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섹시대 - 문제적 남자’에 출연하는 (왼쪽부터) 타일러, 이장원, 하석진, 전현무, 김지석, 랩몬스터. 사진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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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금영 기자) ‘착한 마음’이 중요한 시절이 있었다. 2009년의 대인기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재벌 2세 구준표는 머리는 비었어도 순애보를 펼치면 됐다. 여자 ‘캔디’는 능력은 없지만 착하고,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라고 꿋꿋이 버티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2016-2017 총선-대선을 앞둔 2015년이 요구하는 인재는 똑똑한 사람이다. 착한 마음만으로는 험난한 이 시대를 뚫고 나갈 수 없음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뇌가 섹시한’ 뇌섹남, 뇌섹녀에 주목하는 문화 콘텐츠들이 줄을 잇는 이유다.
高스펙 출연자 6명의 두뇌 싸움 ‘문제적 남자’
2015년 2월 방송을 시작한 ‘뇌섹시대 - 문제적 남자’를 보면 골머리가 아프다. 그런데 자꾸 보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전현무, 하석진, 김지석, 이장원, 타일러 라쉬, 랩몬스터(본명 김남준)가 출연해 매회 행동과학, 면접, 명문대 입시 문제, 유명 대기업 입사 기출 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을 푼다.
출연자들의 스펙이 만만치 않다. 전현무는 KBS, 조선일보, YTN 언론고시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엘리트로 ‘97학번 취업 깡패’, 하석진은 공대에서 상위 10% 안에 든 ‘공대 남신’, 김지석은 영국 명문 사립고 출신이자 2개의 교원 자격증을 보유한 사범대생이다. 이장원은 토익 성적 990점에 카이스트 박사로 유명하고, ‘비정상회담’에서 활약하는 타일러는 미국 명문 시카고대 출신이다. 마지막으로 아이돌 그룹 방탕소년단 멤버 랩몬스터는 IQ 148에 11살부터 작사, 작곡을 시작했다.
▲‘뇌섹시대 - 문제적 남자’는 고스펙 출연자 6명이 행동과학, 명문대 입시 문제, 유명 대기업 입사 기출 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을 풀어보는 프로그램이다. 사진 = tvN
화려한 스펙도 주목받지만, 이 프로그램이 더 사랑받는 이유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며 뇌를 굴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예컨대 ‘왜 여자친구와 헤어졌나’(S전자 면접시험 문제)라는 질문이 던져졌을 때 출연자들은 황당해 한다. 하지만 이내 이성을 되찾고 침착하게 답변을 이어가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출연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행동과학 문제도 있다. 암기 실력을 자랑하는 게 아니라, 뇌섹남들이 직접 일어나 몸을 이리저리 굴리며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 흥미롭다. 시청자들이 직접 낸 문제들 또한 방송에 적극적으로 반영된다. 시청자들은 “머리 아픈데 자꾸 보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머리 굴리는 출연자들의 모습이 섹시하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문제적 남자’는 2월 26일 첫 방송 당시 평균 2.4%를 기록했고, 최근 방송인 5월 14일분에서도 2%를 기록했다.
‘문제적 남자’가 낳은 뇌섹 스타 - 랩몬스터
아이돌에 대한 편견 허물고 ‘뇌몬스터’ 별명까지
‘문제적 남자’가 낳은 대표적인 뇌섹남 스타는 랩몬스터다. 출연진 중 막내인 랩몬스터는 아이돌 가수로 활동해왔는데, 문제적 남자에 출연하면서 IQ 148에 모의수능 상위 1% 성적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랩몬스터는 이 방송에서의 활약으로 ‘뇌몬스터’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아이돌그룹 방탕소년단의 랩몬스터는 ‘뇌섹시대’를 통해 ‘뇌몬스터’라는 새 별명을 얻었다. 사진 = tvN
IQ 170 이상만 풀 수 있다는 그림 퍼즐 문제가 출제됐을 때 랩몬스터는 28초 만에 가장 먼저 손을 들고 문제를 거침없이 쓱쓱 풀어나갔다. 5월 7일 방송에서는 ‘문제적 남자 출연진으로 글로벌 그룹을 만들었을 때 내가 리더가 돼야 하는 이유’를 주장하라는 문제가 출제됐는데, 그는 통계자료를 제시하면서 논리적 설득으로 전문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며 ‘문제적 남자’로 최종 선정됐다.
