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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섹시한 “식사하세요~”는 이제 남자 몫?

요리하는 남자가 섹시하다는 ‘요섹남’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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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33호 김금영 기자⁄ 2015.06.04 09:13:56

▲백종원은 푸근한 인상과 구수한 말투, 친근한 레시피로 사랑받고 있다. 사진 = MBC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앞치마를 두르고 “여보~ 식사하세요”라고 상큼한 한 마디를 던지는 여자가 로망인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반대다. 앞치마를 두른 남자들이 부엌을 차지하고 화려한 칼질 솜씨를 뽐낸다. ‘요리 잘하는 섹시한 남자’라는 요섹남의 등장이다. 요즘 대세인 요섹남들을 색깔별로 살펴본다.

옆집 아저씨 같은 귀여움 ‘슈가보이’ 백종원

백종원은 현재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 ‘한식대첩 3’ ‘집밥 백선생’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요리솜씨를 뽐내고 있다. 그의 매력 포텐이 터진 곳은 마리텔이다. 스타가 자신만의 콘텐츠를 갖고, 직접 PD 겸 연기자가 돼 인터넷 생방송을 펼치는 1인 방송 프로그램이다. 백종원은 애초 파일럿 프로그램이었던 마리텔의 정규 편성에 큰 역할을 했다.

먹방, 쿡방이 이미 대세지만 백종원의 방식은 유독 특별했다. 일반적으로 요리 방송은 고급 재료에 전문가용 조리 기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백종원은 일반인이 요리에 쉽게 접근하도록 도왔다. 예컨대 계량컵 대신 종이컵을 사용하고, 배즙을 갈아 넣는 대신 배 음료수를 쓰며, 허브 대신 비슷한 모양의 파로 음식을 장식한다.

친근한 요리 방식에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와 푸근한 인상까지 귀여움을 더한다. 마리텔에서 그는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댓글에 하나하나 답하며 소통에 노력하는데 이 과정에서 웃음이 터진다. 5월 9일 방송에서는 “보통 브로콜리를 삶아서 초장 찍어 먹잖아유. 싼티나게”라고 말했다가 댓글 창에 “초장을 무시하는 거냐” “초장에 사과하라”고 올라오자 바로 “초장님, 제가 초장님을 무시하는 게 아니에유. 상당히 좋아합니다”고 존칭까지 붙이며 즉시 사과했다. 이어 “믹서기를 잘 골라야 해유”라고 한 마디 했다가 “믹서기 무시하는 거냐”라는 글이 올라오자 “믹서기 회사 사장님. 죄송해유. 믹서기 정말 좋아유”라고 2차 사과 방송을 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런 친근함 때문에 ‘백 주부’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또 대부분 전문가들이 건강을 위해 설탕을 줄이라고 말하지만, 백종원은 인간적으로(?) 설탕을 아낌없이 듬뿍 사용해 ‘슈가보이’라는 달달한 별명도 생겼다. 이젠 그가 어떤 요리를 해도 댓글 창에 “자~ 이제 설탕을 넣습니다”라고 장난치는 반응이 올라온다. 그러면 “아이참, 제가 설탕을 많이 쓰는 게 아니에유” 하며 삐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요식업계 대가라기보다 친근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모습에 대중이 매료됐고, 백종원은 파일럿 방송부터 현재까지 마리텔에서 시청률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병맛 같지만 멋있는 ‘허셰프’ 최현석

최현석은 최셰프가 아닌 ‘허셰프’로 더 많이 불린다. 허세와 셰프가 결합된 별명으로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그 이유를 보여준다. 스타의 냉장고를 스튜디오에 가져와 그 안의 재료로 15분 동안 셰프들이 요리 대결을 펼치는데, 최현석은 준비 자세부터 남다르다. 앞치마를 크게 소리 나도록 펄럭이며 몸에 두르는 동작이 흡사 무협 영화에서 무사가 싸움을 준비하는 모습 같아 눈길을 끈다.

