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홍창기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늘어나는 뇌하수체 종양, 코 통한 수술로 치료 가능
▲홍창기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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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금영 기자) 영화, 드라마 등에서 흔히 뇌종양 진단을 받고 충격에 휩싸여 쓰러지는 인물이 등장하곤 한다. 뇌종양은 드라마에 흔한 소재지만 다른 질환과 비교해 발생 빈도가 낮아 ‘설마 내게 생길까’ 하는 마음으로 지나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홍창기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종양은 일단 생기면 치료 과정이 힘들고 환자의 증상도 좋지 않은 경우가 많기에 각별한 관리가 요구된다”며 “특히 뇌하수체에 발생하는 종양은 뇌에 발생하는 모든 종양 중에서 세 번째에 이를 정도로 흔히 발견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생리 불순이나 두통 등 간단하게 여기고 지나칠 수 있는 증상 속에서도 뇌하수체 종양의 가능성이 숨어 있기 때문에 이를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며 “뇌하수체 종양이라면 겁부터 먹는 경우가 많은데, 어렵지 않은 수술로도 치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뇌하수체 종양에 관해 들어봤다.
- 뇌하수체 종양이란 무엇이고 원인은?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증대와 건강검진의 발달로 뇌하수체 종양의 진단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발생빈도가 증가했다기보다 뇌 MRI를 찍는 빈도가 늘어나면서 이전에 발견되지 않았던 뇌하수체 종양이 많이 발견되는 것으로 보인다.
뇌하수체는 뇌의 깊은 곳에 위치한 내분비 기관으로, 전체적인 우리 몸의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곳에 종양이 생긴 것을 뇌하수체 종양이라 한다. 뇌하수체는 크기가 1cm 정도고 무게도 0.5g에 불과하지만 신체 호르몬 분비에 있어서 ‘거장(master gland)’이라고 일컬어질 만큼 주요 호르몬들을 분비한다.
뇌하수체 전엽에서 분비되는 성장호르몬, 갑상선자극호르몬, 유즙분비자극호르몬(프로락틴), 부신피질자극호르몬과 성선자극호르몬 및 후엽에서 분비되는 항이뇨호르몬, 옥시토신 등은 갑상선, 부신, 고환, 난소, 유방, 골격, 피부, 신장, 자궁 등 여러 기관의 기능을 조절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영상의학 검사 기술의 발전으로 작은 뇌하수체 종양까지 발견되면서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고, 인구의 약 17%에서 뇌하수체 종양이 발견된다고 보고되고 있다. 발병 원인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진 바 없으나 몇 가지 유전자 돌연변이가 연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뇌하수체 종양의 대표적 증상은?
뇌하수체 종양은 대부분 크기는 커지지만 인접 장기를 침범하지 않는 양성 종양이며, 발생 기원 세포의 종류와 종양의 크기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 뇌하수체가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일부 호르몬이 너무 많이 분비돼 여러 가지 증상을 일으킬 수 있고 반대로 종양에 의해 정상 뇌하수체가 압박돼 호르몬의 분비가 제대로 안 될 수도 있다.
① 생리 불순 및 성기능 장애가 있다면? → 프로락틴 분비 선종
뇌하수체에 발생하는 가장 흔한 종양은 프로락틴이라는 호르몬을 과다하게 분비하는 선종으로, 전체 뇌하수체 종양의 약 40%를 차지한다. 일반적으로 양성이며, 혹에서 프로락틴 즉, 유즙분비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돼 여성에서 불규칙한 월경 또는 무월경이나 유즙분비가 나타나며, 불임의 중요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남자에서는 성기능감소, 발기부전, 불임, 여성형 유방증 등이 나타나며 드물게 유즙분비가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남자에서는 이러한 호르몬 증상을 느끼기 힘들어 간과하기가 쉽다. 이러한 이유로 여성에서는 주로 종양의 크기가 아주 작은 미세선종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 반면, 남성에서는 크기가 1cm 이상인 거대선종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으며, 호르몬 증상 외에도 두통, 시력장애 등 종양에 의한 압박증상이 더 자주 나타난다.
② 손, 발이 커져 평소 착용하던 장갑, 신발이 작다면? → 성장호르몬 분비 선종
성장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는 경우에는 말대 비대증이나 거인증이 나타날 수 있다. 전체 뇌하수체 종양의 15~20%를 차지한다. 성장기에 있는 환자에서 거인증이 나타나고, 성장이 멈춘 성인의 경우 초기에는 대부분 증상이 없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뼈의 말단부위가 과도하게 성장해 눈두덩이 튀어나오고 광대뼈, 턱뼈가 커지고 혀와 코가 커진다. 손과 발이 커져서 전에 끼던 반지가 안 들어가고 모자나 장갑, 신발이 작아져 못 신게 되는 등 신체 변화가 나타난다. 성장호르몬 과다는 외형적인 변화 외에도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등의 합병증을 일으켜 수명을 평균 10여 년 정도 단축한다고 알려져 있다.
