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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덕상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명예이사장) 약 10년 전 ‘버킷 리스트(The Bucket List)’라는 영화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후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00가지’ 시리즈들이 많이 나왔고, 텔레비전에서는 꽃할배의 배낭여행 같은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었다. 필자는 2004년 골프다이제스트 잡지에 한국의 골프광 5인 중 한 명으로 뽑힌 적이 있는데, 돌이켜 보면 이런 저런 재미난 경험과 업적(?)을 이루며 소위 골프 버킷 리스트를 상당히 성취한 셈이다.
아마추어 골퍼로 시작해 지난 26년간 1680회의 라운드를 했고 골프 칼럼니스트도 됐다. 금융계 직장생활을 하던 필자가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뒤 한 대중 골프장의 사장으로 골프장 경영도 잠깐 해봤다. 이때 캐디들과 어울리며 새벽 시간에는 직접 캐디로 일한 경험도 있다. 그새 취미로 골프를 시작한 아들은 KPGA 정회원이 돼 지금은 주니어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필자 역시 모 협회의 티칭 프로 자격을 취득해 몇 년간 노인 복지관 실버골프 아카데미에서 자원봉사 티칭을 했다. 그 경험을 살려 시각장애인들에게 골프를 가르쳐 왔고, 국내 최초로 2007년엔 베어크리크CC에서 세계 시각장애인 골프협회장을 모시고 일본 선수들과 함께하는 ‘Blind Golf’ 시합을 개최한 바 있다.
아마추어 출신으로는 드물게 골프 전략을 다룬 ‘당신은 이제 골프왕’ 1, 2권을 출판했다. 또한 아직까지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캐디를 위한 책 ‘골퍼를 살리는 캐디’도 썼다. 이렇다 할 공헌은 없었지만 대한골프협회에서 수년 동안 주니어 분과위원을 했고, 지금은 생활체육 분과위원으로 있다.
25개국을 방문해서 해본 500여 회의 골프 라운드를 포함해 1680회의 모든 기록을 컴퓨터에 기록했다. 현재까지 라이프 평균타는 84.4타로 언더파를 치는 것은 물론, 홀인원도 3회나 해봤다. 이처럼 과거를 돌이켜보니 골퍼로서 최고의 축복을 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높은 세금-캐디 의무로 망가진 한국의 골프문화
그럼에도 필자가 진실로 이루고 싶은 버킷 리스트가 하나 있다. 25년 전 미국의 퍼블릭 코스에서 할아버지, 아들부부, 손자의 3대가 어울려 골프하는 아름다운 장면에 매료돼 필자 가정의 골프 역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필자의 손자가 태어난 지금, 이제 가족 3대가 모여 국내에서 라운드 한다는 것은 이루기 힘든 버킷 리스트가 됐다. 현실적으로 골프 대중화가 돼 우리 가족의 생활 스포츠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간 함께 골프를 즐겼던 그 많던 고교, 대학 동창들이 거의 대부분 골프장을 등졌다. 누구는 카메라 둘러메고 주유천하 하고, 어떤 친구들은 삼삼오오 당구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골프하는 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은퇴자로서는 꿈도 꾸기 어렵다며 골프 클럽들을 아예 창고에 넣어버렸단다. 당연히 친목 골프 단체모임은 없어졌고, 라이벌도 없는데 무슨 목표로 골프 연습장을 찾겠으며, 새로운 용품에 무슨 관심이 가겠는가?
대통령이 최근 골프 활성화를 말했지만, 대중화로의 길은 아직도 멀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손자에게 골프를 가르칠 것이다. 혹시라도 지금의 터무니없이 높은 세금 구조가 정상화되고, 캐디 의무 제도가 바뀌는 등 현실적인 카트 비용이 인하되면 3대가 어울리는 골프 버킷 리스트가 실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골프장 사업이 초토화되고 시장이 재편된다면, 어쩌면 의외로 골프 대중화의 길이 빨라질지도 모르겠다.
(정리 = 이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