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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人을 만나다 - 김선형 작가]“한국적 쪽빛으로 세화(歲畵) 부활시켜야죠”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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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17호 김금영 기자⁄ 2015.02.12 09:01:23

▲청안 갤러리의 세화전 ‘부귀청화’에서 만난 김선형 작가. 사진 = 김금영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이 있다. 김선형 작가는 이 말에 누구보다도 적극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청안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부귀청화’전에서 민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신작 20여 점을 선보이고 있는 그를 만났다.

30여 년 동안 한국화(韓國畵)를 연습하고 그리면서 전시를 열고, 어느덧 자신의 나이와도 같은 53번째 개인전을 맞이한 작가는 자신을 한국화 작가라고 소개하며, 입을 열자마자 한국화에 대한 애정을 쏟아냈다. 그가 말하는 한국화의 매력은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움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쌀 한 되를 담을 때 정량에 딱 맞춰 담으려고 한 톨조차 넘치거나 모자라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정량 부담 없이 거침없이 담을 때가 있죠. 전 후자가 한국화의 매력과 비슷하다고 봐요. 너무 다듬거나 어떤 틀에 갇히면 그림이 한계에 부딪히고 인위적이 될 수밖에 없는데, 한국화는 자연스러운 맛을 살리고 정감 있는 게 특징입니다.”

또 단지 예쁜 그림을 그리는 게 목적이 아니라 의미를 담았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이번 전시를 구성하고 있는 세화(歲畵) 작품이 그 대표적인 예다. 세화는 특정 계층이나 권력에 국한되지 않고 누구나 누리며 장터에서도 사고팔던, 그래서 일상생활에서 친근하게 접할 수 있던 그림이다. 그리고 새해를 송축하고 재앙을 막기 위한 의미를 담아 새해첫날 문에 거는 세시풍속의 용도로도 세화가 사용됐다. 이런 의미를 현대에 다시 부활시키고 싶어 전시를 마련했다고 그는 밝혔다.

▲김선형 작가의 각종 세화 작품이 걸려있는 청안 갤러리 전시장 전경. 사진 = 김금영 기자


작가는 세화를 그리기 위해 민화 자료를 찾아보고 이를 단순 모사하기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 과정을 거쳤다. “원본 그림과 내가 그린 그림을 보면 같은 그림이라는 걸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유행하는 그림 방식 중 하나가 전통 민화에 스마트폰 등 현 시대를 상징하는 요소들을 넣는 것인데 작가는 이에 대해서는 “오히려 전통 민화에 인위적인 느낌을 줄 수 있어 피하는 편”이라고 선을 그었다.

재해석을 거쳐 탄생했다는 점 외에 또 작가의 세화가 눈길을 끄는 것은 대부분 푸른색으로 그려졌다는 점이다. 아크릴 물감을 베이스로 동양화 물감이나 먹 등을 섞어 색을 만들어낸 뒤 한지에 그리는데, 오묘한 푸른빛이 매혹적이다. “원래는 와인색을 좋아한다”고 고백한 작가는 푸른빛을 사용한 이유에 대해 ‘희망’이라는 한 단어를 꼽았다.

“한국인은 백의민족이라고 불리잖아요? 그래서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색으로 주로 흰색이 꼽히죠. 이 흰색에도 매력을 느꼈지만 또 제 가슴에 와 닿은 색이 바로 쪽빛, 즉 푸른색이었어요. 푸른색은 옅은 하늘색부터 짙은 청색까지 아주 색이 다양한데, 여타 다른 색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희망을 잘 담을 수 있는 색이라고 느꼈죠. 이 푸른색으로 새해의 행복을 기원하는 세화를 그리면 그 의미가 더 잘 전달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세계 미술시장서 눈길끌 수 있는 건 한국적 작품.
그림 그리는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정체성 잊지 말아야

도시 태생의 한국화 작가에게 세화는 매력적이었다. 유행에 민감하고 감각의 촉수만을 자극시키는 환경에서 만난 고전의 아름다움은 작가의 쉴 곳이었고, 창작의 모티브였다. 이 창작 욕구를 작가는 해가 뜬 낮에 불태우는데, 1년에 400~500여 점, 적어도 300여 점의 작품을 그린다고 했다. “질릴 수도 있겠다”는 우스갯소리에 그는 “한국화는 아무리 그려도 질리지 않는다”며 “한국화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작가가 열심히 그림을 그리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웃으며 반문했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 외에는 미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한국화가 지닌 중요성과 그 기원을 가르친다. 그림을 그리는 테크닉 또한 중요하지만 우리의 정체성을 먼저 알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세화는 새해를 송축하고 재앙을 막고자 문 앞에 걸었던 그림이다. 각각 가든블루, 59x35cm, 한지에 혼합매체, 2015. 사진 = 김금영 기자


“서양인이 한복을 입고 있으면 한복이 눈에 들어오기보다는 ‘신기하다’, ‘재미있네’라고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한국인이 한복을 입고 있으면 한복 그 고유의 아름다움에 더 눈길이 가게 되죠. 전 이처럼 우리 이야기를 담은 한국화의 정체성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게 바로 한국 작가들이라고 봐요. 그러기 위해선 한국화에 대한 공부와 관심이 필요하죠. 우리가 우리 이야기를 해야지, 누가 하겠어요?”

작가는 “그런데 요즘 젊은 작가들은 아트페어에 나가서 작품을 잘 파는 게 꿈인 경우가 많아 안타까워요. 물론 작품이 잘 팔리는 건 좋지만 잘 팔리는 작품을 그리려고 유행을 따라가고, 그 과정에서 인기 없는 한국화는 소외되고 있어요”라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푸른색으로 그린 세화에서 발견한 희망처럼 작가는 한국화의 화려한 부활을 믿고 또 꿈꾸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유행에 따라 그림을 그려 세계시장에 내놓으면 별로 색다르지 않아 눈길을 끌 수 없어요. 하지만 세계 미술시장에 백자 작품이 등장하면 세계인들이 호기심 어린 눈을 반짝이며 주목하죠. 우리의 정체성 회복이 앞으로의 한국 미술시장 발전의 관건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작가의 세화작품을 볼 수 있는 ‘부귀청화’전은 3월 28일까지 청안갤러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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