주 후에 각각 22.1%와 11.8%에 달했다.
산후 우울증을 경험한 산모들 중 약 50%는 임신 중이나 임신 이전에 이미 우울 증세를 경험하였음을 감안할 때, 분만 후에 발생하는 산후우울증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분만 후는 물론 임신 중에도 산모의 우울증 정도를 선별검사를 통해 모니터링해 산후 우울증을 예측하고 조기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후우울증을 경험하는 산모들이 증가하는 추세인데 반해 제대로 된 관리와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고 방치하는데 따른 위험성을 감안할 때 앞으로 임산부에 대한 체계적 산전·산후 우울증 검사․관리 및 치료 프로그램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산모는 물론이고 가족들의 관심과 인식의 변화를 통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산후우울증 자가진단법(에딘버러 산후우울 간이검사)
① 우스운 것이 눈에 잘 띄지 않고 웃을 일이 없다.
② 어떤 일에 대한 즐거운 기대감이 별로 없다.
③ 일이 잘못되면 필요 이상으로 자신을 탓해왔다.
④ 별 이유 없이 불안해지거나 걱정이 된다.
⑤ 별 이유 없이 겁먹고 공포에 휩싸인다.
⑥ 처리할 일들이 쌓여만 있다.
⑦ 너무나 불안한 기분이 들어 잠을 잘 못 잔다.
⑧ 슬프거나 비참한 느낌이 든다.
⑨ 너무나 불행한 기분이 들어 운다.
⑩ 나 자신을 해치는 생각이 든다.
※10가지 항목 중 지난 7일 동안의 기분에 해당되는 항목에 0~3점으로 답하여 합산한 결과 9점 이상이면 병원을 찾아 상담을 받아야 한다.
(정리 = 안창현 기자)
김선미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