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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 명예교수) 쌀 소비량이 빠르게 감소하여 쌀 가격이 폭락하고 쌀 재배 농가의 수익률이 떨어져 농민들의 시름이 커가고 있다. 1980년 1인당 연간 130kg의 쌀을 소비하던 것이 현재 연간 68kg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로 인해 쌀 80kg 한가마니의 실질가격은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한 이듬해인 1996년의 22만원에서 2014년에는 16만 원대로 떨어졌다. 이것은 결국 벼농사를 주산업으로 하는 우리나라 농가 수익률이 반토막 나고 농민 대부분이 도시근로자의 평균 수입보다 낮은 저소득 영세민으로 전락하는 주원인이 되고 있다. 쌀 소비시장의 획기적인 변혁이 없이는 우리 농업의 미래가 없다는 판단이 서는 이유이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쌀은 밥을 지어 먹는 것으로 고착화되어 있다. 떡으로 소비되기도 하지만 아직 그 양이 많지 않다. 그동안 쌀의 이용확대를 위한 노력들을 보면 밀가루 빵이나 면류에 쌀가루를 혼합하는 극히 소극적인 방법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쌀 본연의 맛과 가공 기능성을 살리기보다는 밀가루 대체품으로 취급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에서는 쌀국수가 밥과 거의 대등하게 이용되고 있다. 밀국수보다는 쌀국수가 훨씬 보편화되어 있다. 우리 국내에서도 쌀국수, 쌀라면 등 쌀을 소재로 한 면류들이 개발되어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즉석밥 시장도 점차 커지고 있다. 1인 가구의 수가 늘고 비행기 기내식에서 한식이 인기를 끌면서 즉석밥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갓지어낸 가정밥과 같은 고품질의 즉석밥을 만들기 위해 식품기업들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밀가루의 부드러운 조직감 완성하기까지
오늘날 서양인의 주식이었던 빵이 전 세계인의 음식으로 보급된 것은 일찍이 유럽의 과학자들이 밀의 품종에 따른 가공 적성과 밀가루의 제빵 특성에 대해 수없이 많은 연구를 해온 결과이다. 1900년대 초부터 화학의 발전과 더불어 밀의 성분분석과 가공 적성에 대한 연구가 광범위하게 진행되었다. 1923년 설립된 독일의 브라벤더(Brabender) 사는 반죽의 물성을 측정하는 패리노그래프(Farinograph)를 비롯한 여러 가지 물리적 측정장치를 개발하여 밀가루의 화학성분과 물성학적 특성을 연결하는 과학적 제빵연구를 이끌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