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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뉴스]침·숨·개털이 미술작품으로…최선 작가, ‘메아리’전서 미술계에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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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18-419호 김금영 기자⁄ 2015.02.24 08:55:04

▲최선 작가. 사진 = 김금영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침, 소금, 숨, 개털, 피, 폐유…. ‘품격 있는’ 미술세계와는 거리가 멀 것만 같은 존재들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을 소재로 사용해 파격적 작품으로 재탄생시킨 작가가 있다. 젊은 미술작가들을 육성하기 위해 매년 진행되는 송은 미술대상의 12번째 대상 수상자인 최선 작가다.

그는 이전에도 평범하지 않은 재료와 작업 방식으로 주목받았다. 2003년 열린 첫 개인전 ‘네이키드 페인팅’에서는 캔버스 위에 물감을 칠하는 게 아니라 반대로 칠해진 물감을 긁어내 다시 본래의 재료였던 물감 덩어리와 캔버스 천으로 환원시키고, 이를 한 편의 전형적인 추상회화처럼 전시했다. 2010년 두 번째 개인전에서는 자신의 피를 뽑아 전시장 유리창에 발랐다. 예술의 재료와 표현방법이라고 규정하기 힘든 특이한 재료와 작업과정을 고집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메아리’전이라는 심상치 않은 전시로 돌아온 그는 “회화 혹은 예술에 부여된 관념적인 숭고성과 절대적 가치에 도전하고자 한 의도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의 말인즉슨 창조적이지 않은 복사판 작품이 한국 미술계에 만연한 가운데, 소위 예술이 정의하는 ‘아름다움’이라는 게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인지, 허위의식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보고 싶었다는 것.

▲개와 고양이, 사람의 털을 태워 전시장 벽면을 칠한 ‘메아리’와 그 앞에 설치된 ‘쓴 침’ 작품. 사진 = 김금영 기자


“과거에 지른 소리가 되돌아와 현재 듣게 되는 게 바로 메아리잖아요? 전 한국 미술계에서 새로운 외침이 아닌 과거의 울부짖음을 느꼈어요. 해방기 이후 한국에 많은 현대미술 이론이 들어오고, 작가들도 해외로 유학을 많이 갔죠. 그런데 미술대학에서 공부할 때 의문이 들었습니다. 자율적으로 새로운 그림을 그리려는 태도보다는 머리에 주입된 이론을 토대로 그림을 그리려는 경우가 많았죠. 해외미술 작가들 그림 따라가기에 급급해 특징이 점점 없어지는 거죠. 그 현실에 쓴소리를 던지고 싶었습니다.”

그의 작품은 그냥 보면 일반적인 추상화 같지만 그 과정과 재료는 일반적이지 않다. 이렇게 탄생된 작품을 내놓고 ‘이래도 아름다운가?’ 관람객에게 되묻고 있는 것이다. 그냥 보면 뭔가 고상한 의미를 지닌 추상 편면회화 같지만 작품의 제목은 ‘피똥(적분의 그림)’이다. 실제로 작가는 자신의 배설물 중 장식적인 형태를 찾아 이를 그림의 형식 속에 옮겨 놓았다. 대상의 불쾌함은 이미지의 선택과 확장, 그리고 알루미늄 프레임과 우레탄 페인트라는 전형적인 회화 재료의 특성으로 인해 사라지고, 대신 익숙한 미적 이미지로 포장된다.

▲3층 전시장 전경. 사람들의 숨을 작품으로 형상화한 ‘숨’ 시리즈가 전시돼 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또 주목되는 작품은 ‘숨’ 시리즈다. 여기서 작가는 최선 한 사람이 아니라 다수의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다. 작업방식은 동일한데, 개성이 담겨 있다. 흰 종이에 물감을 뿌려놓은 뒤 사람들에게 물감을 불어 자신만의 숨길을 만들게 하기 때문이다.

관념화된 예술 재료와 방식을 거부
“과거의 메아리 벗어나 현재의 소리 내야”

‘내 숨이 멈춘 그 점에 너의 숨은 시작되고’(2011)는 일본 요코하마 트리엔날레에서 참여형 프로젝트로 진행됐다. 안산 시장을 오가는 시민들과 외국인 노동자들이 함께 물감을 불어 완성한 ‘나비’(2014), 그리고 여수 한센인 촌의 할머니들의 숨으로 그려진 노란색의 ‘소식’(2015) 등이 이어 전시장을 채운다.

“저는 계획적이기보다 충동적으로 작업하는 스타일이에요. 다른 사람과 함께 작업하는 것도 갑자기 시작됐죠. 어렵지 않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을 추구하는 편인데 ‘숨’ 시리즈가 이와 맞닿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숨이 작품으로 만들어지며 새로운 가치를 갖게 되는 것도 좋았고요.”

‘숨’ 시리즈를 지나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가장 좋아한다는 작품 앞에 섰다. 그런데 그냥 흰 캔버스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이 작품은 ‘쓴 침’으로 캔버스 위에 침을 뱉어 만들어진 것이다. 최 작가는 “젊은 미술가들이 봐줬으면 하는 작품”이라며 “너무 써서 삼킬 수도 없었던 침을 한국 미술계에 대한 비판 의식으로 새롭게 재구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메아리’전 3층 전시장에 설치돼 있는 ‘오수회화(적분의 그림)’ 작품. 사진 = 김금영 기자


이밖에 미용실과 동물병원 등에서 얻은 개와 고양이, 사람의 털을 태워 만든 재로 전시장 벽면 전체를 칠한 ‘메아리’, 바닷물에 천을 담그고 말리기를 수십 번 반복한 ‘소금회화’, 다 쓰고 버린 폐유를 바른 ‘검은 그림’ 등 일반적인 전시에서 볼 수 없는 파격적인 작품들이 이어진다. 최 작가는 “사용하는 소재가 자극적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지만 생각해보면 손, 혈액, 땀, 재채기, 눈물 등은 사람이 공통적으로 지닌 요소다. 일반적인 재료가 아니라는 관념을 빼고 보면 친숙한 소재들”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남이 만들어 놓은 형식을 따라가서는 결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과정에서 탄생한 작품을 과연 아름답다고 할 수 있을까? 또 과거에만 연연해 앞을 보지 못해서도 안 되고. 앞으로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작품으로 마음껏 표현하고 싶다.” 전시는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3월 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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