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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전시 - ‘기록의 방식’전]기억을 기록하는 5 작가의 다른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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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33호 왕진오 기자⁄ 2015.06.01 14:15:00

▲피터 스틱버리, ‘Emily Trim’. 린넨에 아크릴, 100 x 80cm, 2015.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왕진오 기자) 사진의 등장으로 회화의 주된 기능 중 하나였던 기록 매체로서의 기능이 상당 부문 사진으로 옮겨졌다. 시각적 측면에서 기록이라는 행위는 대상에 대한 재현의 정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이 과정에 카메라가 개입하면서 사진이 선호된 것이다.

재현의 강박에서 자유로워진 만큼 작가의 상상력과 주관적인 해석 및 테크닉의 개입 여지가 증가한 가운데, 구상화의 최종 결과물은 작가의 주관적 기억과 당시의 상황, 묘사된 대상에 대해 품은 개인적인 사유가 충만한, 사적인 기록이 된다.

정치영, 김동유, 피터 스틱버리, 신디 라이트, 윤석원 등 주목받는 작가 다섯 명이 고유의 사유와 관찰을 기록하는 매체로서의 회화의 의미를 추구하는 ‘기록의 방식들’전을 5월 27일부터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바톤에서 마련한다.

▲신디 라이트, ‘Broken Bones’. 종이에 목탄, 126 x 186cm, 2014.

포토리얼리즘(1960년대 후반에 추상이 지배하던 뉴욕과 서유럽의 예술 중심지에서 나타난 예술 사조. 사실주의의 한 유파로 중립적 입장에서 사진 같은 극명한 화면을 구성한다)에 기반을 둔 정치영(43)의 작품 ‘The Age Of Quarrel 5’는 사진의 형태로 매스미디어를 통해 반복 소비된 이미지의 재현에서 출발한다.

▲정치영, ‘The Age of Quarrel 5’. 캔버스에 오일, 지름 75cm, 2015.

원래 이미지에 파스텔 톤 막이 정교하고 균질하게 도포된 듯한 효과는 포토리얼리즘과 차별화된 회화성을 획득함과 동시에, 캔버스 위에 숭고하고 영웅스럽게 보이던 이미지들을 무력하고 허탈하게 이끈다. 믿고 숭배했던 영웅이 아련하고 희뿌옇게 퇴색되고 사라져 가는 것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과도한 색상의 나비 우표로 표현한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대표하는 유명 인사의 초상을 또 다른 인물들의 초상으로 그려낸 ‘이중 얼굴’ 연작과, 커다란 이미지 안에 수천 개의 작은 셀(cell) 이미지들이 존재하는 방식의 ‘더블 이미지’ 작업을 통해 아날로그적 방식으로 디지털적인 요소를 이끌어내는 김동유(50)의 작품도 함께 한다.

김동유의 나비 우표 시리즈 ‘Republic of Korea’는 팝아트적 접근을 견지해온 작가의 초기작이자, 더블 이미지 및 최근의 나비 시리즈에 시초가 되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 즉물적인 표현법이 번득이는 이 시리즈는 실제 발행되고 판매 유통된 우표를 기초로 제작됐다.

우리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개입돼 원래 이미지가 가진 고유한 느낌이 사라져버린 대상을 차용하면서, 구매욕 자극을 위해 과도한 색조를 강조하는 팝아트적 표현 기법을 충실히 재현하면서 원초적 야생성을 보여준다.

피터 스틱버리(46)의 작품 속 인물은 개성의 표현이 최대한 절제되고 표정과 자세가 일정한 방식으로 통제된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일관된 표정과 포즈가 당연시되던 고등학교 졸업 사진처럼 특정한 목적 아래 무표정하게 정면을 응시하는 인물들은, 고도의 포토리얼리스틱(사진과 동일한) 기법이 가미되면서 물적 효과가 한층 강조된다.

▲김동유, ‘Republic of Korea’. 캔버스에 아크릴, 36.6 x 50.8cm (each), 1993.

전시 작품 ‘Emily Trim’은 1994년 짐바브웨의 소도시 루와에 위치한 아리엘 초등학교에서 UFO를 목격한 5~12살 어린이들에게 헌정하는 작품이다. 작품에 묘사된 에밀리의 아름답지만 여리고, 창백한 얼굴과 어딘가에 홀린 듯한 시선은 그녀가 UFO와의 만남으로써 확고한 진실에 대한 감정이 상실된 것처럼 보인다.

스틱버리는 이 작품에서 과장된 사실주의적 기법을 통해 통상적으로 여겨지는 인간의 전우주적 우월감과 반대되는, 비현실적인 감각과 내적 동요를 극적으로 표현했다.

익숙한 이미지를 낯설게 하기

신디 라이트(43)의 작품에서 캔버스에 의도적으로 꽉 차게 묘사된 이미지들은 마치 확대경을 통해 익숙지 않은 사물을 근접해 바라볼 때 느끼는 놀람과 당혹감을 유발한다. 작가의 작품은 전통적인 포토리얼리즘의 범주에 머물기보다는 정치-사회적인 메시지 또는 여성 작가로서의 이점과 한계에 대한 견해를 드러내는 도구로 작용한다.

▲윤석원, ‘David’. 캔버스에 오일, 145.5 x 89.4cm, 2015.

운석원(32) 작가는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일들을 바탕으로 그 기억과 감정이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살펴보며, 불특정 대상들을 통해 하나의 풍경화를 그려낸다. 실제 풍경 외에도 조각상, 오브제, 인물, 기록사진 등을 사진화하고 이를 회색 톤의 계조를 이용해 컬러가 거의 배제된 모노크롬 회화로 표현한다. 이는 인간으로서 경험했거나 경험하지 못한 슬픔에 대한 일종의 애도 혹은 방어기제로서, 생과 사를 표현한다. 전시는 6월 2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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