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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병을 고친다 ① 서울아산병원 국제진료센터]“美·日서 포기한 환자, 서울아산병원 오면 살아요”

심장·간 이식 등 고난도 분야의 글로벌 리딩병원 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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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16호 김금영 기자⁄ 2015.02.05 09:34:30

▲러시아 국적의 알렉세이(오른쪽) 씨가 서울아산병원 이승규 교수(왼쪽)와 악수를 하고 있다. 알렉세이 씨는 서울아산병원에서 2대1 간이식을 받고 건강을 회복했다. 사진제공 = 서울아산병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선 환자가 국내에서 치료를 받을 수 없어 해외로 떠나는 장면이 종종 등장하곤 했다. 이제 이런 이야기는 옛말이 됐다. 전문적인 치료를 받으러 해외 환자들이 한국 병원을 찾는 시대가 활짝 열렸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3년 한국 방문 외국인 환자는 전년보다 32.5% 늘어 처음으로 20만 명을 넘어섰다. 진료수입 또한 전년대비 47% 증가한 3934억 원으로 집계돼 한국의 국제진료센터들은 세계의 병을 고치는 글로벌 병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의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의료 분야가 꼽히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대표적인 국제진료센터를 소개하는 새 시리즈의 첫 병원으로 서울아산병원 국제진료센터를 소개한다.

각종 외국어 문구로 빼곡한 문을 열자 서울아산병원 국제진료센터의 전경이 펼쳐졌다. 깔끔하게 탁 트인 공간 이곳저곳에서 외국어 상담 소리가 들려왔다. 1989년 문을 연 이 공간은 2012년 ‘국제클리닉’에서 ‘국제진료센터’로 이름을 바꿨고, 병원 내에서 국제진료센터의 위상을 한층 더 높이고 늘어나는 중증 외국인 환자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2013년 확장개소를 단행했다. 언어권에 따라 대기 공간을 구분하고 상담실 등을 추가로 확보했으며, 코디네이터 접수 상담을 도입했다.

▲서울아산병원 국제진료센터 전직원. 사진제공 = 서울아산병원


2013년 확장개소하고 중증 외국인 환자들 맞아

병원을 찾은 해외 환자는 2010년 5300명에서 2013년 1만2000여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최근 3년간의 운영 실적을 살펴보면 암, 장기이식, 심장질환 등 고난도 수술과 치료가 대부분으로, 중증 환자 치료 분야에서 국내 1위를 지키고 있다. 중증 환자 치료에 탁월하다는 점은 수치에서도 확인된다. 복강경 위암 5000례, 유방암 2만례, 대장암 2만례, 신장이식 4100례, 생체 간이식 3700례 등 연간 5만8000여 건의 고난도 수술 및 치료 건수를 서울아산병원은 기록했다.

건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높은 생존율이다. 수십 명의 의료진이 10시간 이상 매달리는 고난도 수술인 간이식은 2007년부터 7년 연속 연 300례 이상 시행되고 있는데, 환자의 생존율은 96%(1년 생존 기준), 93%(3년 생존율), 91%(5년 생존율)를 기록했다. 심장이식은 2014년 12월 기준으로 국내에서 이뤄진 전체 938건 중 절반이 넘는 502건을 서울아산병원이 시행했는데, 생존율은 95%(1년), 86%(5년), 75%(10년)로, 국제심폐이식학회의 80%(1년), 66%(5년), 47%(10년)과 비교하면 월등하게 높음을 알 수 있다. 신장이식과 췌장이식도 각각 4107건, 270건에 1년 생존율 97%, 96.8%로 뛰어났다.

서울아산병원 국제진료센터 측은 “병이 크고 무거울수록 환자의 발길도 자연스럽게 서울아산병원을 향했고, 풍부하게 쌓인 고난도 임상경험을 인정받아 미국, 유럽의 유명병원들을 제치고 서울아산병원을 선택하는 해외 중증 환자들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미국·일본서 포기한 중증 환자 치료에 성공

서울아산병원 국제진료센터의 도움을 받은 중증 외국인 환자들 중 유명한 사례가 있다. 2012년 미국의 유수 병원들이 치료를 포기하자 서울로 온 아부다비의 환자 파티마 알알리(35세, 여) 씨가 있다. 6살부터 앓아온 소아형 당뇨와 잦은 투석으로 신장기능이 크게 저하돼 신장이식이 필요했지만 미국 병원은 이식 거부반응이 우려되는 고위험군 환자라는 이유로 치료를 거절했다.

