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프랑스 오리지널팀 내한 공연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은 곡예사와 배우의 열연이 어우러진 '성당의 종들' 장면.(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
(CNB저널=김금영 기자) 1월 15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진행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프레스콜 현장의 첫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다. 준비 과정이 길어져 계속 입장 시간이 늦어졌고, 중간 진행 과정도 늘어져 원래 예정된 시각보다 1시간 정도나 늦게 끝났다. 그런데 무대가 지닌 압도적인 힘은 이런 불편한 과정들을 모두 잊게 하기에 충분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데, 프랑스 극작가 뤽 플라몽동과 유럽 작곡가 리카르도 코치안테가 뮤지컬화 했다. 15세기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을 배경으로 매혹적인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사랑하는 꼽추 종지기 콰지모도, 근위대장 페뷔스, 성직자 프롤로의 내면적 갈등이 펼쳐진다.
국내엔 2005년 첫 내한공연을 가졌고, 올해 한국 초연 10주년을 맞이해 프랑스 오리지널팀이 한국을 찾았다. 맷 로랑과 리샤르 샤레스트, 로디 줄리엔느, 제롬 콜렛, 가르디 퓨리 등 첫 내한공연 당시 참여한 프랑스 오리지널 주요 배우들이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른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큰 특징 세 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단순한 세트가 아니라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을 불어넣은 웅장한 무대, 배우의 심적 갈등을 나타내며 마치 배우와도 같은 역할을 하는 조명 그리고 무용수들의 역할이었다. 프랑스 뮤지컬은 노래를 부르는 가수와 춤을 추는 무용수들의 역할을 더 확실히 구분 짓는 편이다. 그래서 뮤지컬인 동시에 오페라적인 성격이 강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 또한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이 있었다.
페뷔스가 자신을 사랑하는 두 여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괴로워’ 장면에서는 조명과 무용수의 역할이 눈에 띄었다. 조명은 노래를 부르는 배우 이반 페노와 뒤에서 격렬한 춤을 추는 무용수들을 차례차례 비췄다. 배우의 갈등이 심해질수록 무용수들의 춤 또한 격렬해졌고, 이를 상황에 맞게 비추는 조명의 3박자가 기가 막히게 이뤄졌다.
조명 디자인을 맡은 알랭 로르띠 또한 이 장면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것을 밝히며 “마법처럼 무대, 안무가 어우러지는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여기에 조명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냥 단순한 빛이 아니라 가사와 에너지 전달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15세기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을 배경으로 매혹적인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사랑하는 세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
에스메랄다가 체포되고,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콰지모도가 3일째 종을 울리지 않으며 슬퍼하는 ‘성당의 종들’은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애타게 노래하는 콰지모도 뒤로 그의 친구인 3개의 종이 곡예사들과 동화하면서 살아 있는 생동감을 더했다. 이들은 높이 매달려 있는 종에 거꾸로 매달려 내려오기도 하고, 종이 울리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공중에 떠 있는 채로 몸을 거세게 흔들며 날아다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안무를 맡은 마르티노 뮬러는 “브레이크 댄서 1명과 곡예사 4명이 자신의 전문 분야를 무대 위에 펼쳐놓는다. 공연에는 무대, 조명 등 중요한 요소들이 있는데, 무용 또한 빼놓을 수 없다”며 “움직임을 통해 최대한 감정을 보여주려 했다. 진심을 다해 열심히 하는 그들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무대 세트 또한 눈길을 끌었다. 처음에 노트르담 대성당의 벽으로 등장했던 세트는 이후 에스메랄다가 갇힌 감옥으로 탈바꿈하기도 했고, 하이라이트의 마지막 시연 장면 ‘살리라’에서는 에스메랄다를 태우고 움직이는 도구가 되기도 했다.
무대 디자인을 맡은 크리스티앙 레츠는 “노트르담 대성당을 이루고 있는 ‘돌’이라는 기본 요소가 무대 전체의 기본이 됐다. 이 돌은 성당의 힘이 되기도 하고, 감옥의 한 벽이 되기도 하는 등 많은 의미와 용도를 지녔다”며 “배우들의 움직임에 따라 동시에 벽도 같이 움직이는 등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대, 조명, 안무까지 총 조율을 한 질 마으 연출은 “‘노트르담 드 파리’를 무대에 올리기까지 많은 단계를 거쳤다. 파리와 런던 초연 이후 지속적으로 작품을 올리면서 큰 틀은 변화시키지 않았지만, 여전히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변화를 주기도 한다”며 “특히 무대 위의 가수, 배우, 안무가들이 수백 번씩 노래를 부르고 연기하고 춤을 출 때 기계적으로 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무대 위의 요소들이 기계적으로 부딪히지 않고 자연스럽게 조화되고 있기에 극은 더욱 몰입도를 높이며 흘러간다. 이 공연의 오래된 팬들은 다시 공연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아직 공연을 접하지 못한 이들에겐 낯설지만 흥미로운 프랑스 뮤지컬을 맛볼 기회가 될 듯하다. 공연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2월 27일까지.
▲무대 위 세트는 때로는 배우를 태우고 움직이는 도구로 변하며 눈길을 끈다.(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