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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진출 컨설턴트 신동원 칼럼 ③]‘꽌시’가 뒷거래·뒷돈이라고?

‘내가 중국인에게 가치있는 사람 되는 것’이 바로 꽌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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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18-419호 신동원 네오위즈 차이나 지사장⁄ 2015.02.24 09:05:41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신동원 네오위즈 차이나 지사장) 드라마 ‘미생’을 참 재밌게 봤다. ‘미생’을 본 시청자들은 모두 ‘자기 얘기’라고 했다고 한다. 윗사람에 당당하고 아래 사람에게 푸근한 오 차장이 자신이고, 자신을 괴롭히는 상사가 다들 한 둘씩 있었다고 하니, 도대체 나쁜 상사는 어디에 다 숨은 걸까?

그런데 미생에서도 ‘꽌시’를 그리고 있다. 드라마에서 전무와 특별한 관계의 중국 기업이 정상적인 단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계약을 추진하고, 결국 감사팀의 개입으로 딜은 중단된다. 이로 인해 전무와 오 차장 모두 회사를 떠나게 된다.


꽌시에 대한 오해

아쉽게도 여전히 한국에서 보는 꽌시는, ‘정상적인 거래 이외에 관계를 만들기 위한 뒷거래 또는 뒷돈’ 정도로 인식되는 것 같다. 더 안타까운 것은, 많은 한국의 기업인들이 꽌시가 없으면 중국 비즈니스가 불가능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 한국의 벤처들이 상하이에서 3개월간 정부지원 글로벌 비즈니스 프로그램을 하고 갔다. 여행, 패션, 교육 등 한국이 강한 분야의 벤처들이었다. 주로 앱이나 웹을 통해 자신의 서비스를 소개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그런데, 4개 벤처 모두가 중국 기업들과 계약을 이루었다. 첫 시작 치고 결코 나쁘지 않은 성과였다. 4개 기업 모두 중국은 처음이었는데, 어떻게 3개월 만에 거래가 성사된 것일까? 꽌시가 필요하다면 적어도 1년은 걸릴 일이 아닌가? 더군다나 상대 중국 기업들은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중국의 중견 기업들이었다.

바로 여기에 한국인이 생각하는 ‘꽌시에 대한 편견’이 숨어 있다. 꽌시는 한자로 ‘관계(关系)’이고 영어로는 ‘Network’이다. 어느 글자에도 ‘뒷거래’나 ‘검은 돈’이란 의미는 없다.


돈이 아닌 마음을 주는 것

4개 벤처 중 한 기업의 CEO는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리드하는 중국의 메이저 방송국과 제휴했다. 어떻게 거래가 성사되었느냐고 했더니 의외로 간단했다. “00 TV 담당자가 젊은 아가씨인데, 한국의 메이저 방송국과 제작사나 엔터업계 업체들로부터 참 많은 러브콜이 온다고 하네요. 그런데 의외로 우리와는 아주 쉽게 계약에 동의해 주었는데, 저희가 워낙 벤처이고 순수해서 의심 없이 그럴 수 있었다네요. 저도 나름 노력을 했는데, 그 아가씨가 얼마 전 한국에 왔을 때 하루 정도 서울을 함께 다닌 적이 있어요. 그때는 비즈니스를 염두에 두지 않고 그냥 최선을 다해서 안내해 주었는데 결국 비즈니스로 이어졌네요.”

그렇다. 꽌시는 의외로 간단하다.  ‘돈’을 주는 게 아니라 ‘마음’을 주는 거다. 더 정확하게는 ‘내가 상대방에게 의미(가치) 있는 사람(기업)이 되는 것’, 그것이 꽌시다. 중국인들이 이기적이라고들 한다. 너무 계산적이라고도 한다. 각자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우리는 비즈니스를 하면서 얼마나 이타적으로 행동했던가? 혹은 계산을 하지 않고 정이나 의리에 사로잡혀 계약을 했던 적이 있었던가? 만약 그랬다면, 그것이야말로 잘못된 비즈니스 거래가 아니었을까?

