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7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2015.02.12 09:11:10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일단 재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돌려놓으면 강제집행을 당하지 않겠지요? 예금을 인출해 따로 보관하면 안 될까요?” 법률상담을 하다 보면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이런 경우 제 대답은 하나입니다. “안 됩니다! 나중에 형사적으로 강제집행면탈죄로 처벌받거나, 민사적으로는 사해행위 취소소송으로 소송에 휘말리게 될 수 있습니다.”
변호사에게 자신이 ‘위법 혹은 불법’을 저질러도 좋은가 하는 질문을 하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잘못을 저지르고 와서 상담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자신이 위법한 일을 할 것임을 예고하고 이에 대해 ‘괜찮다’는 답을 변호사에게 얻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본인이 미리 답을 정해 놓고, 전문가의 입을 통해 그 ‘답’을 확인하려는 경우입니다.
민법 제406조 제1항은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 행위를 한 때에는 채권자는 그 취소 및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행위로 인하여 이익을 받은 자나 전득한 자가 그 행위 또는 전득 당시에 채권자를 해함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를 사해(詐害)행위 취소소송 또는 채권자 취소소송이라고 부릅니다. 이 소송의 본질은 ‘사해’라는 두 글자에 담겨 있습니다. 풀이하자면 속일 사(詐), 해칠 해(害), 즉 속임수로 남을 해치는 행위를 취소하는 소송입니다.
이 제도는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채무자가 재산을 빼돌린 경우에,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회복하는 경우 주로 사용됩니다. 사해행위 취소소송에 승소하더라도 원칙적으로는 채무자의 재산을 채권자가 직접 가져올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채무자의 명의로 재산을 다시 돌려놓게 됩니다.
이 사해행위 취소소송은 요건을 갖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반대로 일단 원고가 소송의 요건을 제대로 갖춘 경우 피고의 입장에서는 방어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최근에는 사해행위 취소소송이 ‘이혼 사건’과 관련해서도 많이 문제되고 있습니다. 이혼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자신의 재산을 모두 처분하거나 명의를 변경하는 경우도 있고, 채권자가 강제집행을 하려고 하자 부인과 이혼하면서 부인에게 모든 재산을 재산분할로 넘겨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사해행위 취소소송과 동일합니다. 그런데 후자의 경우에는 추가적인 쟁점이 발생합니다. 이 재산분할이라는 것은 ‘부부가 혼인 중에 가지고 있었던 실질상의 공동재산을 청산한다’는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원래 내 재산이었지만 공동명의 혹은 상대방 명의로 되어 있던 재산을 내 명의로 환원시킨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남편의 채권자가 남편과 이혼하면서 부인이 받은 재산분할에 대해 강제집행을 할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사해행위, 이혼 문제와 결부되기도
대법원도 재산분할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사해행위 취소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5.01.28. 선고 2004다58963 판결).
그런데 재산분할이 지나치게 과다하거나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이혼하고 재산분할을 하는 경우라면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상당한 정도를 벗어나는 초과부분에 대하여는 적법한 재산분할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는 사해행위에 해당하여 취소의 대상으로 될 수 있을 것이나, 이 경우에도 취소되는 범위는 그 상당한 정도를 초과하는 부분에 한정하여야 한다”고 해서 예외적으로 재산분할에도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인정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0.09.29. 선고 2000다25569 판결).
사해행위 취소소송은 채권 확보에 대한 ‘사후 예방책’에 불과합니다. 더군다나 법률관계가 복잡한 경우가 많아 결코 쉬운 소송이 아닙니다. 따라서 가장 안전한 방법은 돈을 빌려 줄 때 미리 충분한 담보를 설정해 놓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압류·가처분 등의 보전 처분으로 채무자가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사해행위 취소소송은 채권자가 취소 원인을 안 날로부터 1년, 법률 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5년 이내에 제기해야 합니다. 채무자와의 친분 관계 때문에 또는 법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망설이다가 기간을 넘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정리 = 안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