서울아산병원의 한덕종 교수가 이끄는 신장이식팀이 수술을 시행했고, 수술 경과가 좋아 건강하게 모국으로 돌려보낼 수 있었다. 당시 아랍 일간지 알이트하드는 “유사 사례를 찾기 어려운 희귀한 케이스였지만 서울아산병원이 유일하게 성공적으로 수술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이식수술로 명성이 높은 일본 병원이 포기한 환자 치료 사례도 유명하다. 2013년 일본 홋카이도 대학병원의 아오야기 타케시 교수가 자신을 찾아온 러시아 국적의 알렉세이(27) 씨에 대한 치료를 포기하고,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에 이메일을 보내 수술을 부탁했다. 알코올성 간경변으로 생명이 위독했던 알렉세이 씨는 서울아산병원에서 2명의 기증자에게서 동시에 간을 이식받는 고난이도 2대1 간이식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했다. 병원 측은 “대표적인 두 사례가 알려진 뒤 세계 각지의 중증 환자들이 우리 병원을 찾는 사례가 더 늘어났다”고 전했다.

▲미국의 유수 병원들도 치료를 포기했던 아부다비 환자 파티마 알알리(맨 왼쪽)씨는 서울아산병원 한덕종 교수(오른쪽)가 이끄는 신장이식팀에게 신장이식 수술을 받고 건강하게 모국으로 돌아갔다.


진료 전담의사 3명 중심으로 외국인 환자 편의에 신경써

서울아산병원 국제진료센터는 중증 치료에도 강점을 보이지만 국내외 외국인 환자의 진료 편의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3명의 진료 전담의사를 둬 방문한 외국인이 최대한 빠른 일정으로 상담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더불어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 서비스를 이용한 외국인에게 검진결과 상담서비스 제공 뒤, 필요할 경우 전문 진료과에 의뢰해 추가 도움을 받도록 지원한다.

외국인 환자는 한국 방문 전 치료가능 여부를 알기 위해 세컨드 오피니언 서비스를 이용할 때가 많은데, 서울아산병원 국제진료센터는 이 과정 역시 줄였다. 병원 측에 문의를 하면 사전에 송부된 환자의 의무기록이나 검사결과를 토대로 가정의학과 전공의, 국제진료센터 의료진, 전문 진료과 의료진이 3단계로 검토해 어떤 치료를 받을지 빠른 판단을 내리고 알려준 뒤 진행한다. 주요 6개 언어인 영어, 러시아어, 중국어, 일본어, 몽골어, 아랍어 통역 인력이 상주하고 있고, 필요시 외부 통역 인력풀을 활용하고 있다.


이빅토리아 국제진료센터 코디네이터
“혹 떼러왔다가 혹 녹인 러 환자 못잊어”

러시아어로 환자와 대화하던 이빅토리아 씨는 상담이 끝나자 수줍은 미소로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현재 서울아산병원 국제진료센터에서 코디네이터 겸 통역사로 근무한다. 환자들을 직접 접하면서 누구보다도 서울아산병원 국제진료센터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를 느꼈을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빅토리아 서울아산병원 국제진료센터 코디네이터. 사진 = 안창현 기자


- 하고 있는 일은?

“러시아어권 환자들을 담당하는 코디네이터 겸 통역사다. 그냥 일정 관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 환자들이 문의해올 때 병원 관련 정보를 그들에게 제공하고, 병원에도 환자의 질환 정보를 보고해 연결시키는 역할이다. 이메일과 전화 문의를 다 받는다. 또한 환자가 치료를 위해, 또는 상담 받고 싶어 찾아오면 병원의 종합검진프로그램 등을 이해하도록 통역을 진행한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나 중국으로 유학 가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간호사가 되고 싶었는데, 한국에 와 서울아산병원에서 통역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이 일에 빠져들게 됐다. 간호대학에서 공부한 지식이 도움이 됐다.”


- 특별히 기억나는 환자가 있다면?

“굉장히 많다. 러시아 환자엔 크게 두 경우가 있는데, 하나는 현지에서는 심각한 병이라고 진단을 받았는데 한국에 와서 검진 받으니 오진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반대로 병을 찾지 못한 상태로 검진을 받으러 왔다가 큰 병을 발견하는 경우다. 한 환자는 양성 혹을 달고 병원을 찾아왔다. 러시아 병원에서는 혹을 자르는 것 말고는 치료 방법이 없고 큰 상처가 남을 수밖에 없다고 했지만 우리 병원에서 주사로 약물치료를 받고 완치됐다. 밝게 웃으며 고맙다고 연신 인사하던 그 환자의 얼굴이 기억난다.”


- 자신이 생각하는 서울아산병원 국제진료센터의 장점은 무엇인가?

“중증 환자 치료 기술이야 이미 잘 알려져 있고, 내가 느낀 장점은 가족 같은 분위기다. 나도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나 살다가 한국에 와 낯선 점이 많았다. 그런데 서울아산병원 사람들이 가족같이 대해줘 지금까지 이렇게 인연이 닿았다. 내가 도움을 받았듯 앞으로는 병원을 찾아오는 외국인 환자들이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내가 만들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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