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행근의 중국부자 이야기]中 최고부자 마윈의 “나는 무식”주의
“3가지 없기에 성공…돈·학벌·계획 다 없어”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송행근 중국문화학자) 2014년은 알리바바 회장 마윈의 해다. 그는 올해 중국을 넘어 아시아 최고의 부자가 되었다. 마윈이 아시아의 최고 부자로 등극했다는 점은 여러 측면에서 의미가 깊다.
첫째, 처음으로 중국 대륙부자가 아시아 최고 부자가 되었다는 점이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아시아의 최고 부자는 홍콩 청쿵(長城)그룹 회장 리카싱이었다. 또한 그는 중국 대륙을 비롯하여 홍콩과 대만 등 중화권 최고의 부자이기도 했다. 그의 개인 자산은 283억 달러(약 31조 1800억 원)이다. 흔히 홍콩을 리카싱의 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카싱이 건설한 아파트에서 잠을 자고, 그의 유통업체에서 물건을 산다. 그가 지은 도로와 다리를 건너 출근하며, 홍콩 사람이 1달러를 지출하면 리카싱이 5센트의 수입을 올릴 정도이다.
그런데 마윈이 올 한해 250억 달러(약 26조 5000억 원)를 벌어들여 개인 자산이 286억 달러(약 31조 5100억 원)를 기록하면서 아시아 최고 부자로 새로이 등극한 것이다. 하지만 마윈 회장이 아시아 최고 부자가 되기까지 변수는 있었다. 12월 23일 중국 대표 부동산 및 엔터테인먼트 업체 완다그룹 산하의 완다상업부동산(萬達商業 03699.HK)이 홍콩 거래소에 기업공개(IPO)를 했기 때문이다. 왕젠린 회장의 기업공개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주가가 상장 이후 30% 상승하면, 중국 최고의 부호가 마윈에서 왕젠린으로 바뀌는 새로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주가가 3% 하락하며 46.55달러로 주저앉으면서 결국 마윈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말았다. 최근 후룬 중국 부자연구소가 발표한 ‘2014 중국 부자 순위’에 따르면, 왕 회장의 재산은 242억 달러(약 26조5000억 원)로 나타났다.
中 땅부자 시대 가고 IT부자 시대 꽃피어
둘째, 중국 부자 지형이 바뀌었다. 올해 중국의 ‘슈퍼 부자’ 10명 중 5명이 정보기술(IT) 산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날 정도로 IT는 대세이다. IT산업은 전통적인 부의 축적방식이었던 부동산과 증권을 제치고 부자가 되는 또 하나의 길이고 가장 빠른 길임을 제시했다.
중국의 후룬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홍콩, 마카오를 제외한 중국 본토 기업인 중 자산 20억 위안(약 3400억 원) 이상 부자는 1271명으로 지난해보다 254명이 늘었다. 이 중 ‘톱 10’에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을 비롯하여 IT산업 관련자가 절반을 차지했다. 텐센트 마화텅 회장과 바이두 리옌홍 회장의 자산이 1000억 위안을 넘어 각각 5, 6위를 기록했으며 징동의 리우챵동,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도 각각 9, 10위를 차지했다. 100대 부호 중에선 부동산, 제조업, 금융업 종사자가 가장 많았으나 1000대 부호 중에선 IT업계 종사자가 3번째로 많을 정도다.
▲중국 항조우의 알리바바 B2B 총괄본부 사옥.
향후 부동산으로 중국에서 부자가 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 같다. 최근 왕젠린 회장은 ‘중국 기업영수 총회’에서 “중국 부동산이 앞으로 나가기는 하겠지만 2012년이나 지난해와 같은 폭등이 다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셋째, 성공비결의 변화이다. 수 년 동안 아시아 최고 부자였던 리카싱은 적절한 시기에 회사들을 인수-합병함과 동시에 과감한 부동산 투자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그는 부동산투자회사인 청쿵실업을 비롯해서 14개국에서 항만과 통신 사업 등을 하는 20여 개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리카싱은 검소한 생활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10년 된 양복을 입고 3만 원짜리 세이코 손목시계를 착용하며, 고무 밑창을 댄 평범한 구두를 신는다.
