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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라이벌]뮤지컬 디바, ‘원조’ 최정원 vs ‘차세대’ 아이비

뮤지컬 ‘유린타운’서 상반된 매력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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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32호 김금영 기자⁄ 2015.05.27 09:08:29

▲뮤지컬 ‘유린타운’에서 열연하고 있는 최정원. 평소 우아하고 고상한 이미지를 벗고, 악랄하고 고약하며 욕심이 많은 ‘페니 와이즈’로 변신했다. 사진 = 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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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금영 기자) 뮤지컬계의 ‘원조’ 디바와 ‘차세대’ 디바가 맞붙었다.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5월 17일~8월 2일 열리는 뮤지컬 ‘유린타운’에서 최정원과 아이비가 상반된 매력으로 대결을 펼치고 있다.

뮤지컬 ‘유린타운’은 극작가 그레그 커티스와 작곡가 마크 홀맨의 합작품으로, 2002년 토니상 연출상, 극본상, 작곡상 등 주요 3개 부문을 수상했다. 브로드웨이에서 4년간 976회 공연됐으며, 2014년에는 웨스트엔드에서 리바이벌 돼 주목받았다. 국내엔 2002년 초연 이후 13년 만에 돌아왔다.

뮤지컬 ‘유린타운’은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오줌 마을’로 물 부족에 시달리는 가상의 마을에서 벌어나는 일을 그린다. 공공 화장실을 독점하고 볼 일을 보고 싶으면 돈을 내라며 이익을 취하려는 독점적 기업과, 동전 몇 푼이 모자라면 생리현상을 참아야 하는 가난한 군중들이 대립한다. 급기야 군중들은 자유로운 생리현상의 권리를 위해 민중봉기를 일으키게 된다. 최정원은 마을 사람들에게 화장실 사용료를 걷는 ‘페니 와이즈’ 실장, 아이비는 악덕기업주의 딸 ‘호프 클로드웰’로 출연한다.

평소의 우아하고 고상한 이미지 내려놓고
독기와 욕심 가득, 고약한 인물로 변신한 최정원

최정원은 뮤지컬 ‘시카고’에서 섹시한 여배우를 연기했고, ‘고스트’에서는 정이 넘치는 점성술사로 분했으며, 최근작 ‘아가사’에서는 내면의 갈등을 겪는 작가를 보여줬다.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펼치는 그에게 주로 따라 붙는 이미지는 우아함과 고상함이었다.

그런데 ‘유린타운’에서 이 이미지는 거침없이 놓아졌다. 늘 화장실 앞을 지키는 그에게, 마을 어르신이 방광이 터질 것 같으니 한 번만 외상 해달라고 애원하자 눈을 희번덕 부라리며 “볼 일을 보고 싶으면 돈을 가져오라”고 외치고 밀어버린다. 양 어깨 위에는 항상 돈을 붙이고 있고, 악덕 기업주 클로드웰에게 잘 보여 출세할 욕심이 가득하다.

▲악랄하게 화장실 사용료를 걷는 최정원(앞에서 오른쪽)에게 마을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는 모습이 시연되고 있다. 사진 = 신시컴퍼니

발성과 목소리 또한 독기가 가득하다. ‘시카고’와 ‘아가사’에서 중저음의 허스키한 보이스가 매력적이었다면, 이번엔 전혀 상반되게 내내 하이톤 목소리로 마을 사람들에게 고함을 질러 “시카고와 아가사에서 봤던 그 최정원이 맞나?” 할 정도로 색다른 노래를 들려준다. 폭발적인 고음은 여전하다. 또 극 중 그가 맡은 페니 와이즈 역은 반전의 키를 쥔 인물로, 이 인물의 변화 과정을 최정원이 어떻게 소화할지 기대감을 모은다.

최정원은 함께 출연하는 아이비에게 각별한 애정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두 배우는 ‘시카고’와 ‘고스트’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최정원은 “아이비가 2010년 ‘키스 미 케이트’로 뮤지컬에 첫 발을 내딛었을 때부터 모든 작품을 함께 했다. 사랑하는 동생이지만 라이벌로 만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이 가장 특별한 것 같다”며 “아이비는 가수로 많이 알려졌지만, 뮤지컬 무대에서 발휘할 재능을 많이 가진 소중한 후배”라고 추켜세웠다.

이어 “무대에 함께 서고 싶어서 될 수 있으면 음반, 방송 활동을 못하도록 옆에서 칭찬을 엄청 해주고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낸 뒤 “함께 오래 하고픈 배우다. 작품을 할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특히 이번 작품에서 배우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대견하다”고 밝혔다.

“아무 것도 몰라요~” 세상물정에 어둡고
발랄하고 천진난만하기만 한 아이비

최정원이 독기를 품었다면 아이비는 천진난만함으로 무장했다. ‘시카고’에서 야망 가득한 여배우, ‘고스트’에서는 청초한 여주인공을 연기했다면 ‘유린타운’에서는 그야말로 “아무 것도 몰라요~” 식으로 세상 물정에 어둡고 마냥 발랄한 여주인공 호프로 변신한다.

▲뮤지컬 ‘유린타운’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 김승대(왼쪽)와 아이비. 아이비는 세상 물정 모르는 천진난만한 인물 ‘호프 클로드웰’로 분한다. 사진 = 신시컴퍼니

첫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다. 허름하고 낡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가득한 마을에 그는 홀로 샛노란 원피스를 입고 화사하게 나타난다. 아버지가 세상에서 가장 비싼 대학에 보내줬는데, 졸업하고 아버지 회사에 낙하산으로 들어와 “팩스와 복사를 하러 왔어요~” 하며 사랑스럽게(?) 외친다. 그 천진난만함에 삶이 고달픈 서민들은 ‘웃픈’ 상황이다.

그런가 하면 남자주인공 ‘바비 스트롱’과 마주했을 땐 가슴이 말하는 소리를 듣겠다며 대뜸 남자 가슴에 폭 안기고, 반대로 자신의 가슴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들어보라며 부끄러워하는 남자의 머리를 자신의 가슴에 갖다 대는 대범함을 보이기도 한다. 예측하기 어려운 통통 튀는 매력이다. 아이비는 청초하고 꾀꼬리처럼 여린 목소리로 노래해 호프의 캐릭터를 더욱 살린다. 호프는 극이 진행될수록 청렴하고 깨끗한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의 문제점을 알고, 자신의 주관을 가지게 되면서 페니 와이즈와 같이 변모하는 모습을 보인다.

▲뮤지컬 ‘유린타운’의 한 장면. 악덕기업주 클로드웰(앞에서 왼쪽, 배우 성기윤 분)과 그의 딸 호프(아이비 분)가 열연하고 있다. 사진 = 신시컴퍼니

아이비 또한 최정원과 호흡을 맞추는 소감을 전했다. “뮤지컬계의 여신인 최정원 선배와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설렌다. 선배의 연기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됐다”며 “옆에서 많이 도와주고 이끌어줘 지금까지 열심히 뮤지컬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둘이 여자 콤비로 엮여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정원은 “뮤지컬 배우 남경주가 전화해 신문에 크게 ‘최정원-아이비 콤비’ 기사가 났다고 알려줬다. 예전엔 ‘최정원-남경주’ 콤비로 불렸는데…. 둘이 함께 출연한 ‘시카고’에서 합이 잘 맞아 그런 것 같다. 여성 배우 둘이 콤비로 불리고, 또 될 수 있다는 게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두 여배우가 앞으로 꾸준히 보여줄 호흡과 매력 대결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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