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창업지원 ① 현대차그룹]2013년 선정: 마리몬드 윤홍조 대표, 회복의 소망을 담아 이야기하는 꽃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이진우 기자) “스타트업은 한 마디로 말하면 개고생이다. 그만큼 창업은 쉽지 않다. 지금도 여전히 어렵고 두렵지만, 그래도 이제는 회사에 취업하기보다는 사업의 길을 가는 것이 나의 운명인 것 같다.” 마리몬드 윤홍조 대표가 살짝 미소를 보이며 하는 말이다. 대학 동아리에서 비즈니스 프로젝트를 하며 성장한 윤 대표는 취업이냐 창업이냐의 갈림길에서 앞으로 살아가면서 결코 후회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 타는 목마름으로 사회적기업가의 길에 들어섰다.
- 사회적기업 ‘마리몬드’를 창업하게 된 배경은?
“대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지역사회의 사회문제 해결을 고민하던 가운데 말로만 듣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처음 만났다. 그 전까지만 해도 위안부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 다른 사람들처럼 분노했지만, 그것은 잠시뿐 언제 그랬냐는 듯 쉽게 잊어버리곤 했다. 하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그저 한·일간에 묵혀진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여성 인권이 걸린 사회적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따라서 그 할머니들이 살아온 삶을 마리몬드라는 브랜드를 통해 꽃으로 승화시키고 재조명하고자 했다.”
- 기업 목표는 무엇이며, 사회적 가치 창출은 어떻게?
“압화(壓花)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원예 심리치료 과정 중 하나다. 2011년 말에 대구의 한 NGO단체가 소장하던 할머니들의 압화 작품들을 우연히 본 적이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된 김순악·심달연 할머니의 작품이었다. 유명 작가가 그렸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무척 아름답고 잘 그린 작품이었다. 그냥 놔두기 아깝다는 생각에 단체에 요청해 작품 이미지들을 받았다. 그리고 디자인 감각을 살려 그 이미지들을 패턴화한 뒤 휴대전화 케이스, 텀블러, 공책 등의 소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특히 심달연 할머니의 작품은 올해 초 ‘수지 폰케이스(작은 사진)’로 돌연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걸그룹 미쓰에이 멤버 수지의 ‘공항패션’ 사진이 발단이 된 것이다. 그런데 당시 수지가 입었던 공항패션보다 오히려 사람들의 이목을 모은 것은 그녀가 들고 있던 화사한 꽃무늬의 휴대전화 케이스였다. 이 케이스는 바로 심 할머니의 압화 작품인 ‘병화’에서 이미지를 따온 것이다. 또한 케이스가 어디에서 파는지 알려지면서 주문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재고가 없어 직원들 모두 쩔쩔맸다. 아직까지도 수지가 그 휴대전화 케이스를 어떻게 갖게 됐는지는 모른다.
처음에 압화 작품을 보면서 할머니 한 분, 한 분이 꽃이라는 생각을 했다. 꽃은 인위적이지 않으면서도 자기만의 독특한 향과 색깔, 모양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또한 누군가의 무지막지한 물리적 폭력에 의해 훼손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할머니들의 삶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리몬드 스마트폰 케이스. 사진 = 마리몬드
- 향후 기업의 발전 방향 및 비전은?
“앞으로 마리몬드는 컬래버레이션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나갈 것이다.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고객들에게 보다 감성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제품들을 계속해서 선보일 계획이다. 컬래버레이션의 대상 역시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구성할 것이다. 그렇게 마리몬드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나가면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 현대차그룹의 창업지원이 경영에 어떤 도움이 되었나?
“창업한 지 이제 4년차이며, 2013년에 현대차로부터 창업지원비를 받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당시 함께 선정된 기업 중에는 아직도 여전히 버티면서 성장해 나가는 기업도 있지만, 망해서 없어진 기업도 다수 있다. 창업지원금을 받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시장을 창출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나 대기업의 다양한 창업지원을 주춧돌 삼아 자기만의 독특한 콘텐츠를 갖춰야 서로 윈-윈 할 수 있고, 이것이 치열한 창업 전선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이라면 비결일 것이다.”
- 사회적기업을 꿈꾸는 예비 청년 창업자에게 선도자로서 조언한다면?
“창업을 한다는 것은 자신의 모든 것을 다 걸어야 한다. 한 마디로 개고생이다. 따라서 청년들에게 창업을 권하고 싶지는 않다. 좋은 기업에 들어가서도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창업을 꿈꾸기를 멈추지 않겠다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이라면 과감히 도전해야 할 것이다. 이때 결코 후회하거나 뒤를 돌아보아서는 안 된다.”
이진우 기자 voreol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