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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뉴스 - 미디어아트 3선] 헤르만 헤세의 수채화가 움직이네

‘미래+미美’ ‘빅 아이 프로젝트’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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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33호 김금영 기자⁄ 2015.06.01 14:14:45

▲디지털 기술로 재해석된 헤르만 헤세의 명화를 비롯해 헤세에게 영감을 받은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전시장을 채우고 있다. 사진 = 본다빈치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그림을 ‘그리기만’ 하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이르러 다양한 첨단 도구와 수단이 예술에 쓰이고 있다. 모션 그래픽 기술을 활용해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을 주기도 하고, 합성 기술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예술과 미디어 기술이 결합된 이른바 ‘디지털 미디어 아트’들이다. 첨단 미디어아트 전시들이 잇달아 열리고 있다.

헤르만 헤세의 명화를 디지털로 재해석
‘헤세와 그림들 -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전

올해 탄생 139주기를 맞은 인문학계의 거장 헤르만 헤세의 그림이 디지털 기술로 재해석돼 ‘움직이는 그림’으로 재탄생했다. 이른바 ‘컨버전스 아트’다. 이는 예술 작품을 재해석해 기술과 융화시키는 장르로, 올 3월 ‘반 고흐: 10년의 기록’전을 통해 알려졌다.

헤세는 음악과 미술, 평화와 자유, 사람을 사랑한 문학가이자 예술가다. 이번 전시는 그가 남긴 수많은 그림들, 그리고 유명 아티스트들이 헤세에게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들을 재해석해 따뜻함과 휴식을 전하려는 의도로 기획됐다.

헤세의 대표작 ‘수레바퀴 밑에서’, ‘데미안’, ‘싯다르타’, ‘유리알 유희’, 그리고 이 대표작과 관련된 채색화, 초판본, 사진, 유품 등이 500여 점 전시된다.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이 헤세에게 바친 작품 ‘트리뷰트 헤르만 헤세(Tribute Hermann Hesse)’도 볼 수 있다. 감각적인 팝아트적 실크스크린 판화인 이 작품은 헤세가 세상을 뜬 지 15년 지난 1977년, 앤디 워홀이 헤세에게 헌정했다.

▲‘헤세와 그림들 -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전 전시장 전경. 사진 = 본다빈치

또한 ‘마의 산’으로 알려진 소설가 토마스 만과 프랑스 아카데미 문학상을 받은 극작가 로맹 롤랑과의 서신집, 오페라의 거장 슈트라우스가 헤세에게 바치는 교향곡과 그의 작품을 영화화해 미국에서 히트를 친 ‘황야의 이리’ VOD 등도 전시된다.

대중에게 친숙한 유명 소설가의 그림을 미디어 아트로 재해석한 것이 이 전시의 특징이다. 움직이지 않는 그림을 전시한 게 아니라 모션 그래픽 기술을 사용해 그림이 살아 움직이도록 해 눈길을 끈다. 전시장 벽면이 대형 화폭이 돼 생동감을 지닌 헤세의 그림이 비춰지기에 영화관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일어난다. 8월 말까지는 헤세의 봄과 여름 힐링 버전이 전시되고, 9월 초부터는 계절의 변화에 맞춰 ‘헤세의 가을’이라는 콘셉트로 변경된다.

배우에서 공연 프로듀서로 변신한 김수로가 전시 프로듀서를 맡았고, 가수 겸 배우로 활동 중인 이지훈이 전시 주제가를 불렀다. 헤세의 대표 시 ‘행복해진다는 것’을 가사로 만든 이 곡은 전시장 안에서 디지털 아트와 어우러지며 감상의 재미를 더한다. 전시는 전쟁기념관 기획전시실에서 11월 1일까지.

디지털 시대, 시각조형美에 대한 이야기
‘미래+미美 - 이정교 개인전’

공간 디자이너로서 다양한 관점으로 매체를 바라보고, 특히 미디어 아트 및 공간 디자인 등에 관심을 갖고 작업해온 이정교 작가가 ‘미래+미美’전을 선보인다. 이 전시에서 작가는 최근 급변하는 매체와 디지털 환경의 경험을 작품 속에 녹여냈다. 그리고 자신에게 내재한 조형 세계를 바라보고, 현재의 디지털 기술과 결합시켜 ‘디지털 시각 조형’ 분야가 지닌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한다.

