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왕진오 기자) 현존하는 소형 금동불 중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국보 129호 금동보살입상(통일신라 시대, 8세기)과, 아미타여래와 지장·관음 두 보살의 모습을 그린 국보 218호 아미타삼존도(고려 시대, 14세기)가 한 자리에서 공개된다.
살아서는 물론이고 죽은 이후에도 평안하기를 바라고, 흉한 것으로부터 보호 받길 원하는 인간의 보편적 염원을 조망하는 호암미술관의 특별전 '수호의 염원'전에서다.
4월 7일부터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는 한국 미술에 표현된 다양한 염원을, 불교 미술, 토속 신앙, 그리고 민속품 등 3부로 나눠 보여준다.
'왕실, 영원의 나라' 공간에는 왕이 재앙과 불행으로부터 보호받기를 기원하고, 더 나아가 성군의 치세로 나라가 영원무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제작된 그림과 무구(武具, 무당이 굿을 할 때 사용하는 여러 가지 도구)가 전시된다.
조선시대 19세기 '기린·해치토 쌍폭 가리개'와 19세기 '서수낙원도 10 곡병' 등에 등장하는 봉황, 기린, 용 등 상서로운 동물들은 좋지 못한 기운으로부터 왕실의 보호를 기원하는 궁중 장식화에 주로 사용됐다.
역신을 쫓는 춤으로 수호의 의미를 담은 '처용무'는 왕실 연회 진연(進宴, 조선 후기 궁중 잔치의 일종)과 진찬(進饌, 제례 때 신령에게 찬을 올리는 예)과 함께 왕실의 안녕을 기원하는 궁중 무용으로 공연됐다.
처용무를 추는 무동을 그린 '기사계첩-기사사연도'(조선, 1719~1720년)를 통해 당시 연회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왕실 자체를 지킨다는 상징적 의미로 화려한 장식의 왕실 투구(조선 19세기)와 화살통(조선 19세기) 등 왕실 무구도 함께한다.
삼국시대 우리나라에 처음 전래된 불교는 신분을 막론하고 불교에 귀의해 선조의 명복을 빌거나 자신들의 극락왕생을 기도하는 수단이 됐다. 기도는 주로 아미타여래(阿彌陀如來)에게 올렸는데, 이 부처가 서방 극락정토를 주재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또한 중생을 교화하고 구제하는 지장보살(地藏菩薩)을 모셔 마음의 평안을 찾기도 했다.
현세의 삶에 대한 기원도 간절했다. 사람들은 중생을 위로하는 보살들을 통해 생전의 안녕을 기원했고, 질병 치료와 장수 기원의 마음으로 약사여래(藥師如來)를 불화로 그렸다.
특히 아미타삼존도는 고화질 확대 기능을 갖춘 리움 DID를 활용한 인터랙티브 장치를 통해 관람객들이 육안으로 보기 힘든 세부까지 역동적이고 생생하게 볼 수 있게 했다.
선조의 생활 속에서 가장 친숙했던 민속 신앙은 조선 후기가 되면서 대중 불교와 융합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마을에서는 사람 모양의 수호신 ‘벅수’를 만날 수 있고, 사찰 뒤편으로는 산신각(山神閣) 같은 민간 무속 신을 봉안한 곳을 볼 수 있다. ‘십이지신상’도 방위신의 역할과 동시에 불교의 수호자로 사용됐다.
마을과 인간의 안전을 지켜주는 지신(地神)인 '산신도'(조선, 19세기)와, 귀신으로부터 부엌의 살림을 보호하고 책임지는 의미를 지닌 가상의 동물을 그린 '노모도'(조선, 1817년) 등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2016년 2월 28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