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엄마의 달’에 쏟아져나온 엄마 콘텐츠들
뮤지컬 ‘마이맘’, 연극 ‘친정엄마’에 엄마 노래까지
▲뮤지컬 ‘마이맘’은 엄마에게도 있었던 사춘기 시절에 관해 다룬다. 사진 = 극단 독무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리얼리티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 ‘아빠를 부탁해’, 연극 ‘아버지’ 등 아버지에 주목한 콘텐츠들이 인기다. 이 콘텐츠들은 어머니의 개입을 최대한 배제하고, 아버지와 자식 간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역시 가족 이야기의 최고 주제는 어머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정의 주축’인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룬 문화 콘텐츠들이 속속 소식을 알려 눈길을 끌고 있다.
엄마의 사춘기 시절에 주목: 뮤지컬 ‘마이맘’
뮤지컬 ‘마이맘’은 홀어머니와 아들 이야기를 그린다. 철없는 사춘기 시절, 엄마에게 짜증낸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가장 가깝고 마음이 편한 존재라서, 제일 많이 투정을 부리게 되는 대상이 엄마다. 가장 소중한 존재인 엄마에게 아픔과 상처를 가장 많이 주는 현상이다. ‘마이맘’은 이런 엄마의 삶과, 엄마도 가졌던 성장통 시기에 주목한다.
엄마와 단 둘이 사는 건우는 가난한 환경이 너무 싫다. 그러다 엄마가 헌옷 수거함에서 옷을 챙기는 모습을 보고 억눌러왔던 분노가 폭발해 엄마에게 폭언을 퍼붓고 집을 나와버린다. 그러나 이내 후회하고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시비 거는 친구들과 싸움이 붙고, 같은 시간에 건우의 구멍 난 신발이 마음에 걸려 신발을 사러 나서던 엄마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엄마의 죽음이 모두 자신 때문인 것 같은 건우는 시간을 되돌려달라고 간절히 기도하고, 신비한 힘에 이끌려 과거 1981년의 어느 작은 교회로 시간여행을 한다. 여기서 자신이 아는 모습과 달리 가수가 되고픈 꿈에 부푼 또래 나이의 엄마를 만난다. 엄마의 사춘기 시절과 마주하고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건우는 점점 엄마의 삶을 이해한다.
가수 조갑경이 엄마 역을 맡았다. TV 프로그램 ‘유자식 상팔자’에 출연하며 자식과의 소통에 많은 관심을 쏟는 엄마 조갑경은, 밴드 야다 출신의 장덕수와 함께 극 중 엄마와 아들로 만나 연기를 펼친다. 조갑경은 “대본이 주는 감동에 출연을 결심했다. 내 자식을 키우고 있기에 엄마와 자녀의 삶을 잘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다”고 밝혔다. 공연은 소월아트홀에서 6월 25일~7월 26일.
인내하는 강인한 어머니: 악극 ‘봄날은 간다’
악극 ‘봄날은 간다’는 첫날밤 남편에게 버림받고 홀로 남겨져 과부로 살아가는 기구하고 슬픈 운명의 한 여자(명자)와, 가족을 버리고 꿈을 찾아 떠난 남자(동탁), 그리고 극단 사람들의 기구한 인생을 그린다. 일본 식민지 때부터 6.25 사변, 5.16쿠데타, 월남전, 새마을 운동을 거치며 산업 근대화에 이르기까지 어렵고 힘든 역경을 살아온 우리 시대의 아버지,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힘든 상황 속에서도 인내하고 강인함을 잃지 않는 어머니의 모습이 부각된다.
▲악극 ‘봄날은 간다’ 공연 사진. ‘어머니’라는 이름 아래 꿋꿋하게 살아가는 여인 명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진 = 쇼플레이
남편이 떠난 상황에서 치매에 걸린 시아버지와 모진 시집살이를 시키는 고약한 시어머니, 그리고 폐병을 앓는 시누이까지, 명자에게 주어진 상황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아들 범길 하나만을 바라보며 꿋꿋하게 버틴다. 그렇게 사랑하던 아들까지 월남전에서 전사하고, 슬픔에 무너지지만 그럼에도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세월이 아득히 흐른 어느 날, 천신만고 끝에 남편을 만나게 된다. 한 없이 약해 보이지만 어느 누구보다 강하고 넓은 포용력과 따뜻한 마음을 지닌 어머니의 인고의 세월이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공연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6월 21일까지.
