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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 박우홍 신임 한국화랑협회 회장]“화랑 위상 정립하고 경매업과 상생으로 재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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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20호 왕진오 기자⁄ 2015.03.02 10:02:55

▲박우홍 한국화랑협회회장. 사진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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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왕진오 기자) 지난 12일 한국화랑협회 정기총회에서 제17대 회장으로 박우홍(63) 동산방화랑 대표가 취임했다.

단독 후보로 나와 3년 임기 회장에 추대된 박 대표는 2대, 6대 협회장을 지낸 화랑 창업주 박주환(86) 씨의 아들로 부자가 대를 이어 회장을 맡게 됐다. 단국대학교 경영학과 출신으로 20대 중반 때인 1977년부터 동산방화랑의 기획·총괄을 담당했으며, 한국화랑협회 부회장, 한국판화진흥협회 이사 등을 지냈다.

설 연휴가 지난 23일 화랑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박우홍 회장은 산적한 화랑 업무를 파악하기 위해 서류를 확인하고,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며 동분서주하는 모습이었다.

“추락한 화랑의 위상을 되살리고, 회원들 간의 벽을 허물어야 합니다. 또한 침체된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해 경매사와 상생의 물꼬를 트려 합니다.”

박 회장의 일성은 최근 미술시장이 어려운 가운데 화랑들이 예민해지고 불신의 벽이 높아진 상태를 해소하겠다는 의지였다. 수년 전부터 화랑협회 회장으로 나오라는 주위의 권고를 손사래 치며, 자기 화랑 일에만 매진했던 그가 협회장으로 단독 출마까지 하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아트페어에 참가하려는 목적으로 가입한 협회 구성원들이 많아, 굳이 이들에게 내가 봉사해야 하는지 고민이 됐습니다. 그러나 부친의 ‘회장이 분위기를 잘 맞추면 그들도 따라올 것’이라는 말을 듣고 회장 출마를 결심하게 됐죠.”

협회장 선출은 녹록치 않았다. 강성 기조의 한 강남 지역 화랑 대표가 3년 전 출마에서 고배를 마신 후 이번 선거에 또 출마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에 일부 화랑 대표들이 “협회가 자칫 산으로 갈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선거 하루 전까지 50명의 지지서명을 받았고, 선거 당일 경쟁 후보와의 만남을 통해 조정을 이뤄냈다. 대선 후보 단일화를 이루듯 막판에 긴박함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언로 열어 화랑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

최근 화랑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내부 결속을 통한 언로 개방 의지도 피력했다. 화랑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이 땅에 떨어진 데는 일부 재벌 가족들과 거래하면서 미술품 거래와 관련해 불법 행동을 서슴지 않은 일부 화랑들의 장난질들이 있었다.

화랑이 대기업 가족들과 비리로 연루된 곳으로 지목되고, 미술관이 재벌 비자금의 세탁 통로 활용된 사례 등이 대대적으로 보도됐기 때문이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가와 세무당국에선 “화랑과 가까운 기업들은 다시 한 번 들여다봐야 한다”는 소문이 돌았고, “수십, 수백억짜리 그림을 사고팔면서 세금 몇 백만 원을 못 내냐?”는 사회적 비난까지 이어졌다.

박 회장은 이런 추문에 이어 수년간 지속되고 있는 불황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위한 최우선 포석으로 ‘화랑의 이미지 개선’을 내세웠다.

한국화랑협회의 주요 사업 중 하나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의 방향설정과 비전에 대해서도 말문을 열었다. “흑자 행사로 알려졌지만 작년에 1억 5천만 원의 적자가 발생했죠. 실질적으로 3억 정도를 벌어야 수지가 맞는 행사인데. 수익이 나야만 5억여 원이 들어가는 화랑미술제에 지원금을 넉넉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35년 이어온 한국 유일의 미술품 견본 시장을 지키려고 협회가 조성한 4억 5천만 원짜리 예금을 깼습니다. 한국 미술계를 위해 어떠한 경우라도 KIAF는 지속할 것입니다”고 어려움과 포부를 전했다.

▲2월 12일 한국화랑협회 정기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출된 뒤 소감을 밝히는 박우홍 회장. 사진 = 왕진오 기자


경매에 뺏긴 미술시장 회복 위해 상생의 노력 경주할 터

박 회장은 최근 10년 동안 미술 시장에서 화랑의 역할이 줄어든 것에 대해 “누구를 탓할 것도 아닙니다”라고 단언했다. 화랑들의 노력이 부족해 경매시장에 손님을 빼앗긴 것일 뿐이라는 말이다.

국내 양대 경매사인 서울옥션과 K옥션은 출범 때부터 대대적인 홍보 마케팅을 통해 ‘그림이 투자 대상으로 매력 있음’을 어필했고, 젊은 작가들의 작품 가격이 며칠 사이에 2, 3배로 뛰는 것을 보여주면서 구매자들의 발길을 경매시장으로 끌어당겼다.

박 회장은 “하지만 미술 작품을 투자 대상으로만 봐서는 안 됩니다. 한두 달 새 그림 값이 달라진다면 이는 투기 수준이며, 환금성이 떨어지는 미술품은 단기투자 상품으로는 매력이 없지요”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1, 2차 시장의 룰을 우리부터라도 지켜야 합니다. 서로 충돌하면 다 망합니다. 지난해 KIAF 개막 며칠 전, 양대 경매사가 메이저 경매를 진행했고 그대로 KIAF 행사가 직격탄을 맞았지요. 미술 시장에 들어오는 돈은 한정되어 있는데 미리 이를 당겨 가면 행사장 찾는 발길을 찾기 어려울 정도가 됩니다. 최소한 KIAF 행사 직전에 판매장터를 마련하는 것은 상생의 길이 아닙니다”고 덧붙였다.

화랑들이 주축을 이루는 1차 미술시장은 작가에 대한 책임감을 갖게 되며, 작가의 미래까지도 고려하게 된다. 하지만 경매 회사에게는 그런 책임이 희박하다. 시장에서 돈만 챙기면 된다는 의식만 커진다면 작가들의 설 자리가 없어진다.

한국 경매시장에서는 살기 위한 다양한 작전이 펼쳐진다. 이럴 경우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팽배하다. 작가도, 컬렉터도 피해자가 되고, 미술판 전체가 피해를 볼 수 있다.

박 회장은 10년 전 화랑협회와 두 경매 회사가 합의한 ‘1년에 4회 이상 경매를 않고, 발표된 지 5년이 안 된 작품은 거래를 않는다’는 약속이 지금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메이저경매와 온라인경매가 이어지면서 싹쓸이를 하는 현상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침체된 미술시장 활성화와 경매 회사와의 대립관계 해소, 그리고 관계당국이 화랑가를 바라보는 의식의 개선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박 회장의 첫 시험 무대는 오는 3월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33회 화랑미술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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