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열전 - 김지희 vs 마리킴]두 미녀 스타 작가의 다른 듯 비슷 행보
▲뛰어난 실력과 인형 같은 미모로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인기 스타 작가 김지희(오른쪽)와 마리킴. 사진 = 왕진오, 김금영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실베스터 스탤론과 아놀드 슈워제네거,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 H.O.T와 젝스키스 등…. 영화, 스포츠, 가요 등 분야에서 라이벌로 꼽혔던 조합이다. 라이벌의 존재는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서로의 능력이 더 빛을 발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 미술계에도 주목받는 두 여성 작가, 뛰어난 실력에 미모로도 화제에 오른 바 있는 30대 김지희, 마리킴은 비슷한 듯 다르고, 다른 듯 비슷한 행보로 비교 대상에 오른다.
작품 속 소녀로 통렬한 메시지 전달
먼저 작업세계를 살펴보면 두 작가의 작품 모두에 한 소녀가 등장한다. 전통 재료를 사용한 동양적 팝아트를 선보이고 있는 김지희의 작품엔 교정기를 끼거나 오드아이를 지닌 소녀가 주인공이고, 팝아트작가 마리킴은 유명 여성인물들을 새롭게 아이콘화한 ‘아이돌(EYE DOLL)’ 캐릭터를 그린다.
▲김지희와 마리킴의 작품 속 등장하는 소녀는 단순히 귀엽고 예쁜 이미지가 아니라 사회에 통렬한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에서 닮았다. 왼쪽이 김지희, 오른쪽이 마리킴의 작품.
이 소녀들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데 마냥 귀엽게만 볼 수 없다. 김지희의 ‘실드 스마일(Sealed Smile)’ 시리즈 속 소녀는 환하게 짓는 억지 미소 안에 숨겨진 인간의 내면을 보여준다. 마리킴의 아이돌 시리즈 속 유명 여성인물 또는 유명 상표 제품을 착용하고 있는 소녀는 현대인이 지닌 물질적 욕망을 상징한다. 두 작가 모두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면을 응시하는 소녀들을 통해 사회에 메시지를 전하는 작업으로 주목받는다.
그림만 그리지 않고 글도 쓰는 작가
출판 분야에서도 두 작가 모두 활약을 보였다. 그림 그리기뿐 아니라 글쓰기에도 재능이 있는 두 작가는 자신들의 작업을 글로 담아 출간했다. 김지희는 2012년 ‘그림처럼 사는 - 스물아홉 김지희’, 마리킴은 2008년 ‘아이돌 - 마리킴의 기묘한 만화경’을 펴냈다.
유명 걸그룹·영화·뷰티업계와 콜라보
김지희와 마리킴의 작업이 더욱 알려지게 된 데는 유명 스타, 뷰티 업계와의 활발한 콜라보레이션 작업도 한 몫 했다. 김지희는 2013년 ‘아이 갓 어 보이(I Got a Boy)’로 활동한 소녀시대의 의상에 자신의 작품을 접목시켰다. 작품 특유의 컬러풀한 안경, 교정기, 양머리 등이 의상에 새겨져 눈길을 끌었다. 당시 소녀시대는 각종 가요프로그램에서 1위를 거머쥐며 미술과의 긍정적 콜라보레이션 효과를 입증했다.
마리킴은 2011년 투애니원의 두 번째 미니 앨범 재킷을 직접 디자인했다. 4명의 멤버를 자신만의 아이돌 캐릭터로 그렸고, 후속곡인 ‘헤이트 유(Hate You)’의 뮤직비디오는 직접 연출을 맡았다. 투애니원 역시 이 앨범 성공을 거뒀고, 마리킴 또한 대중에게 자신의 작업을 각인시켰다.
▲걸그룹과의 콜라보레이션 작업은 화제가 됐다. (위쪽)김지희는 소녀시대 의상으로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보여줬고, 마리킴은 투애니원의 앨범 재킷을 디자인했다.
가요뿐 아니라 영화계와의 콜라보레이션 작업에도 두 작가 모두 적극적이다. 김지희는 2012년 개봉 영화 ‘하울링’에 작품을 제공했다. 겉으로는 좋은 일을 하는 것 같지만 속을 살펴보면 불법업소를 운영하는, 전혀 다른 모습을 지닌 공간에 작품이 등장했다. 김지희가 추구하는 인간의 숨겨진 내면에 대한 고찰과도 의미가 맞아 영화에 시너지 효과를 더했다. 마리킴은 2014년 개봉한 ‘타짜2’에 아이돌 캐릭터를 등장시켰다. 이 캐릭터는 영화 속 한 장면에서 춤을 추고 다양한 동작들을 하며 극 중 인물 사이의 연결 관계를 보여주는 역할을 했다. 두 작업 모두 영화에 작품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는 평을 받았다.
▲화장품 업계와 진행한 콜라보레이션 작업. (왼쪽)김지희는 미샤, 마리킴은 페리페라 제품에 작품을 곁들인 제품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뿐 아니라 뷰티 업계에서도 선의의 경쟁이 펼쳐졌다. 2012년엔 김지희는 미샤, 마리킴은 페리페라와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통해 작품이 그려진 화장품을 출시해 여심을 흔들었다. 한정판으로 발매된 미샤의 제품과 일명 ‘황정음 틴트’로 유명해진 페리페라 모두 좋은 매출 효과를 보였다. 당시 화사한 컬러와 꽃, 나비 등의 이미지를 강조하며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선보인 ‘미샤 with 김지희’는 봄·여름 시즌 메이크업 제품 대비 판매량이 약 35% 증가했고, 페리페라의 틴트는 2개월 만에 20만개 판매를 돌파했다.
각자 추구하는 스타일과 가치관은 뚜렷이 다를지 몰라도 이처럼 두 작가의 비슷한 듯 다른 행보는 미술계에서 늘 관심 대상에 오르고 있다. 현역 작가로서 활발하게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들이기에 앞으로도 주목받는 작업이 많이 펼쳐질 것이라 기대된다.
김금영 기자 geumyou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