IQ 150에 영국 수학 올림피아드 금상 수상, 케임브리지 입학시험 최고 성적, 옥스퍼드 대학교 수학과 수석입학 등의 기록을 지닌 김반석 씨(배우 김지석의 형)와 뇌 풀기 문제 대결을 펼쳤을 때도 10초 만에 정답을 먼저 맞혔다. 가장 나이가 어리지만 명석한 두뇌로 형 출연자들을 제치는 반전 매력에 뇌섹남 스타에 오르며 아이돌 가수에 대한 편견 또한 허물었다.
정황과 증거 속 범인 찾는 본격 추리 대결 ‘크라임씬 시즌2’
‘문제적 남자’가 주어진 문제를 푼다면 ‘크라임씬’은 여기에 추리까지 더한다. 국내외 실제 범죄 사건을 재구성해 출연자들이 의문의 사건 현장 속 용의자로 지목되는 상황이 펼쳐진다. 각 출연자들은 자신이 범인이 아님을 증명하는 동시에, 자신들 속에 숨어 있는 진짜 범인을 찾아내기 위한 추리까지 병행해야 한다.
2014년 5월 첫 방송을 시작해 같은 해 7월까지 방영됐고, 인기에 힘입어 2015년 4월부터 시즌 2를 방송 중이다. 현재 장진, 박지윤, 장동민, 홍진호, 하니 등이 출연하고 있다. “범인은 이 안에 있어!”라고 외치는 추리물의 고전 ‘소년탐정 김전일’과, 자신을 어린 아이로 만든 범죄조직을 찾는 ‘명탐정 코난’ 등 추리물은 대표적으로 사랑받는 콘텐츠다. 크라임씬은 여기에 더해 명석함을 지닌 스타들이 가상의 만화가 아닌 방송의 주어진 상황에서 추리 대결을 펼친다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크라임씬’은 국내외 범죄를 재구성하고, 출연자들이 진짜 범인을 알아내는 프로그램이다. 사진 = jtbc
영화 ‘킬러들의 수다’ ‘하이힐’, 뮤지컬 ‘디셈버’, 연극 ‘서툰 사람들’로 유명한 장진의 별명은 1000여개의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천재 감독’이다. 시즌 2 합류 첫 시점, 사전 테스트에서는 제대로 범인을 찾지 못해 망신당했지만 세 번째 ‘미인대회 살인사건’에서는 남들이 생각 못한 추리로 완벽하게 범인 검거에 성공했다.
장동민은 기억력이 특출하다. 사전 테스트 당시, 짧게 스쳐 지나간 사람이 든 우산에 쓰여 있던 알파벳, 지나간 건물 층수 등 힌트를 완벽하게 기억해 눈길을 끌었다. 하니 또한 상황에 몰입한 나머지 눈물을 쏟기 일쑤지만 그 와중에 증거 수집에 열심이어서 추리 꿈나무로 발돋움 중이다.
시청자 또한 범인이 누군지 뇌를 굴리며 추리해 나가는 과정이 이 방송의 매력이다. 시청률도 상승세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5월 20일 방송된 7회는 1.332%로, 6회의 1.32%보다 0.12% 상승했다. 3회 1.452%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뒤 잠시 주춤하다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크라임씬’이 낳은 뇌섹 스타 - 홍진호 vs 박지윤
추리 투톱의 박진감 넘치는 대결홍진호와 박지윤은 ‘크라임씬’ 시리즈의 대표적인 라이벌이자 투톱이다. 시즌 1 때부터 추리 대결을 펼친 이들은 시즌 2에서도 대결을 이어가고 있다.
