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전시 - 밀레, 모더니즘의 탄생]압도적 양치기 소녀가 말을 거네
하찮은 농부들 그리며 ‘주제 혁명’ 일으킨 밀레의 최고작 한 자리에
▲밀레, ‘추수 중에 휴식’.(1850~1853년)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왕진오 기자) 농부화가로 불리는 장-프랑수아 밀레(1814∼1875)의 대표작과, 19세기 중반 서양미술 사조를 이끈 바르비종파 화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가 1월 25일∼5월 10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소마미술관 전관에서 펼쳐진다.
밀레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밀레, 모더니즘의 탄생’전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170여 점의 밀레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미국 보스턴미술관이 4년에 걸쳐 기획한 전시로 총 64점의 소장품이 한국을 찾아온다.
이번 한국 전시에는 밀레의 4대 걸작인 ‘씨 뿌리는 사람’, ‘감자 심는 사람들’, ‘추수 중에 휴식(룻과 보아스)’, ‘양치기 소녀’가 한국 최초로 선보인다.
밀레는 바르비종파를 선도한 대표적인 화가이다. 전통회화에서 볼 수 없었던 자연 속 농부들의 다양한 일상을 직관적으로 그려냈다. 바로 이 점이 빛의 회화라 불리게 되는 인상주의 미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바르비종 파에 속하는 장 바티스트 카미유 코로의 풍경화는 인상주의 풍경화가 카미유 피사로에게, 샤를-프랑수아 도비니는 클로드 모네에게, 그리고 테오도르 루소의 작풍은 야외작업을 모토로 발전해나가는 인상주의 화가들의 채색기법에 고스란히 이어져있다.
밀레를 추종한 대표적인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밀레의 그림에서 화가의 길을 보았다. 그는 밀레의 작품 ‘씨 뿌리는 사람’을 비롯해 ‘만종’, ‘이삭줍기’ 등 수많은 작품들을 모방하면서 동일한 제목의 유화 작품을 남겼다. 그가 십 년간의 화가생활에서 모방한 밀레 작품은 스케치를 포함해 수백여 점에 이를 정도였다.
전시는 초기에서 말기에 이르는 다양한 밀레의 작품을 통해 밀레의 삶과 작품들의 변천사를 다양한 테마를 통해 보여주며, 또한 밀레와 함께 풍경화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동료작가들의 작업과 비교 분석하면서 그 특징과 독창성을 연구하는 데 초점을 둔다.
관람객이 놓치지 말고 꼭 봐야할 작품으로는 밀레의 대표작이자 빈센트 반 고흐가 사랑한 ‘씨 뿌리는 사람’을 들 수 있다. 19세기 프랑스 민주화 혁명에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신분이 낮은 농부를 큰 캔버스에 어두운 색채와 거친 붓놀림을 더해 영웅적으로 표현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밀레가 영웅적 농부를 그린 작품 ‘추수 중에 휴식’은 밭일을 하는 농부들의 평온한 모습을 묘사한 작품 가운데 최고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그가 기존에 보여주었던 역사화에다가 초상화에 대한 재능과 사실주의에 대한 애호 그리고 19세기 프랑스 풍경화의 중요한 주최인 농부의 역할을 한 화면에 담았다.
▲밀레, ‘양치기 소녀’(1870~1873년경)
‘양치기 소녀’는 보불 전쟁이 시작되면서 밀레가 바르비종을 떠났던 시기에 그린 작품이다. 보스턴미술관 소장품 가운데 밀레가 그린 가장 큰 인물화이며, 압도적 크기의 양치기 소녀가 관중들 위에 군림하는 모습은 하찮은 농민에게 부여된 영웅성을 느끼게 해준다.
밀레와 함께 파리의 작은 마을 바르비종과 퐁텐블로에서 활동한 장 바티스트 카미유 코로(1796∼1875)의 ‘화관 만드는 여인’, 테오도르 루소(1812~1867)의 ‘퐁텐블로 숲의 나무 줍기’와 밀레의 영향을 받은 쥘 뒤프레(1811~1889), 레옹 오귀스탱 레르미트(1844~1925), 클로드 모네(1840~1926)의 초기작품 ‘숲가에서 나무 줍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
▲밀레전 기획 의도를 설명하는 서순주 커미셔너. 사진 = 왕진오 기자
“대중 위한 전시가 목적”…밀레전 전시커미셔너 서순주
“대중을 위한 전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전시를 하고 싶다. 관람객들이 무언가 하나라도 기억하고 돌아가는 전시를 만들고 싶다”고 말하는 서순주(55) 커미셔너는 한국 블록버스터 전시의 효시이며 최고 관람객 동원을 기록한 기획자로 불린다.
2007년에 기획한 ‘불멸의 화가 반 고흐 전’ 입장 관객숫자 83만 명은 아직도 기록이 깨지지 않는 국내 최대의 불록버스터 전시로 남아 있다.
그는 지금까지 ‘색채의 마술사, 샤갈 I & II’(2004 & 2011년 서울시립미술관), ‘마티스와 야수파’(2005년 서울시립미술관), ‘피카소’(2006년 서울시립미술관 ), ‘빛의 화가, 모네’(2007년 서울시립미술관), ‘불멸의 화가, 반 고흐’(2007~8년 서울시립미술관), ‘행복을 그린 화가, 르누아르’(2009년 서울시립미술관 ), ‘신의 손, 로댕’(2010년 서울시립미술관), ‘반 고흐 in 파리’(2012∼13년 한가람디자인미술관),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2013년, 서울시립미술관) 등의 전시를 기획했다.
그는 오늘 6월 예술의전당에서 열릴 ‘모딜리아니’ 전, 2017년 반 고흐 시리즈 전시의 마지막 3부로 고흐의 생애 마지막 2년 동안을 조명한 전시, 그리고 세잔느 전시를 열 준비에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왕진오 기자 wangp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