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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가 - 무스타파 훌루시 전]“사진과 추상이 충돌하지요? 그게 현실이니 조화시켜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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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23호 왕진오 기자⁄ 2015.03.23 14:10:36

▲자신의 작품 세계를 설명하는 무스타파 훌루시. 사진 = 왕진오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왕진오 기자) “내 작품에는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점이 존재하지 않는다. 특정지울 수 없다는 것이 형태적인 면에서 자유로운 표현을 할 수 있다”

터키계 키프로스인으로 영국에서 태어난 개념미술 작가 무스타파 훌루시(Mustafa Hulusi,  44)가 서울 성동구 갤러리아포레 더페이지갤러리(대표 성지은)에서 화려한 꽃그림과 태양을 형상화한 비잔틴 시대 무늬 작품 30여 점을 3월 18일부터 선보인다.

자신을 시각 예술가라고 칭하는 그는 표현 방식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이번 전시에서도 회화, 비디오 아트, 사진 작품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만든 30여 점의 작품으로 시각 영역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보여준다.

한국에서의 두 번째 개인전에 선보인 그의 작품들은 2013년 한국에 머물며 서울과 제주 등지에서 동백, 철쭉, 능금, 감귤 등의 이미지를 소재로 했다. 여기에 자연, 인간, 종교, 도심, 철학의 보이지 않는 심상을 표현한 비잔틴 시대의 기하학적 패턴을 적용해 대비시켰다.

“한국에서 경험한 이미지들은 순수하고 아름다웠다. 이를 여백이란 개념으로 화면 구성을 했다. 내가 추구하는 유토피아적인 순간, 완벽에 도달하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작품 구성을 했다.”

▲Seoul Lyrical 2, 152.4x203.2cm, Oil on canvas Acrylic on canvas, 2014.

무스타파는 꽃과 과일을 통해 유한성을 드러낸다. 그리고 패턴은 무한함을 강조한다. 유한과 무한이 한 프레임 위에 배치된다. 구상과 추상을 접목시켜 이상적인 곳에 존재하는 무한 충돌의 상황이 바로 지금 현실에서 일어나는 사실임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한 공간에 구상과 추상을 공존-병렬배치 함으로써 새로운 현실이 제시된다. 선명함이 가득한 극사실적인 구상 파트가 한편에, 그리고 사람의 시각을 순간적으로 집중시키는 날카로우면서도 절제적인 추상 파트가 그 옆에 공존한다.

이에 대해 작가는 “당신이 보는 두 이미지는 같은 것을 말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눈을 통해 직접 보는 실제적 사물과, 그 사물을 바라봄과 동시에 내면에서 그려지는 추상적인 모습을 통해 ‘본다’에 행위에 대해 결국 ‘본질은 하나’라고 말하는 식이다.

함께 전시되는 ‘물병 회화’ 시리즈는 우리의 박물관 관람문화에 대한 고찰이다. 전시품을 만지지 못하게 하면서 박물관은 “문화재를 경험하고 기억하라”고 요구한다. 구호와는 반대로 전시품은 관람객에게 실존적인 경험을 전달하지 못한다. 결국 관람객이 눈으로 담아가는 것은 안내 책자 속 사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병 회화’ 시리즈는 카탈로그 사진을 그림처럼 작업해 유일성과 작품성을 재차 부여하고, 관람객이 시공간을 넘어 박물관에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음을 시사한다.

▲Apple Roth, 152.4x203.2cm, Oil on canvas Acrylic on canvas, 2014.

“동양과 서양, 구상과 추상, 존재와 허구는 충돌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하나”

또한 유희적이고 도발적 재치가 담긴 그의 비디오 작품은, 자신의 예술적 창작의 고향이랄 수 있는 지중해 지역의 영상들을 조합하고 편집했다. 이탈리아, 키프로스, 이란, 터키, 이집트 등 여러 지역의 2차 세계대전 이후 모습들을 한데 모아 작가 자신의 내면을 프레젠테이션 하듯 풀어낸다.

무스타파의 작업에 흐르는 주제는 그의 부모가 키프로스 태생으로 영국 시민이 된 것과도 무관치 않다. 제국주의 흔적이 남은 영국 사회의 외국인 배척 분위기에서도 그 사회에 녹아들기 위해 벌인 자신의 싸움을 풀어낸 것이다.

“은은한 영혼을 전달하기 위해 나만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 싸웠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제국주의의 그림자가 아직도 존재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핏속을 흐르는 무의식 속에 남아 있는 흔적을 없애는 것이 예술가로서의 숙명이었다.”

“예술가로서 내 문화를 창조하기 위해 산다”는 무스타파는, 삶의 정의를 실천하는 방법으로서 동양과 서양의 조합, 그리고 구상과 추상의 조화를 통해 우리의 이상과 현실이 충돌되는 것을 표현한다.

‘본다’라는 관점에서 시작해 여러 가지 개념들을 창출한 그의 작품들은 우리가 의심 없이 인식하고 수용하는 시각적 영역에 대해 재치와 풍자로 새롭게 접근한다. 그만의 해석법을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교감하는 방식이다.

무스타파 훌루시는 영국의 양대 미술 명문 중 하나인 골드스미스 칼리지(Goldsmiths College)에서 순수미술과 비평을 전공했고, 왕립미술대학원(Royal College of Art)에서 사진을 수학했다. 그의 천재적인 작품 활동은 일찍이 많은 찬사를 받았다.

40대 초반의 젊은 나이로 52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국가대표 격으로 참여한 그의 작품들은 사치(Saatchi) 갤러리, 시몬앤드시몬, 루이비통의 모회사인 LVMH, 프랑스 최고의 현대미술 컬렉션 프랑수아 피노 등 권위 있는 여러 기관이 소장하고 있다. 전시는 4월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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