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가 미래다 - 구효정 (주)담넘어 대표 인터뷰]청소년 꿈 나누니 새사업 둥실
사회적 문제를 주체적으로 해결하는 개(開)꿈 콘서트에 올인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이진우 기자) 평균 나이 20.5세 청소년들이 모여 만든 스타트업이 화제가 되고 있다. 현실의 담을 넘어 함께 꿈꾸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소셜 벤처 ‘담넘어’는 ‘꿈 없는 청소년’이라는 사회적 문제에 주목하고 이를 해결해 나가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성장’이라는 내부가치와 ‘꿈으로 소통하는 공간 만들기’라는 소셜 미션을 가지고, 크게 개꿈콘서트, 진로프로그램 개발 및 보급, 네트워크 웹개발 및 보급 등에 주력한다.
구효정 (주)담넘어 대표(21)는 “개꿈콘서트는 열 ‘개(開)’와 ‘꿈’을 합쳐 ‘꿈을 여는 콘서트’라는 뜻을 담고 있다”며 “최근 4회까지 개꿈콘서트를 이끌어온 소셜 벤처 ‘담넘어’ 진행주체도, 개꿈콘서트 진행을 돕는 담쟁이 서포터즈도 만 14~24세의 청소년들로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의 꿈을 열어주는 사업을 하고 있는 구 대표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자신이 바로 ‘꿈 없는 청소년’의 대표 격이었단다. 그녀는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늘 전교 1등을 하는 공부 잘하고 사고 안 치는, 소위 잘나가던 ‘엄친 딸’이었다. 하지만 틀에 박힌 모범생(?)의 모습은 꿈을 여는 청소년의 이상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중학교 때는 꿈이 하루에도 여러 번 바뀌던 때가 있었다. 아침엔 기자였다가, 점심때가 되면 멋진 아나운서를 꿈꾸고, 저녁엔 네일아티스트를 상상했다. 고등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의 주목을 받게 되고 내가 원하는 학과가 아니라 어떤 대학에 진학할 것인지가 목표가 됐다. 그렇게 대학에 진학한 뒤에는 목표를 잃어버렸다.”
구 대표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일기를 매일 쓰기 시작했고, 대학 입학 뒤에도 계속 썼다. 1학년 말 무렵 그간 써놓은 일기를 읽다가 자신이 지금까지 밀도가 거의 없는 삶을 살아왔다는 것을 문득 깨닫게 됐다.
범생이 ‘엄친 딸’에서 사업가로 꿈 키워
당시에는 ‘힐링캠프’나 ‘강연 100℃’ 등 프로그램을 즐겨봤는데, 거기 나오는 연사들은 대개 아주 유명한 사람들이었으며, 상당한 반열에 오른 명사들이었다. 그들의 강연을 들을 때는 나름 감동도 받고 좋았으나, 배운 것들을 막상 행동으로 옮기려 하니 뭔가 괴리감이 생기면서 뜻대로 하기 어려웠다.
그녀는 때마침 경희대학교 필수 교양 과목인 ‘시민 교육’ 수업을 들었는데, 여기서 현재 담넘어 공동대표를 만났으며 함께 ‘청소년 꿈의 부재’라는 사회적 문제에 주목하고 이를 개선해 나갈 아이디어를 모았다.
이어 2013년 10월에 법인을 설립하고, 그해 12월에는 제1회 개꿈콘서트를 개최했다. 토크콘서트 진행 방식은 또래 연사가 나서서 “나라고 왜 못해?”라고 말하는 콘셉트였다. 학창 시절에 자신만의 꿈을 찾고 열심히 그 꿈을 이루려 도전하는 학생들을 수소문해 연사로 섭외했다.
“그동안 학생은 열심히 공부하는 게 본분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공부 외에도 재미있고 가치있는 일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처음 1회 개꿈콘서트를 진행할 때는 사업으로 발전시키려는 마음도 없었고, 그저 애정이 가는 과제 정도로 여겼다. 그런데 막상 콘서트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면서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1회 개꿈콘서트가 끝나고 한 청중에게서 문자가 왔다. 경기도 송탄의 부대 앞에 사는 18세의 학생이었는데, 학교폭력에 심하게 시달려 자살 기도를 했으나 실패하고 문화생활이나 즐기자는 마음으로 서울에 올라와 콘서트를 관람했다고 한다. 그런데 콘서트를 보고나서 ‘왜 나라고 못해, 다른 애들도 다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면서, 자기네 동네가 진학교육엔 불모지나 다름없고 친한 친구들도 없지만 다음엔 개꿈콘서트를 그곳에서 열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스타트업 통해 경영 전반을 배울 수 있어
“단 1명이라도 콘서트를 통해 꿈을 찾을 수 있다면 지속하겠다는 결심을 한 계기였다. 제2회 콘서트는 문자를 보낸 학생을 연사로 내세우기로 했다. 그 친구를 만나 치유를 했으면 좋겠다며 설득하고 동의를 얻었다. 그 와중에 그가 말을 더듬고 표현이 서투르다는 것을 알았지만, 일주일 뒤에 다시 만나보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발표를 잘했다. 비록 청중은 적었지만 반응이 좋아서 이후 콘서트부터는 규모를 키워나가기로 했다.”
구 대표는 제3회 개꿈콘서트부터 사업체로서 규모를 키워나갔다. 청중이 청소년들이어서 자체 콘서트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 진로상담 선생님들이나 청소년 유관 공공기관으로부터 기획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국회 인성캠프나 각종 페스티벌 등을 통해 기획 관련 수수료 수익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워터파크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는데, 진로 콘텐츠 등을 활용하고 싶다는 제안이 들어와 사업 제휴에 대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청소년들이 일찍 스타트업에 도전한다는 것은 기획이나 콘텐츠 생산을 비롯해 재무, 영업, 인사관리 등 경영 전반에 걸쳐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다. 또 아이템을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많은 것을 배울 수도 있다. 사업을 잘해내기 위한 책임감도 생기고 실전에 다가갈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 이제 21살 나이에 창업하고 평생직장 꿈을 키워나가고 있는 구 대표의 미소가 참 밝았다.
이진우 기자 voreol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