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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아티스트 - 김현성]불완전한 세상을 탈출하려는 면과 선

캔버스를 벗어나거나 또는 덜 채우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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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26호 왕진오 기자⁄ 2015.04.16 09:05:53

▲김현성 작가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왕진오 기자) 사각의 캔버스를 가득 채우다 만 듯한 붓질의 흔적이 무언가를 갈구하는 작업자의 의도를 보여준다. 자유로운 드로잉으로 화면을 채운 이미지들은 현실세계에서의 고뇌와 갈등을 색채의 변형으로 희망 여행하는, 즉 ‘이스케이프(Escape)’를 갈구하는 작가 김현성의 세계를 보여준다.

작가는 갈등과 혼란을 겪는 인간 내면의 희망을 발견하는 모티브로 ‘이스케이프’를 골랐다. 그의 작품은 일부러 완벽을 추구하지 않고, 화면 위의 불규칙한 선과 면들은 캔버스를 탈출하려 든다. 완벽한 조형성보다는 고착화된 인식에서 탈출하려는 예술가의 표현이다. 특정한 상징이나 구상적 형태를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다. 결코 끝나지 않을 시도로서 모든 고민에서 탈출하기 위한, 창작자로서의 도전적인 방식이다.

▲Escape, 캔버스에 오일

현시대는 자신이 원한다면 어떠한 방법으로든 그 대상을 드러낼 수 있다. 따라서 자유로운 상상의 나래는 무궁무진하게 펼쳐질 수 있다. 동시대의 수많은 정보들을 참조해 열린 지향점을 향하는 이미지들은, 작가 스스로의 감각과 상상력 그리고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하나의 출발점이 된다.

혼돈의 세계에 안주 않고 서 있는 사람은?

거칠어 보이는 화면은 나름의 질서를 갖추고 마치 수행의 결과물을 제출하는 수도자처럼 정연함을 보인다. 붓으로 구획된 크고 작은 사각은 서로 조화를 이룬다. 하지만 이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은 닫힌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다. 미지의 세계를 지향하는 열린 구조다.

▲Escape, 캔버스에 오일

여기에 색채의 조합도 눈에 띤다. 초록과 빨강 그리고 파란색의 붓질 속에 도드라진 노란색물감의 흔적이 눈길을 모은다. 극도의 상상력을 가지고 표현한 추상화의 일면을 보는 듯하다. 

실수로 떨어진 물감처럼 보이게 한 데서 작가의 의도된 조형성이 메타포처럼 드러난다. 완전한 형태도 아니고 그렇다고 추상화의 그것처럼 뭉개 놓은 것도 아니다. 어떤 목표점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과정을 연상케 하는 것이 김현성 작업의 특징이다.

▲Escape, 캔버스에 오일

‘이스케이프’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앙리 샤르에르의 실화를 바탕으로 1973년 만들어진 영화 빠삐용(1973, 감독 프랭크린 J.)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주인공 빠삐용(스티브 맥퀸 분)은 마지막 탈출을 위해 코코넛 자루를 바다에 던지고 뛰어내린다. 가슴에 새겨진 나비(빠삐용)는 끝없는 자유를 향한 마음을 드러낸다. 김현성 작품의 노란색 물감이 감춘 의미와 상통한다.

끊임없이 자유를 갈망하고 도전하는 빠삐용은 탈출에 성공하지만 현실에 순응한 드가(더스틴 호프만 분)는 탈출하지 못한다. 물론 섬 탈출에 성공한 빠삐용은, 먼 육지에 성공적으로 도착할 수도 있지만 바로 바다에서 죽을 수도 있다. 드가는 안정된 섬 환경에서 답답하지만 더 오래 살 수도 있다. 그러나 진정한 삶을 사는 게 누구인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현실을 불규칙한 사각으로 그려내고, 거기서 벗어나려는 작가의 의도는 서로 상충한다.

▲Escape, 캔버스에 오일

인간은 누구나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현실세계에서 맞닥뜨리는 수많은 고뇌와 갈등을 탈출해 이상세계로 도달하고자 갈구하는 인간의 꿈이다. 꿈을 실현하려는 자에게는 고난과 역경이 다가온다.

김현성 작가의 작업에는 미래의 희망을 찾으려는 본질적인 움직임이 자리 잡고 있다. 현실에 안주 않고 도전하는 의미로서의 새로운 항해를 하려는 의지의 표현이 강하게 드러난다. 끝없을 것 같은 여행의 시작이기에 출발 과정은 안정적이지 않고 불안하다. 공간을 벗어나려는 붓질의 궤적이 이를 반증한다.

▲Escape, 캔버스에 오일

김현성 작가는 중앙대학교 회화과와 미국 U.T.M 미술교육학과를 나왔다. 2007년 KASF, 2013 블랑불루 호텔아트페어, 아시아 컨템포러리 홍콩페어, 코엑스 서울 아트쇼, 2014 앰버서더 호텔아트페어 등을 통해 작품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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