리카싱의 기업정신은 겸손과 기부이다. 2008년 6월 그는 자신이 설립한 중국 광동성 산터우대학 졸업식에서 “내가 지나치게 교만한 것은 아닌지 항상 스스로에게 묻는 것, 이것이 바로 나의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특히 리카싱 회장의 성공 비결은 기부 경영이다. 1980년 설립한 자선재단을 통해 교육, 의료, 학술 분야 등 다방면에 걸쳐 기부활동을 펼치고 있다. 2006년 6조 원을 내놓은 그는 “진정한 부귀는 금전을 사회봉사에 쓰려는 참된 마음에 있다”고 말했다.
왕젠린 다롄완다그룹은 직원 수만 약 8만 명에 이르는 중국 3대 부동산 기업이다. 왕 회장의 성공비결은 불굴의 개척 정신이다. 그는 항상 “성공을 원한다면 다른 사람보다 선두에 서야 한다”며 창조 정신을 강조했다. 또한 그는 부정부패를 혐오하는 깨끗한 이미지와 중국을 대표하는 자선가의 이미지도 성공비결이다. 그의 인생철학은 “생명이 멈추지 않는 한 자선도 멈출 수 없다”는 것이다.
“명문대 출신 많은 회사가 최고라고?
퇴근 때 웃음 많은 회사가 최고지” 마윈의 성공비결은 ‘긍정’과 ‘무지’다. “제겐 세 가지 성공 비결이 있습니다. 첫째 저는 돈이 없었기에 한 푼의 돈도 귀하게 사용했고, 둘째 IT 기술에 무지했기에 이 분야의 최고 인재들을 고용해 그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며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사이트를 만들었으며, 셋째 계획을 세우지 않았기에 변화하는 세상에 발맞추어 변화해갈 수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 가장 좋은 계획이었던 셈이죠.”
▲‘3無’에다가 ‘꽌시’(중국 특유의 지인 관계망)도 없이 최고 부자가 된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
그는 하버드대학에서 한 연설에서 위와 같이 성공비결을 밝혔다. 그는 돈도, 지식도, 계획도 없었다. 특히 중국에서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꽌시’도 없었다. 하지만 그의 이런 백지 상태의 ‘무지’가 오늘날 중국을 넘어 아시아의 최고 부자가 되는 원동력이 되었다.
마윈의 가장 큰 성공비결은 단연 긍정의 힘이다. 그는 “얼마나 많은 직원이 명문대를 졸업했는지가 기업 판단의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 직원들이 미친 듯이 일에 매달리고 퇴근할 때 크게 웃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벌이 아니라 일에 대한 뜨거운 열정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긍정의 힘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긍정의 정신은 마윈이 창업 당시 직원들에게 당부한 말에서도 잘 나타난다. 그는 “중국인의 머리가 미국인에 뒤지지 않는 만큼 알리바바 역시 그들과 경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뚜렷한 목적의식만 있다면 중국인 한 명이 미국인 10명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을 불어넣었다. 불가능은 없다는 것이다. 긍정의 힘이 유감없이 발휘된 것은 중국 시장을 놓고 이베이와 경쟁할 때이다. 마윈은 “이베이가 바다의 상어라면 알리바바는 양쯔강의 악어”라며 “바다에서 싸우면 지겠지만 강에서 붙으면 이긴다”고 낙관했다. 끝내 이베이는 2007년 중국시장 점유율이 8% 이하로 하락하며 중국 사업을 접었다.
스스로를 믿고 명확한 목표의식만 있다면 세상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마윈의 긍정의 힘은 그의 인생의 출발점이자 목표이다. 그는 볼품없는 외모를 가지고 삼수 끝에 겨우 항주사범대학에 입학했다. 졸업 후에도 수십 군데 넘는 회사에 원서를 넣었으나 모두 실패했다. 하지만 중국 최초의 인터넷 기업인 차이나 옐로페이지를 세웠고 3년 후에 알리바바를 만들었다. 그로부터 15년 만에 아시아의 최고 부자가 됐다. 긍정의 힘이다.
송행근 = 중국문화학자로 전북중국문화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하(李賀)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시가의 이해’ 등 10여권의 저서가 있다. ‘송행근의 요절복통 중국’과 ‘송행근의 차이나리뷰’ 등 다양한 중국 관련 칼럼을 쓰고 있다.
(정리 = 최영태 기자)
송행근 중국문화학자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