요리할 때도 결코 조용하지 않다. 소금 간을 할 때 머리 위로 손을 높이 올려 “소금 세례!” 등 추임새를 넣으며 발사한다. 가뜩이나 190cm 큰 키이기에 그 과정에서 소금이 요리보다는 옆에 앉아 있던 셰프의 얼굴에 튀기 일쑤다. 가장 큰 피해자인 홍석천은 “우리 엄마가 음식 재료 낭비한다고 네가 제일 싫대!”라고 소리 지르다가도 미워할 수 없는 허셰프의 매력에 “귀엽다”고 다시 웃음짓곤 한다. 다른 셰프들도 “도대체 왜 저러는 거야”라고 핀잔을 주지만 이젠 허세 섞인 동작이 없으면 아쉬울 정도로 허셰프의 매력에 빠졌다.

▲‘허셰프’란 별명을 가진 최현석 셰프는 ‘냉장고를 부탁해’ ‘한식대첩 3’ 등에서 활약 중이다. 사진 =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서의 매력에 힘입어 최근 방송을 시작한 ‘한식대첩 3’에선 심사위원으로 발탁됐다. 물론 여기서도 허세는 계속된다. 5월 28일 방송에서 경남 팀이 식재료로 붕장어를 소개하며 “꼬리에 맞으면 부산까지 날아간다”고 최현석에게 잡아볼 것을 요청했다. 처음엔 “자칫하다 맞는 거 아니냐”며 놀라던 그는 곧 붕장어를 잡았고, 여자 출연자들이 멋지다고 박수치자 허세 가득한 포즈와 표정으로 ‘최힘석’ 새 별명을 얻었다.

최현석의 허세가 사랑받는 건, 결코 그냥 허세가 아니기 때문이다. 1000가지의 독창적인 레시피를 개발해 ‘크레이지 셰프’라고 불리는 그는 유명 레스토랑의 총괄 셰프로 음식 맛 또한 정평 나 있다. 자신의 요리를 사랑하고 자부심 또한 감추지 않는다. “내가 바로 최현석이야”라고 외칠 자격이 충분하다.

엉뚱기발 ‘야메 셰프’ 김풍

김풍은 정식 셰프가 아니다. 그의 본업은 만화가다. 그래서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야메 셰프’로 통한다. 그런데 실력은 야메(일본말로 진짜가 아니라 가짜라는 뜻)가 아니다. 오랜 자취생활 쌓아온 요리 실력을 바탕으로 정식 셰프들과 대등한 경합을 벌여 ‘자취생들의 희망’이라 불린다.

최근 방송에선 중식업계 대가인 이연복과 대세 셰프인 샘킴을 당황시켰다. 야메 셰프와 더불어 가장 많이 불리는 명칭이 ‘샘킴 잡는 김풍’이다. 샘킴과의 다섯 번 대결에서 무려 세 번 승리를 거머쥐었다. 가수 케이윌의 냉장고 식재료로 둘은 요리 대결을 펼쳤는데, 김풍은 이연복을 연상케 하는 칼과 요리 방식을 당당하게 선보이며 시종일관 “사부님!”을 외쳐 웃음을 자아냈다. 재료가 어디 있는지 찾느라 허둥지둥 돌아다니고, 대놓고 다른 셰프에게 “이것 좀 손질해줘” “그릇 좀 찾아줘”라 부탁하며 부산떠는 모습에 샘킴은 휩쓸리기 일쑤다. 그런데 밉지가 않다.

▲‘야메 셰프’로 불리는 김풍(왼쪽)과 그의 라이벌로 꼽히는 샘킴 셰프. 사진 = JTBC

다른 셰프들이 요리에 불을 붙이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는지 한 요리 순서에선 팬에 불을 붙이려고 음식에 고량주를 뿌렸는데, 불은 전혀 나지 않았지만 고량주의 독특한 향이 승패를 갈랐다. 이런 반전 매력이 그의 요리에 있다. 김풍에 패배한 샘킴은 “기분 나쁘지 않다”며 그의 요리를 인정했다.