친구 같은 엄마 이야기: 연극 ‘친정엄마’
연극 ‘친정엄마’는 나이가 들수록 친구가 돼가는 엄마의 이야기를 그린다. 시집간 딸에게 여전히 아가라고 부르며 뭐든지 해주고 싶어서 안달인 엄마, 그런 엄마의 마음이 고마우면서도 엄마의 고생에 “내가 엄마 땜에 못 살아”라는 말로만 화답하는 딸. 자식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는 엄마의 사랑과, 낙천적이고 재치와 유머가 넘치는 친구 같은 엄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친구 같은 엄마 이야기를 다루는 연극 ‘친정엄마’에 출연하는 (상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배우 박혜숙, 조양자, 차수연, 이경화. 사진 = 마케팅컴퍼니 아침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골을 떠나 자신이 원하는 대학교에 진학한 딸 미영은 방송작가가 돼 바쁜 일상을 지낸다. 홀로 생활하는 딸이 걱정되는 엄마는 매번 안부 전화를 하지만 미영은 그 전화가 귀찮다. 그러다 상견례 날 서울로 상경한 엄마는 자신의 딸이 시댁으로부터 ‘없는 집 자식’으로 업신여김 받는다는 걸 알게 된다. 딸은 시어머니에게 계속 냉대를 받고 그런 딸에게 계속 마음을 쓰는 엄마는 따뜻한 사랑으로 위로를 전하려 한다.
극은 방송작가 고혜정이 쓴 사모곡 에세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작가는 전북 정읍 출생으로, 시골에서 서울의 대학으로 딸을 유학 보내기까지 헌신한 어머니의 적극적인 딸 사랑과, 대학 시절 처음으로 떨어져 지내면서 어머니에게 느낀 애틋함, 그리고 결혼해 아이를 낳으면서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된 어머니의 심정 등 모녀지간의 절절한 마음을 저자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으로 풀어냈다. 공연은 대학로 예술마당 1관에서 5월 30일~8월 30일.
엄마가 들려주고픈 이야기: 양희은 신곡 ‘엄마가 딸에게’
가수 양희은은 신곡 ‘엄마와 딸에게’를 발표했다. 그룹 동물원 출신 싱어송라이터이자 현재 소아정신과 전문의인 김창기가 작곡, 작사에 참여했다. 곡 제목처럼 엄마가 딸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다. 부모와 자식 관계 중 특히 친밀한 관계가 모녀 관계라고 한다. 같은 여자로서 이해하고 공감하는 이야기들, 딸을 바라보는 엄마의 따뜻한 시선을 이 노래는 표현한다.
▲양희은의 신곡 ‘엄마가 딸에게’ 뮤직비디오 이미지. 사진 = 옹달샘 엔터테인먼트
뮤직비디오에서 양희은의 동생인 배우 양희경이 ‘엄마’로 분해 ‘딸’의 성장을 지키는 엄마의 모습을 담았다. 늘 자식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고도 모자란 것만 같아 아쉬워하는 엄마의 모습이, ‘내가 좀 더 좋은 엄마가 되지 못했던 걸 용서해줄 수 있겠니? 넌 나보다는 좋은 엄마가 되겠다고 약속해주겠니?’ 노래 가사와 어우러져 눈시울을 붉힌다.
양희은은 평범한 딸로서 바라본 엄마의 모습을 노래에 담고자 했다. 양희은은 “내게는 딸도, 아들도 없지만 86세 모친이 살아 계서 큰 의지가 된다”며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모쪼록 엄마와 딸의 원만한 소통을 바라는 마음에 이 노래를 불렀다”고 말했다.
김금영 기자 geumyou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