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병을 고친다 ① 서울아산병원 국제진료센터]김영탁 서울아산병원 국제사업실장 인터뷰
“자기나라 병원으로 착각할 때까지 편의·환경을 개선”
▲김영탁 서울아산병원 국제사업실장. 사진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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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금영 기자) 김영탁 서울아산병원 국제사업실장(산부인과 교수)은 “권위적 자세를 버리고 모든 환자들을 평등하게 진료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가 꾸리고 싶은 국제병원은 의사가 권위적인 태도로 환자를 불안하게 하거나 단순 치료만 하는 곳이 아니라 집처럼 편한 환경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치료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낯선 이국에 와서 다른 문화, 음식을 접하는 환자들은 모든 게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인터뷰 내내 강조하는 그와 국제진료센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 해외 환자 유치에 눈길을 돌리는 국내 병원들이 많다. 해외 환자 유치의 중요성에 대한 의견은?
“한국 자동차는 해외 각지에 수출돼 한국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가수 싸이가 활약했듯 가요와 영화 또한 해외에 널리 알려져 있다. 의학 또한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다. 해외 환자가 한국에서 치료 받으며 발생하는 국부 창출의 측면도 중요하지만, 세계의 아픈 환자들을 한국의 우수한 의료기술로 치료하면서 국가 브랜드 이미지가 높아지는 점도 중요하게 봐야 한다. 한국의 의료기술은 이미 세계적 수준인데, 아직 이를 알지 못하는 나라들이 많아 안타깝다.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라도 국내 병원들이 더 노력해야 한다.”
- 현재 해외 환자들 사이에서 서울아산병원 국제진료센터의 위상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해외 환자들에게 서울아산병원은 ‘고난도 수술’의 대명사다. 아시아 저개발국에 고난도 의료기술을 전수하는 AIA 프로젝트와 해외 의학자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암, 장기이식, 심장 분야의 우수한 의술을 지속적으로 알렸다. 또한 미국과 일본이 어렵다고 포기한 환자의 치료를 잇달아 성공시킨 사례들이 널리 알려지면서 세계 각지의 중증환자들이 우리 국제진료센터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해외 중증환자 증가에 부응하기 위해 2013년 11월 국제진료센터 확장 개소와 함께 미국, 멕시코, 우크라이나, 나이지리아 등 12개국 주한대사관과 원활한 진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협약식을 체결했다. 2014년 9월에는 미국 워싱턴D.C에서 세계의료관광협회가 주관하고, 약 3000여개 의료관광 업체가 참석한 글로벌 헬스케어 전시회에 참석해 세계 속의 서울아산병원 위상을 높이는 데 힘썼다.”
▲서울아산병원 국제진료센터에서 진료받고 있는 외국인 환자의 모습. 사진제공 = 서울아산병원
- 중증 외국인 환자 치료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면서, 동시에 외국인 환자 유치 인원에서도 타 경쟁병원을 앞섰는데 비결은? “2013년 1만200명 정도의 외국인 환자가 서울아산병원을 다녀갔고, 작년에도 환자가 많이 늘었다.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환자나 보호자들이 편하게 치료를 받고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는 활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중증 치료에 집중하는 이유는?
“한국 국제진료센터를 찾는 외국인 환자들은 다양한 목적을 갖고 있다. 중증 환자도 있지만 성형, 피부미용, 건강검진 등 비교적 가벼운 목적으로 오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성형과 피부미용의 경우 각 병원의 규모와 수준은 다르지만 경쟁이 심한 포화상태다. 우리 센터가 성형과 피부미용까지 다뤘으면 환자 유치 실적을 대폭 늘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하는 분야가 아닌, 정말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하는 중증 환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서다.”
- 국제사업실장으로서 외국인 환자를 위해 더 개선돼야 할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존스홉킨스, MD앤더슨 같은 미국의 유명 병원을 보면 미국인 환자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온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면서도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국제화는, 환자의 국적이 어디든 상관없이 편안하게 진료받을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현재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언어다. 병원의 모든 직원이 외국어를 다 잘 할 필요는 없지만, 호텔에서 고객을 접하는 부서가 영어로 손님을 맞이하듯 병원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본다.”
- 2015년 국제진료센터의 구체적인 운영 계획은?
“언어 문제를 집중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해외 환자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병원을 찾아오는 과정 자체가 힘들다. 공항에 각종 언어로 표지판이 설치돼 있듯 국제진료센터 또한 외국인 환자가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표지판을 확충 설치하려 한다. 또한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통역 서비스도 확대할 계획이다. 의학 용어는 잘못 전달되면 큰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통역이 정말 중요하다. 서울아산병원 국제진료센터의 정보를 각종 외국어로 전달하는 앱도 개발할 생각이다.
차후 목표는 2020년까지 해외 환자 100만 명 유치라는 정부 목표에 부합하고자 국제진료센터 차원에서도 해외 환자 증대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다. 외국 병원이라는 느낌 없이 마치 자기 나라에서 치료받듯 검사, 수납 등 모든 과정에서 전반적인 서비스 개선을 추진 중이다. 해외 환자를 위해 전문 의료진으로 구성된 네트워크 구축, 국가별 맞춤식 식단 제공, 병원 전체에 영문 표지판 설치, 다국어 방송 및 신문 제공, 병원 주변 호텔과의 협약을 통한 서비스 개선 등 외국인 환자 친화적 진료환경 마련을 위해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김금영 기자 geumyou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