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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사람들 ⑫ 강북서 인수파출소 박래식 경위]찢긴 장판, 낙상 할머니에 새 장판 지원

“고생하는 어르신 보면 부모님 생각나”… ‘성북서 맥가이버 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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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15호 안창현 기자⁄ 2015.01.29 09:10:51

▲박래식 경위. 사진 = 안창현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안창현 기자) 경찰서 내부 게시판에 ‘이런 선배, 저도 될 수 있을까요?’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다. “향기가 꼭 꽃에서만 나는 것은 아닌 듯싶다”고 시작하는 이 글에는 강북경찰서 인수파출소에 근무하는 박래식 경위(58)의 선행이 적혀 있었다. 게시판 댓글에는 ‘선배님 대접 받을 만하다’, ‘아름답고 존경스럽다’, ‘묵묵히 솔선수범하는 모습 자랑스럽다’ 등 동료 경찰관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하지만 정작 박 경위는 “봉사에 큰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단지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에서 취미삼아 하는 것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동료들이 못 고치는 것이 없다며 ‘맥가이버’란 별명을 지어준 박 경위를 만났다.

“별 생각 없이 시작한 일인데, 이렇게 동료들로부터 과분한 칭찬을 받으니 쑥스럽다.” 박래식 경위는 미아3동에 있는 미아3치안센터에서 민원담당관으로 근무할 당시 한 독거노인의 집을 수리하다 후배 경찰관에게 이 장면을 들켰다.

이에 후배 경찰관은 경찰 내부 홈페이지에 그의 선행을 알렸고, 뜻하지 않게 동료들에게 선행 사실이 알려지자 박 경위는 무척 당황하고 부끄러워했다. “그때 관할 구역에 89세 되신 독거노인이 계셨는데, 그 어르신이 찢어진 장판에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병원 신세를 지셨다. 그래서 새로 장판 깔아드리고 집수리를 해드린 것이다.”

박 경위는 독거노인의 전셋집에 방문했을 때 장판은 오래돼 군데군데 찢겨있고, 시멘트 바닥에는 곰팡이와 바퀴벌레가 많아서 그냥 보고 지나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비를 들려 일주일 동안 집안 공사를 혼자 진행했다.

“제가 아니었어도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었고, 깨끗이 수리하니 보기에도 좋고 또 할머니도 흡족해 하셔서 기뻤다.”

작년 2월 현재의 인수파출소 팀장으로 발령받기 전에 박 경위는 미아3치안센터에서 약 2년간 일했다. 치안센터 업무는 주로 1인 단독근무를 하게 되는데, 치안센터를 찾는 주민들을 위한 민원 업무와 순찰시간을 이용해 관내 범죄예방, 주민에 대한 봉사활동이 주요 업무다.

그는 “치안센터는 할 일을 찾아 하는 자율적인 근무로 운영된다. 민원담당관으로 기본적인 근무에 충실하면서 지역의 독거노인들이나 소외계층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실 남몰래 한 그의 선행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번은 경찰서장에게 경로당 어르신이 직접 그에 대한 장문의 감사편지를 보내면서 그동안의 행적이 소상히 밝혀진 적도 있었다.

자신을 경로당 회장으로 소개한 어르신은 그 편지에서 ‘얼른 기억에 남는 것만 쓴다’며 박 경위가 경로당과 마을을 위해 그동안 솔선수범한 크고 작은 일들을 일일이 적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손수 김장을 담가 나눠주고, 지역의 독거노인 집을 방문해 고장 난 가전제품을 수리해주는 등 선행 리스트가 길게 나열됐다.

▲지역 경로당에서 보이스피싱 등 노인범죄에 대해 강연하는 박래식 경위. 사진 = 서울강북경찰서


이런 일들로 박 경위는 모범선행 경찰관에 선발돼 경찰서장 표창을 받았다. 그는 “원래 자원봉사는 조용히 소리 소문 없이 해야 하는데,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져 부끄럽고 쑥스럽다. 주변에서 과분한 칭찬을 해주시는 것 같다. 한편으로 고맙고 큰 힘이 되지만, 부담되는 점도 있다”고 말했다.

박 경위가 특별히 독거노인에게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 강북경찰서에서 근무한 2001년 2월경 야간 순찰 중에 만난 한 할머니 때문이다. “날씨가 너무 추운 날이었다. 밤에 순찰을 돌고 있는데 할머니께서 재활용 폐지를 줍고 계시는 것을 봤다. 70대 중반을 넘어 보이는 할머니께서 골목길에 폐지를 줍고 계시는 것을 보고 그냥 있을 수 없었다.”


“추운 겨울 폐지 줍는 할머니 모습 안타까워”

그는 자신이 입고 있던 잠바 내피를 할머니께 입혀드리고, 따뜻한 국물이라도 드시라고 가지고 있던 돈을 드렸다. “내가 집이 어디시냐고 물어보자 할머니는 대뜸 낡은 상가건물의 지하계단 아래에서 지낸다고 하셨다. 너무 마음이 무거웠다.”

박 경위는 그때 할머니를 보며 힘들게 고생하시다 돌아가신 자신의 어머니가 생각났다고 말했다. “성장 과정에서 부모님께서 고생하시는 걸 많이 느꼈다. 살아계실 때 잘하려고 노력은 했는데, 막상 돌아가시니 그동안 못한 것만 생각났다. 노인 분들을 보면 전부 내 부모님처럼 보이게 됐다.”

그때부터 그는 관내 경로당이나 독거노인 집을 직접 방문해서 틈나는 대로 말벗도 되어드리고, 집이나 가전제품 수리 등 보이지 않게 봉사활동을 해왔다. 그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동료 경찰관들은 그에게 ‘맥가이버’ 별명을 붙여줬다. 못 고치는 게 없다는 의미에서다.

“원래 고등학교에서 자동차과를 전공해 정비 분야에서 3년 정도 일한 적이 있다. 군대에서도 전기용접 기능사 등 자격증을 취득했다. 내게 손재주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박 경위는 실제 어르신들과 대화하면서 많은 분들이 경제적으로 어렵고 생활에도 여러 애로사항이 있지만, 정작 외로움을 가장 큰 문제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말벗 없는 게 가장 힘들다고들 하신다. 가끔씩 찾아뵙고 이야기를 들어드리면 제일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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