모든 사람은 계산적이다. 적어도 비즈니스맨은 계산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중국 파트너를 대하면서, 우리에게만큼은 계산 없이 순수하게 특별한 대우를 해 주기를 기대하지는 않았을까? 혹시 그것을 꽌시라고 오해한 건 아닐까? 그러한 오해가 자꾸 밝은 커피숍이나 괜찮은 식당 대신, 어두컴컴한 노래방으로 우리를 몰아넣지는 않았던가?


중국인들도 목마른 꽌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미국도 유럽도 어떠한 선진 국가도 모두 중심부의 ‘네트워크’가 있다. 흔히 한국에서는 ‘줄’이라고 표현하는 학연, 지연, 인맥이 실제 비즈니스에 도움이 된다. 중국에서 꽌시는 사실 어떠한 학연이나 지연보다도 강하다. 그래서 많은 중국인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꽌시를 자랑하거나 비즈니스에 이용하려 든다. 실제로 이러한 가짜 꽌시에 속아 사기를 당하는 사례도 자주 나온다. 설사 그 말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꽌시가 탄탄한 중국인들은 결코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자칫 잘못 이용하려 들다가는 도리어 화가 될 수 있다.

중국인들도 이러한 꽌시를 쌓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비싼 입장료를 내고 각종 전시회에 참석하고, VIP로 분류되는 산업별 메이저 업체의 명함을 받으려 안간힘을 쓴다. 일단 말이라도 터놓아야 향후를 기약할 수 있기에, 패널 토론이 끝나면 마치 연예인이라도 되는 양 그에게 다가가 명함 받기에 애쓴다.

▲중국에서 열린 스마트폰과 게임 관련 행사 현장.


외국인이라서 더 유리하다

사실 외국인으로서 중국 내 꽌시를 쌓기는 훨씬 유리하다. 만약 그 산업이나 회사가 나름 한국에서 잘 포지셔닝하고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확보하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왜냐하면 중국의 중견 기업들은 자국의 중소기업보다 외국의 중견기업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또한 외국인이라서 혹은 외국 기업이라서 더 배울 것이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런 분위기는 시간이 갈수록 약해지고, 중국 기업들의 약진으로 인해 기회가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직도 이 땅에서 우리가 꽌시를 쌓기에는 외국인 신분이 훨씬 유리하다는 점이다. 우리가 좀 더 겸손하고 상대를 섬길 수 있는 ‘인격’만 있다면, 이미 우리는 공항 입국 시 Fast Line에 서 있는 거다. 만약 우리가 어느 정도의 중국어도 할 줄 알고, 중국 문화도 이해하고 중국인을 좋아한다면 더욱 유리하다.

거래 대상인 중국 기업에서 일하는 한국인도 큰 자산이다. 실력이 있고 언어가 돼 중국의 내로라하는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들이 있다. 그 분들이 좋은 다리가 되어줄 수 있다.


꽌시란 내가 그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

필자가 중국에 온 지 약 5년 후 스스로 내린 꽌시 정의가 있다. ‘꽌시는, 내가 필요로 하는 네트워크가 아니라, 내가 그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란 정의다.

실제 어떤 경우건 중국인이 나를 맹목적으로 도와줄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되고, 그 부탁이 그에게도 가치 있고 상호간에 좋은 이해관계가 있다면, 그가 나를 기꺼이 도울 것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내가 오랜 시간 동안 관계를 형성해 온 중국인 친구들은 더욱 거침없는 도움을 줄 것이다. 우리의 중국에서의 포부를 누구보다 알기에, 또한 그 포부가 우리 혼자 잘되려는 목적이 아니라, 중국인에게도 되갚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라면, 그들이 늘 우리 편에 서줄 것이다.

맹목적인 꽌시를 찾아다니지 말고, 스스로 가치를 입증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중국에서 ‘꽌시 만들기’의 시작이다.


신동원 = 네오위즈 차이나 지사장 / 연세대 신방과 졸업 / 미국 워싱턴대, 중국 복단대 MBA / 다음커뮤니케이션 중국 지사장(2004) 이후 중국 활동 / 2011년 ‘나는 중국에서 자본주의를 만났다’ 출간

(정리 = 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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