▲이정교, ‘코리아(Korea) 1’. 자작 합판에 디지털 UV 프린팅, 50 x 50cm, 2015.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시각 조형 작품을 낯설지 않게, 아름답게 느끼도록 돕는 게 이번 전시의 의도다. 어릴 적 장난감인 만화경을 연상케 하는 친숙한 이미지를 디지털 프로그램 속에 구축하고 여기에 인공적인 빛을 입력해 새로운 감성과 시각적 즐거움을 주면서 현재와 미래의 예술성에 질문을 던진다.

작품 ‘베르사유 궁전의 마블 정원’엔 2010년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했다. 그 결과 탄생한 작품을 통해 추상과 사유의 의미를 해석하고, 현시대의 이야기를 과학의 미(美)로 시각화했다.

▲이정교, ‘코리아(Korea) 4’. 자작 합판에 디지털 UV 프린팅, 50 x 50cm, 2015.

작품 ‘코리아(Korea)’ 또한 ‘시간과 장소가 지닌 특정적 요소’로부터 착상된 조형 요소 즉, 색깔, 패턴, 재료 등을, 과학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프로세스, 그리고 디자이너의 조형감각과 융합시켜 완성한 결과물이다. 한복, 한옥 등을 바탕으로 한 우리 전통 색채와 패턴이 시각적 조형미를 갖춘 작품으로 재탄생됐다.

작가는 최근 급변하는 기술 혁신과 환경 변화에 따라 매우 즐겁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현대 과학기술 문명에서 소외되는 자신의 본질에 강한 초조함을 느꼈음을 고백한다. 그는 “앞으로는 더욱 더 첨단기술 문명으로 미래 사회를 구상해야 한다는 점이 명백한 진리가 됐고, 대중에게 감성적으로 스토리텔링할 수 있는 디자인과 예술을 선보이는 디자이너가 중심에 자리할 것으로 예견된다. 즉, 새로운 매체와의 결합을 통해 탄생하는 전위적인 예술만이 대중과 함께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정교, ‘베르사유(Versailles) 1’. 자작 합판-3D 프린팅에 디지털 UV 프린팅, 50 x 50cm, 2015.

이어 “매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진지한 탐구를 통해 시각적 쾌락을 탐색하고자 했다. 당장은 현대 과학기술의 최첨단 디지털 프로그램으로 지금 즐길 수 있는 이미지를 보여주려 한다”고 자신의 작업을 설명했다. 전시는 갤러리 토스트에서 6월 13일까지.

디지털 포토그래피에 화두를 던지다
‘대한민국 빅 아이 프로젝트’전

하춘근 작가는 ‘대한민국 빅 아이 프로젝트’전에서 디지털 포토그래피의 길에 화두를 던진다. 작가는 피사체를 재현하는 사진의 위상과 기능은 발전해가는 디지털 아트의 미래에 더 이상 맞지 않는 정의가 됐다고 이야기한다. 단순히 사진을 찍는 행위, 즉 광학 기술로 재현된 피사체를 현 단계 기술의 한계 속에서 현상하는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디지털 아트를 선보이려고 한다.

▲하춘근, ‘한강 #4’. 아카이벌 잉크젯 프린트, 105 x 240cm, 2014.

이에 작가가 시도하는 방식은 재현이 아닌 창조다. 일반적으로 사진은 어떤 현상을 재현하는 수단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작가는 사진을 찍은 뒤 촬영된 각 작품을 융합해 전혀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한강 위에 여러 건물들이 겹쳐 보이고, 제주도 바다를 배경으로 사람들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하는 식이다. 실제 존재하는 곳을 찍은 사진들이지만, 디지털 기술과 만나 다른 사진들과 결합되면서 실재하는 동시에 실재가 아닌 환상적 성격의 새 공간으로 작품에 구현된다.

▲하춘근, ‘경복궁 #1’. 아카이벌 잉크젯 프린트, 105 x 240cm, 2014.

이것이 바로 그가 말하는 ‘빅 아이 프로젝트’다. 재현의 당위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역할을 하는 디지털 포토그래피 장르다. 작가는 “여전히 피사체를 정직하게 재현하는 것을 지고지순한 가치로 놓고, 촬영된 이미지의 창조 작업을 금기시하는 시대착오적 사변이 두터운 것이 사진예술, 즉 디지털 아트의 현실이다”라고 짚었다.

▲하춘근, ‘제주 바다 #1’. 아카이벌 잉크젯 프린트, 105 x 240cm, 2014.

이어 그는 “세계적인 공감, 미래지향적인 가치, 새로움을 추구하는 작가의 길은 이러한 구태의연한 패러다임을 벗어나야 구현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빅 아이 프로젝트’를 통해 미래지향적인 디지털 포토그래피에 화두를 던지고 있다”고 밝혔다. 전시는 갤러리 나우에서 6월 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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