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행근 중국부자 이야기]中부자 새 1위 리허쥔 누구?
신재생에너지로 거부 일궈…호평·악평 엇갈리지만 사업 탄탄대로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송행근 중국문화학자) “돈은 단지 부산물일 뿐이다. 많은 돈을 버는 목적은 큰일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올해 1월 리허쥔 하너지홀딩스 회장이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리허쥔(李河君) 한넝(漢能)그룹 회장이 중국의 최고 부호에 등극했다. 중국 부자연구소인 후룬연구소는 지난달 ‘2015년 후룬 부호 명단’을 발표했다. 리 회장의 자산총액은 1600억 위안(약 28조 1천억 원)으로 나타났다. 리 회장이 중국 최고의 부자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1550억 위안)이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중화권과 아시아 최고 부자에 올랐던 알리바바 마윈 회장(1500억 위안)은 3위로 밀려났다.
리허쥔은 누구인가? 그는 1967년 8월 광둥성 허위안(河源) 시에 소재한 셴탕(仙塘)진에서 태어났다. 셴탕진은 허위안시 시내에서 약 20km 떨어진 마을이다. 사면이 산봉우리로 둘러싸여 있으며 동쪽으로는 둥장(東江)이 흐른다.
그는 고향의 고등학교 졸업 뒤 중국 명문대학의 하나인 북방교통대학 기계공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가난한 가정형편은 일찍 사업에 눈을 뜨게 하였다. 대학 2학년 때 30여 명의 동기들과 교내식당 앞에서 필름 사업을 시작했다. 그의 첫 사업이었다. 리허쥔은 동기들의 특성에 따라 구매와 판매와 회계 등 업무를 분담해준다. 이때 그는 조직을 운영하는 기본 원칙과 조직의 힘, 구매와 판매·회계 등 사업의 기본을 익혔다.
가난한 집안형편으로 일찌감치 사업에 눈떠
그는 대학 졸업 뒤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러나 석사과정 1년 만에 중단했다. 1991년 모교 교수에게 5만 위안을 빌려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은 3개월 만에 망했다. 그는 돈을 갚기 위해 중관춘(中關村) 길거리로 나서 좌판을 깔았다. 전기부품, 장난감, 생수 등 돈되는 것은 다 팔았다. 마침내 1994년 8천만 위안을 손에 쥐었다. 그런데 한 파트너가 “상장사를 사서 주인이 되자”고 제안했다. 그는 전국 각지를 돌며 수력발전을 위한 시장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포기했다. 대신에 8천만 위안을 종자돈 삼아 베이징에서 한넝홀딩스그룹을 창립했다. 청정에너지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그의 나이 27세였다.
당시 중국에서 청정에너지는 개념조차 생소한 분야였다. 그런데 리허쥔은 그 분야에 투신한 것이다.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을까? 청정에너지에 대한 강한 믿음과 확신 때문이었다. 그는 언젠가 “청정에너지와 태양전지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그 결과 현재 창업 20여년 만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중국 내 10개 성은 물론 미국, 영국, 네덜란드 등에 자회사를 두고 있다. 특히 독일의 솔리브로를 비롯해 미국의 미아솔과 글로벌솔라에너지 등 세계적인 태양전지 개발업체를 잇달아 인수하면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현재 한넝그룹은 중국 최대 민영 청정에너지 기업이자 세계 최대 규모의 수력발전 기업이다. 또한 세계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태양에너지 박막발전 기업이다. 한넝그룹이 이처럼 빠른 시간 안에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자리한다. 하나는 그의 명확한 확신과 피나는 노력이다. 하나는 중국 정부의 에너지산업에 대한 큰 지원이다. 태양광 산업은 중국 정부의 주력 미래 산업 가운데 하나다. 중국은 세계에서 태양광 사업의 가장 큰 시장이다. 중국 정부는 향후 ‘재생에너지 발전 12차 5개년 계획’을 정식으로 비준하고 박막태양전지 시장을 10년간 1천억 위안 규모로 키우려고 한다. 향후 한넝그룹은 더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新)에너지 대왕’으로 불리는 리 회장은 지난해 세계 부호 순위에서 108위에서 28위로 뛰어올랐다. 후룬연구소는 리 회장에 대해 “우리 연구소가 중국 부호명단을 발표해온 지난 16년 동안 열두 번째로 새로 등장한 최고 부호”라고 밝혔다.
21세기에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가 중국이다. 그런지 몰라도 중국에서는 최고 부자의 자리도 자주 바뀐다. 지난해는 사실상 알리바바 마윈 회장의 해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윈이 중국 최고의 부자로 등극한 것은 지난해 9월이었다. 당시 마 회장 일가의 총자산은 1500억 위안(약 25조 5천억 원)이었다. 2위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1450억 위안), 3위는 리허쥔 한넝홀딩스그룹 회장(1250억 위안)이었다. 미국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CEO가 수년간 최고 부호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리 회장은 2003년 세계 M&A연구센터로부터 ‘중국 10대 M&A 인물’에 선정됐다. 2010년에는 기업연합회가 수여하는 ‘중국 녹색브랜드 공헌상’을 받았다. 2011년부터 중국공산당 중앙통일선전부에 의해 ‘비공유제 경제의 대표인물’로 뽑혔으며, 전국정협위원, 전국공상연신능원상회(全国工商联新能源商会) 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마디로 권력과 돈 그리고 명예를 다 가진 중국 최고 부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 회장은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현하듯 사회 참여에도 적극적이다. 각 분야에 걸쳐 다양한 공익활동을 한다. 대표적으로 중국 에이즈 방지 전문 기금인 ‘중화홍사대기금’의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제1회 집행 이사장을 맡았다. 이러한 사회 공헌을 인정받아 ′민족 산업에 대한 공헌이 탁월한 민영 공헌 기업가′로 선정되었다.
주가조작 의혹 등으로 “사기꾼” 비난도
그러나 그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만만찮다. 심지어 한넝홀딩스 내부에서조차 “사기꾼”이나 “허풍쟁이”라고 혹평할 정도다. 자산 규모가 일정치 않고 한넝박막 주가 조작 의혹 등이 그 원인이다. 따라서 그에 대한 평가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다.
리허쥔 회장이 언제까지 중국 최고의 부자에 머물지 아무도 모른다. 당장 내일이라도 바뀔 수 있다. 1999년 후룬 리포트가 발표된 이후 올해까지 중국 최고 부자 자리를 거쳐 간 인물만 해도 10명을 훌쩍 넘는다. 중국 경제 전문가 우샤오보는 “1999년부터 현재까지 매우 광범위한 분야에서 중국 최고 부자가 나왔다. 산업군별 변화가 뚜렷한 편“이라며 “향후 신재생 에너지, 바이오, 금융, 보험 업계 등의 숨겨진 부호들이 출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 중국에서는 최대의 정치 행사인 양회가 진행 중이다. 이번 양회에서는 환경 문제가 비중 있게 거론되면서 신재생 에너지주가 정책 수혜주로 부각되고 있다. 당분간 리허쥔 회장은 중국 최고 부자의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의 고속 행진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정리 = 최영태 기자)
송행근 중국문화학자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