▲‘더 지니어스’ 시즌 1 우승자인 홍진호는 ‘크라임씬’에서도 남다른 추리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 = jtbc
프로게이머 시절 늘 임요환에게 1등을 빼앗겼던 만년 2인자 홍진호는, 다양한 직업군을 대표하는 도전자가 각종 게임을 통해 승자를 가리는 ‘더 지니어스 - 게임의 법칙’ 시즌 1에서 우승하며 1인자로 등극했다. 평소에는 혀 짧은 소리로 허당이란 구박을 받지만 게임이 시작되면 눈빛부터 달라진다. 더 지니어스에서 문제를 풀던 영상은 ‘레전드짤’이란 이름으로 지금도 인터넷을 돌아다니고 있다. 크라임씬에서도 이런 뇌섹남 면모를 빛낸다. 시즌 2 사전 추리 테스트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그는 대표적인 라이벌로 박지윤을 꼽으며, “박지윤 누나를 이기고 추리 원톱이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박지윤은 ‘크라임씬’에서 홍진호가 꼽은 라이벌로, ‘추리여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사진 = jtbc
박지윤은 크라임씬 시즌 1 당시 의심이 가는 용의자들을 수학공식인 벤다이어그램으로 표기해 의심점을 지워나가는 ‘벤다이어그램 추리’를 비롯해, 날카롭게 핵심을 파고드는 추리력으로 ‘추리 여왕’ 별명을 얻었다. 여기에 시즌 2에서는 연기력까지 추가해 출연자들의 의심을 피해가는 동시에 혼동을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시즌 2에서 시즌 1 때보다 범인 검거에 부진한 모습을 보이지만, 그동안 보여줬던 명석함 때문에 앞으로의 빛나는 추리를 기대하는 시청자들이 많다.
돌아온 학교에서 두뇌 반짝반짝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프로그램의 본래 취지는 잊고 지낸 학창 시절을 되새겨보는 것이었다. 방송 초반엔 강남, 남주혁 등이 등장해 예측불허의 톡톡 튀는 학교생활을 보여줬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뜻하지 않게(?) 총명함을 드러내는 스타들이 등장해 뇌섹남녀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카이스트에서 생명화학을 전공하는 윤소희는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서 수학문제를 완벽하게 풀어 눈길을 끌었다. 사진 = jtbc
최근 방송에서는 윤소희가 빛을 발했다. 카이스트에서 생명화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표적 뇌섹녀이기에 학교생활 또한 궁금했다. 기대에 부응하듯 5월 12일 방송에서 윤소희는 선생님의 지목으로 앞에 나와 칠판에 수학 문제를 풀었다. 답을 맞힌 것은 물론 풀이 과정까지 완벽하게 풀어내 모두를 놀라게 했다.
함께 출연한 홍진경 또한 주목받았다. 일어나자마자 아침 식사도 마다하고 오후에 있을 방과 후 영어시간 공부에 몰두한 그는 카이스트 재학생인 윤소희와 미국 유학파 산이까지 제치고 단어 시험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는 활약을 펼쳤다. 경제 시간에는 자신의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 시장 경제를 설명해 두각을 드러냈다.
▲홍진경은 영어 단어 시험은 물론 경제 시간에도 두각을 드러내며 학업에 열의를 보였다. 사진 = jtbc
‘문제적 남자’에서 활약하는 전현무는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서도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3월 방송 당시 영어 시간에는 “영국식 발음”이라는 위트까지 섞어 유창한 회화를 선보였고, 중국어 시간에도 “평소 내가 공부한 수준보다 쉽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학생들을 상대로 자신의 언론고시 합격 실례를 들며 논리적 강연을 펼치기도 했다.
뇌섹 스타 - 하니
수학 문제 척척 해결에 영어·중국어는 기본
‘학교 다녀오겠습니다’가 뇌섹남녀 콘텐츠로 주목받게 만든 장본인은 걸그룹 EXID의 하니다. ‘위아래’ 직캠 영상으로 섹시녀 이미지가 강했던 하니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뇌섹녀 스타로 거듭났다. 3월 방송에서는 경기 과천외고에서 수업을 듣는 하니가 그려졌다. 당시 떠오르던 하니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많지 않았다.
▲걸그룹 EXID의 하니(오른쪽)는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서 영어, 중국어, 수학에 능통해 화제가 됐다. 사진 = jtbc
그런데 하니는 수업시간에 “공부가 재밌다”며 열정적으로 학업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학 시간에 어려운 문제를 풀어 박수를 받는가 하면 이어진 중국어 시간의 쪽지 시험에선 거의 만점을 받았다. 영어 시간엔 유창한 회화 솜씨가 일품이었다.
방송 뒤 IQ 145에 두 달 만에 토익 900점을 받은 그녀의 이력이 재조명 받았다. 이후 추리력 대결을 펼치는 ‘크라임씬’ 시즌 2 고정 멤버로 합류했고, ‘주간 아이돌’에서도 주어진 멘사 문제를 “쉽다”며 빠른 시간 안에 풀어 뇌섹녀임을 인증했다.
김금영 기자 geumyou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