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 ‘거짓말의 거짓말’전]카메라는 진실 보여준다고? 전시 보면 달라질걸
▲토탈미술관 ‘거짓말의 거짓말’전에 설치된 정연두 작가의 ‘드라이브-인 씨어터’. 사진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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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왕진오 기자) 사각의 프레임에 포착된 사진 이미지들이 과연 보이는 그대로의 진실일까에 대한 질문을 던져본 적이 있을까? 사진은 사실의 기록이고 증거라고 알고 있는 이들이 많은 것이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사진은 거짓말을 잘한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해 포토샵과 같은 장치를 이용할 수 있어서가 아니다. 사진은 태생적으로 거짓말에 능했다. 프레임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피사체 사이의 거리를 어떻게 설정 하냐에 따라, 앵글에 따라 사진은 같은 상황을 다르게 보여주며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한다. 그러나 ‘사진은 현실 그대로’라고 믿는 사람들은 사진은 거짓말을 못한다고 믿는다.
사진의 거짓말에 대해 18인 사진가의 작품을 모은 전시 ‘거짓말의 거짓말: 사진에 관하여’가 4월 23일~6월 21일 서울 평창동 토탈미술관 전관에서 진행된다.
▲작품 ‘미멘토 2015’를 설명하는 백승우 작가. 사진 = 왕진오 기자
전시장에는 △사실을 정확하게 기록한다고 하는 노순택·박진영의 다큐사진 △세상을 조각조각 사진으로 찍어 그것들로 실재하지 않는 하나의 상황을 만드는 원성원의 사진 △사진이 원래 있던 맥락에서 떨어져 나와 어떻게 새로운 이야기로 재구성되는지 기억과 사진에 대해 보여주는 백승우의 작업 △일상의 공간을 카메라의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때 얼마나 낯설게 다가오는지를 보여주는 김도균·정희승의 작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설치됐다.
전시를 기획한 토탈미술관 신보슬 큐레이터는 “다양한 형식의 작품들을 통해 카메라의 시선으로, 카메라에 둘러싸인 세상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길 원한다”며 “한국 전시 이후 참여 작가들의 작품을 네덜란드와 유럽 지역에 소개하려는 글로벌 전시 형식이다”고 의도를 밝혔다.
또한 “23년 전 ‘현대 사진의 수평’전 이후 현대 미술과 사진이 접목된 전시로서, 작가 1인과 평론가 1인이 함께 하는 전시로 이번 전시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전시장 한 편에는 2013년 문화역서울 284에서 정연두(46) 작가가 선보인 ‘드라이브 인 씨어터(Drive-in Theater)’작품이 놓여 있다. 실제 택시를 타고 자동차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구조의 작품으로 관람객이 차량에 탑승하면 자신의 얼굴이 스크린에 투사된다.
▲작품 ‘드림룸-성원’과 함께한 원성원 작가. 사진 = 왕진오 기자
정연두 작가는 “셀프 카메라처럼 영화 속 주인공이 되는 장면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영화 찍는 방식으로 구성했는데, 저녁에 혼자 지쳐서 자신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각인하는 모습을 드러내 보이고 싶었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바로 옆 공간에는 8개의 두루마리에 다양한 사진들과 그 사진을 보고 적은 글들이 쓰인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은 백승우(42) 작가의 ‘미멘토(Memento 2015)’이다.
이 작업은 백 작가가 여러 곳에서 구한 5만여 장의 사진들 중 5천장을 선별했고, 이 중 64장의 사진들을 의사, 컬렉터, 큐레이터, 공학자, 증권 애널리스트, 배우, 대사관 문정관이 감상하고 각자의 느낌을 적었다.
“사진들을 8명의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자신들의 기억에 맞는 것을 통해 그들의 내러티브를 적어봤죠. 사진을 찍은 사람이나 보는 사람 그리고 사진을 판매한 사람들의 생각까지 글로 담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8인의 참여자는 누가 찍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죠. 그들의 관심 사안에 따라 달라지는 또 다른 허구의 이미지가 이 작업에 담겨 있습니다”고 설명했다.
▲하태범, Terrorist attack International University Islamabad, Pakistan, 디아섹, 120 x 180cm, 2010년.
이어 그는 “제 전공은 사진인데, 이제는 사진작가의 역할이 변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이야기를 분명히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그 맥락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작업의 목표가 됐어요”라고 작업 의도를 밝혔다.
18인 사진가가 풀어낸 이미지의 진실 또는 거짓
참여 작가 원성원(43)은 자신이 거주했던 공간에 대한 희망사항을, 5∼600개의 이미지를 콜라주 방식을 적용해 포토샵으로 새 가상공간을 만드는 작업으로 선보였다. 작품에 대한 설명 없이 마주하게 되면, 사진 속 공간은 실제 작가가 머물던 공간으로 착각하기에 충분하리만큼 현장감이 강하다.
원 작가는 “유학 시절 좁은 집에서 살던 때, 좋은 환경에서 살고 싶다는 희망이 있었다. 그래서 상상으로 그려낸 공간에 걸맞은 이미지들을 모으고 조합해 그곳에서 하루라도 살고 싶은 희망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거짓말의 거짓말‘전에 소개된 작품들은 과연 거짓말을 하는 걸까. 거짓말이라면 어떤 거짓말인가.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카메라에 둘러싸여 사는 세상에서 당신은 정말 진실만을 보고 있는가?
왕진오 기자 wangp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