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뻤던 그녀들, 채시라·김혜수·김희선 “청순 내려놓으니 신나요”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 출연한 채시라는 기존의 고급스런 이미지를 내려놓고 사고뭉치 여주인공으로 변신했다. 사진 = KBS,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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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금영 기자) 채시라, 김혜수, 김희선. 80~9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소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그녀들의 사진 또는 ‘사진 책받침’을 간직하며 설렌 경험이 있지 않을까. 청순하고 깨끗한 이미지에 섹시미까지 갖춘 세 여배우는 요즘도 활발한 연기 활동을 펼치며 사랑받고 있다. 그런데 영원히 아름다울 것만 같았던 그녀들이 최근 거침없이 망가져 눈길을 끈다. 파격 연기 변신을 시도하며 대중에게 새로운 매력을 선보이는 그녀들이다.
고급-기품의 대명사 채시라,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야구방망이 휘두르는 사고뭉치 되다
1982년 잡지 표지 모델로 활동을 시작한 채시라는 초콜릿 광고 모델로 상큼한 이미지를 얻으며 남심을 자극했다. 그러다 1991년 ‘여명의 눈동자’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이어 드라마 ‘서울의 달’, ‘왕과 비’ 등에 출연하며 기품 있고 고급스런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랬던 그녀가 이번엔 완전히 망가지기로 작정한 듯 분장으로 주름과 나이를 감추지 않고, 부스스한 머리에 번진 화장의 얼굴로 등장한다. KBS 2TV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다. 채시라가 맡은 ‘김현숙’ 역은, 여고시절 담임 여교사에게 찍혀 구박과 학대를 당하다 퇴학당하고 19세에 아이를 낳은 사고뭉치다.
사기를 당해 친정집의 전 재산을 날린 뒤 만회하겠다며 불법 도박장을 기웃거리다 단속에 걸려 마스카라가 번진 채 슬리퍼 바람으로 도망 다니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냈다. 아이처럼 떼쓰고 철없는 모습을 보이다가 학교 폭력 현장을 보면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는 등 과거의 조신한 이미지와는 전혀 상반된 그녀가 됐다.
채시라는 “작품 시놉시스를 여러 개 받았을 때 딱히 해보고 싶은 역할이 없었는데, 이 드라마는 눈에 들어왔다. 내가 찾고 있던 드라마였다. 대본을 읽으면서 신났고 촬영할 때 더 신났다”며 “사고뭉치 역할을 정말 해보고 싶었다. 모든 걸 다 내려놓고 할 수 있는 역할이라 들뜬 느낌이고 즐거웠다”고 연기 변신 소감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특수 분장으로 뱃살 만들고 희끗 머리로 변신
영화 ‘차이나 타운’ 김혜수
김혜수는 팔색조 매력의 여배우다. 1985년 영화 ‘깜보’로 데뷔한 뒤 초콜릿 CF로 달콤하고 청순한 여대생 이미지를 각인시키며 인기를 끌었다. 이후 드라마 ‘짝’, ‘직장의 신’ 등에서 솔직하고 당당한 여성상을 연기했고, 영화 ‘타짜’에서는 파격 노출로 섹시미를 과시했다. 다양한 연기로 다진 ‘팜므파탈’의 매력에 뭇남성이 빠져들었다.
그런데 영화 ‘차이나 타운’에서 김혜수는 낯설다. 극 중 냉혹하고 비정한 차이나타운의 실질적 보스인 ‘엄마’ 역을 맡은 그녀는, 날씬한 몸매에 특수 분장으로 두둑한 뱃살을 얹었다. 윤기가 잘잘 흐르던 머릿결은 희끗해졌고, 부드럽고 깨끗하던 피부엔 곰팡이가 핀 듯 거칠어졌다. 분장, 의상에 적극적 의견을 제시하며 변신을 누구보다 즐겼다는 후문이다.
▲섹시-건강미의 상징이었던 김혜수는 영화 ‘차이나 타운’에서 거칠고 투박한 낯선 모습으로 변신했다. 사진 = 연합뉴스, CGV아트하우스
김혜수는 “엄마 역을 하면서 보스라면 떠올릴 고착화된 이미지는 다 배제했다. 피부나 머리의 분장은 위협적인 모습을 위해서가 아니라 실제로 피폐한 삶을 사는 여자의 모습이기를 바랐다. 방치된 피부와 머리로, 10년 전이든 후든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의 모습”이라며 “여성성을 배제했고, 보스라고 해서 어설프게 남자 흉내내는 것도 견제했다. 성별이 무의미한, 그리고 실제 나이가 몇 살인지 가늠할 수 없는 그녀가 되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엄청난 도전이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강렬하고 충격적이었다. 출연 결정을 하는 데 오랜 시간과 용기가 필요했다”며 “쉽지 않은 역할과 결정이었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새로운 모습을 기대해도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는 4월 30일 개봉.
뽀글머리에 욕 퍼붓는 욱 성질까지
드라마 ‘앵그리맘’ 김희선
1999년 드라마 ‘토마토’에서 긴 생머리에 머리띠를 한 채 큰 눈망울로 카메라를 응시해 남성들의 넋을 빼놓았던 김희선이다. 이후 결혼소식으로 상심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이후 드라마 ‘신의’에 출연해 여전한 미모를 과시했다. 마냥 공주 이미지를 가져갈 것 같던 그녀가 이번 ‘앵그리맘’에서는 뽀글머리에 욱하며 욕을 퍼붓는 억척 주부로 변신했다.
▲긴 생머리에 청순 미모로 사랑받던 김희선은 드라마 ‘앵그리맘’에서 뽀글머리에 욕을 내뱉는 억척 엄마가 됐다. 사진 = MBC, 연합뉴스
극 중 18살 딸을 둔 34살 엄마 조강자 역이다. 학창시절 ‘껌 좀 씹었던’ 그녀는 주먹깨나 써서 ‘벌구포 사시미’라는 별명까지 있다. 기존 출연작에선 남자의 보호만 받던 그녀가 이제는 학교폭력 피해자인 딸을 위해 학교에 위장 잠입까지 하면서 정의의 주먹을 휘두른다.
김희선은 “배우라면 당연히 안 해본 역할에 도전해보고 싶지만 결혼 뒤 이 역할이 들어와 망설인 게 사실이다. 나이 드니 이런 역할이 들어오나 싶었는데 막상 연기해보니 편했다”며 “예전에는 인형처럼 눈물 흘리는 연기만 하다가 이젠 오열 연기도 한다. 엄마의 마음으로 연기하며 인생도 생각하게 됐다”고 성숙해진 모습을 보였다.
김금영 기자 geumyou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