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왕진오 기자) 만화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귀여운 얼굴의 동구리 그림으로 국내외 미술계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권기수(43) 작가의 개인전이 27일∼3월 23일 서울 소공동 롯데갤러리 본점에서 열린다.
전시장에 걸린 작품들은 이전 작품에 비해 복잡하게 그려진 선들이 가득하다. 화면의 구성도 가득 채우기보다는 비워낸 공간이 많이 보인다. 오랜 만에 선보인 작품들에는 최근 고민하고 있는 작가의 현실이 반영됐다.
"국내에선 작품도 덜 팔리고, 직원도 절반가량이나 내보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값은 계속 올려야 했다"며 그간의 어려운 속내를 드러냈다.
'후소'라는 타이틀로 만들어진 신작들이 대거 전시장에 걸렸다. 익숙하게 봤던 그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작가의 신작은 "그림 그리는 일은 흰 바탕의 뒤에 행한다"는 공자의 '회사후소(繪事後素)'에서 영감을 받아 기존의 작품을 지우개로 지우거나 낙서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권 작가는 "옛 작업보다 어려운 과정을 거쳤습니다. 데이터를 만드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이를 색칠하는 조수들의 작업과정도 복잡해졌습니다"며 "변신을 시도하기 보다는 스스로 저를 반성하며 적극적인 매출을 올리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작품들입니다"고 변화된 작업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그림을 양산하는 일종의 팩토리를 운영하는 대표로 불리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 2008년 세상에 처음 선을 보인 동구리는 세상의 관심을 모았고, 거느린 직원만 20∼30명에 이를 정도로 밀려드는 작업 주문으로 작업실의 불이 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미술시장이 침체기를 거치면서 판로가 줄어들게 되자, 그는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홍콩, 상해, 파리 그리고 런던에서 진행한 전시로 내수 판매 부진을 메웠다고 전한다.
동구리 하나만을 가지고 작업을 하는 것에 대해서 권 작가는 "페인팅 작업은 15∼20년이 걸려야 하나의 화풍이 완성된다고 합니다. 이제 13살 된 동구리가 마치 사춘기 시기를 보내는 것으로 이번 신작도 봐주기를 바랍니다"라며 "앞으로 7년은 더 키워야 됩니다. 스무 살 정도가 되어야 스스로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죠. 그때까지는 동구리 작업으로 버티려 합니다"고 밝혔다.
먹여 살려야 하는 식솔들이 많아 걱정이라는 권 작가는 올해 9월경 대구보건대학교 인당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준비 중에 있고 하반기 동구리로 인연을 맺은 미국의 한 대학에서 강의를 하게 될 것 같아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