③ 복부 비만이 심한데 팔, 다리는 가늘다면? → 부신피질자극호르몬 분비 선종(쿠싱병)
부신피질자극호르몬 분비 종양은 비만, 고혈압, 당뇨, 조모증, 복부 비만 등을 일으킨다. 흔히 ‘쿠싱병’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에는 얼굴이 달덩이처럼 살이 찌고 얼굴색이 붉어지고 피부에 여드름이 많이 난다. 치료받지 않고 진행되면 복부 비만은 심한데 팔과 다리는 가늘어지는 특징적 모습으로 변한다. 뒷목에 지방이 많이 축적돼 ‘버팔로 험프’라고 부르기도 한다. 쉽게 멍이 들고 상처가 잘 낫지 않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혈액검사 및 24시간 소변검사를 통해 코르티졸이라는 호르몬이 과다하게 검출되면 진단할 수 있고,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④ 눈이 잘 보이지 않고 머리가 아프다면? → 비기능성 뇌하수체종양
호르몬을 분비하지 않는 비기능성 종양도 크기가 큰 경우에는 뇌하수체 근처의 시신경을 압박해 시야가 양쪽 끝에서부터 좁아지는 ‘이측성반맹’ 증상이 나타난다. 시야가 서서히 좁아지므로 처음에는 증상을 잘 느끼지 못하다가 나중에 알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심하면 실명에 이를 수 있다.
종양이 커져 시신경을 압박하면 뇌척수액 순환이 막혀 뇌 안에 물이 차는 뇌수두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독할 수도 있다. 시신경 기능이 한 번 떨어지면 최대한 빨리 수술해 눌린 신경에 대한 압력을 감압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종양이 커지면 시신경뿐 아니라 내경동맥을 침범해 안구운동장애, 시야장애 및 두통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뇌하수체 종양의 증상은 대부분 서서히 나타나지만 뇌하수체 종양에서 출혈이 되거나 뇌졸중처럼 혈관이 막히면서 종양이 괴사되면 급격히 증상이 나타난다. 심한 두통이 나타나고 신체 기능을 유지하는 호르몬 분비가 저하돼 전신상태가 급격히 나빠진다. 심지어는 시력을 잃거나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
- 뇌하수체 종양 진단은 어떻게 하나?
대부분 호르몬 기능에 이상이 생겨서 내과를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 약물치료를 진행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반드시 MRI를 촬영해 봐야 한다. 뇌하수체 종양은 MRI를 이용하지 않으면 진단이 쉽지 않다. 시야가 좁아지는 경우도 안과적인 이상 소견이 없다면 뇌하수체 종양을 의심해봐야 한다. 평소 경험 못한 심한 두통이 발생한 경우에도 참지 말고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 검사해봐야 한다.
- 뇌하수체 종양의 치료는 어떻게 하나?
뇌하수체 종양의 치료는 크게 나눠 ① 약물치료 ② 수술적 치료 ③ 방사선 치료가 있다. 가장 대표적이고 효과적인 치료는 수술적 치료다. 방사선 치료는 수술로 완전 제거가 된 경우에는 필요가 없으나 기능성 종양이 일부 남은 경우에는 사용해 볼 수 있다.
프로락틴 분비종양은 약물로도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뇌하수체 종양이다. 크기가 크더라도 비교적 약물에 반응을 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1차 치료로 약물을 선택한다. 하지만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에는 수술로 제거해야 한다.
프로락틴 분비종양 외의 대부분의 기능성 뇌하수체 종양은 수술로 치료해야 한다.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시야장애가 호전되지 않거나, 심한 두통이나 호르몬 기능을 갑자기 저하시키는 뇌하수체졸증 등이 발생하면 수술로 제거해줘야 한다. 뇌하수체졸증은 갑자기 종양 내부에서 출혈이 발생하는 경우로, 심하면 의식소실이나 시력소실을 유발하므로 응급수술이 필요하다.
- 코를 통해 종양을 제거하는 ‘경접형동 뇌하수체 종양 제거술’이란?
뇌하수체는 접형동이라는 뼈 속의 빈 공간 위쪽에 위치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접형동은 바로 코에 인접해 있다. 그래서 코를 통해 이 접형동의 뼈를 절제하면 바로 뇌하수체가 보여 비교적 수월하게 종양을 제거할 수 있다.
과거엔 뇌하수체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 머리를 열고, 뇌를 한쪽으로 눌러놓은 다음 진행하는 개두술을 했기 때문에 수술 과정 자체도 무척 크고 회복도 오래 걸릴 뿐 아니라 성공률도 높지 않았다. 최근에는 미세현미경 수술과 내시경 수술이 발전해 뇌 깊숙이 위치한 종양도 코를 통해 제거하는 ‘경접형동 뇌하수체 종양 제거술’을 진행하고 있다.
개두술보다 성공률도 높고 피부절개를 할 필요가 없어 환자에게 통증이나 불편감도 적으면서 회복기간도 매우 빠르다. 또한 미용적으로도 우수하다. 그래서 뇌하수체 종양 치료의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최근 내시경까지 이용돼 그 성공률을 더욱 높이고 합병증의 발생률을 낮추고 있다.
김금영 기자 geumyou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