샘킴에 이어 김풍이 사부라 칭한 이연복도 대결에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요리 경력과 경험이 압도적이지만 천하의 이연복도 ‘반전의 사나이’로 불리는 김풍의 요리에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며 “샘킴의 마음을 알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전문 셰프들 사이에서 엉뚱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뒤지지 않는 요리를 만드는 그가 다음엔 누구를 굴복(?)시킬지 내심 기대된다.

성장이 기대되는 새내기 셰프들

전문성을 갖추고 화려한 요리를 선보이는 셰프들도 매력적이지만 발전 가능성이 기대되는 새내기 셰프들도 눈길을 끈다. 신동엽과 성시경은 ‘오늘 뭐 먹지?’에서 셰프로 조금씩 발돋움하고 있다. 2014년 첫 방송 당시엔 아슬아슬하게 칼질도 제대로 못하던 이들이 이젠 재료를 이해하고 요리하는 모습이 꽤 자연스럽다. 최근 방송에서는 다이어트에 좋은 두부 음식을 했고, 꾸준히 제철 음식도 선보인다.

▲신동엽(왼쪽)과 성시경은 ‘오늘 뭐 먹지’에서 다양한 요리를 배우고 먹방까지 선보인다. 사진 = 올리브TV

윤상, 김구라, 박정철, 손호준은 백종원의 제자다. 5월 19일 방송을 시작한 ‘집밥 백선생’으로 요리계에 입문했다. 첫 방송 당시 이들의 요리 수준은 처참했다. 김구라는 달걀 프라이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고, 손호준은 간장달걀밥에 고추장까지 넣어 염분 덩어리 밥을 만들었다. 박정철은 간단한 떡볶이 하나 만드는 데 온갖 재료를 넣어 오히려 맛을 해쳤고, 윤상은 재료를 말하지 않으면 알아볼 수 없는 시커멓게 탄 달걀말이를 만들었다.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기대되는 새내기 셰프들은 ‘집밥 백선생’에서 백종원의 지도 아래 성장 중이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정철, 백종원, 손호준, 김구라, 윤상. 사진 = tvN

방송은 이들이 스스로 끼니를 해결하는 발전 과정을 보여준다. 5월 26일 방송에서 백종원의 지도 아래 김치전에 첫 도전했다. 아직 초보라 거창한 실력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요리에 관심도 없던 이들이 김치전을 열심히 만들고 완성된 김치전에 기뻐하는 모습은 앞으로의 요리 실력에 기대감을 갖게 했다.

▲요리를 싫어했던 이서진은 ‘삼시세끼’ 시즌2에서 점차 요리에 관심을 갖고 변모하고 있다. 사진 = tvN

요리를 싫어했던 이서진도 조금씩 요리의 즐거움을 느끼는 모습이다. 시골 한적한 곳에서 직접 재배한 재료로 요리하는 ‘삼시세끼’에 출연 중이다. 처음엔 불평불만에 요리를 제대로 할 생각도 없었다. ‘꽃보다 할배’에서 할배들을 위해 요리할 때도 칼로 양파를 깎지 않고 손으로 대충 으깨고, 재료도 잘 씻지 않았다. 그런데 삼시세끼 정선 편2에서는 재료를 깨끗이 씻고, 조리 도구에 관심을 갖고 직접 챙겨오기까지 한다.

삼시세끼 만재도 편에 출연했던 차승원이 영향을 끼친 듯하다. 요리에 관심 없던 이서진과 달리 차승원은 ‘차줌마’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피자, 초밥, 탕수육 등 다양한 요리를 선보여 그의 레시피가 인기 검색어로 떠오르기까지 했다. “삼시세끼에서 차승원에게 까였다”고 농담하는 이서진은 삼시세끼 정선 편2에서 새내기 요리사로 발돋움했다. 고추장찌개는 자신 있다며 당당히 재료를 요구했고, 맛에도 자신을 보였다. 신효정 PD는 “원래 요리엔 전혀 관심이 없고 하지도 않는 사람인데 이번 시즌에서는 갑자기 요리하겠다고 나서 놀랐다”고 변화를 짚었다. 그가 차승원을 긴장시킬 매력적인 셰프로 거듭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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